2009/03/19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rhyme 맞추기 <트레인스포팅>에서 말했듯이 영상에도 여흥이란게 있다. 시나리오와 스토리적인 여흥이 아니라 촬영과 편집 즉, 영화적인 표현 방식으로의 여흥. 마지막 삶의 여흥을 그리는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 어는 이런 여흥적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불치병이라는 공통점으로 만난 마틴과 루디가 한 병실을 쓰고 있는동안 두명의 어리버리한 마피아는 중간보스의 명령을 받아 벤츠를 누군가에게 배달하는 임무를 띄고 있다. 아직 아무런 사건도 벌어지지 않은 이 영화에서 마틴과 루디가 이들의 차를 훔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를 위해 영화는 두명의 마피아와 마틴과 루디를 한 장소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2009/05/05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끝말잇기 <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 on heavens door>에서처럼 연관지어 편집해서 보여준다.

<자동차 타이어에서 나는 연기와 마틴이 뿜어내는 담배연기의 유사성에 의한 몽타주>

자칫 의미없는 장면 같지만 위의 두명의 마피아가 운전자를 바꾸는 실랑이를 하는 것에는 플롯적 의미가 있다. 기본적으로 계속해서 어리버리한 둘의 캐릭터를 설명하고 있으며 중간보스는 분명히 시내에서는 행크가 교외에서는 압둘이 운전하라고 지시한다. 이것은 단순히 아무런 의미없는 명령이 아니라 시내에서 압둘이 운전했을 경우 사고를 낼수 있는 상황에 대한 복선, 씨뿌리기 이며 타당성을 제시하는 정보라는 것이다.

실제로 위의 장면에서 압둘은 행크에게서 운전대를 빼앗는다. 하지만 그 직후 압둘은 이 벤츠를 제대로 운전하지 못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공회전을 하게 만들고 갑자기 차를 후진시킨다. 이것이 단순히 둘의 어리버리함으로 우스움을 전달하는 코메디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후에 압둘이 시내에서 아이를 쳐서 ('시내'다 그래서 중간보스는 압둘에게 교외에서 운전하라고 시킨건데..) 마틴과 루디가 있는 병원으로 두명의 마피아를 안내하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우연히 벌어진 일처럼 보이지만 그 우연에는 약간의 타당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물론 하필 같은 병원에 가게 되는 것은 우연이지만..

아무튼 행크와 압둘이 실랑이를 벌이고 결국 급출발하는 벤츠의 타이어에서는 도로와의 마찰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이것은 루디가 죽었나 관찰하던 마틴의 담배 연기로 편집이 된다.

에이젠슈타인의 충돌이론으로 이 장면을 설명해 보자면... 자동차에서 연기가 나는 독립적인 컷과 역시 독립적인 마틴의 담배연기가 충돌해서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 의미는 크게 2가지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데 첫번째가 앞에서 설명한 영화 외적인 여흥을 위한 것이다. 트레인스포팅의 라임 맞추기 처럼 영화의 플롯에 작용하지 않는 단순한 재미를 위한것. 코메디 영화에는 이러한 여흥이 제법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플롯에 두번째 의미를 부여해 보자면. 마틴과 루디처럼 하나의 실타래로 엮이게 될 두명의 마피아를 이 병원으로 초대하고 있다는 상징이다. 결국 그 둘은 이 병원에 아이를 데려왔다가 마틴과 루디에게 벤츠를 도둑맞고 이 사건으로 인해 영화가 급박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해석하기에 따라서 억지가 될수도 있지만 감독이 단순한 여흥을 위해서가 아닌 두 씬의 연관성을 제시하기 위해 이 장면을 의도적으로 꾸며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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