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스토리는 어떻게 흘러가는가? 무엇으로 보통 플롯을 구성하는가? 고급스럽고 좋은 영화라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인과 관계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인과 관계를 떠나서 플롯을 구성하고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 진정한 대작이 될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노킹 온 헤븐스 도어에서는 제법 인과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지만 때로는 마틴과 루디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처럼 아무런 이유없이 일어나고 풀어지는 사건들을 구성한다.

<마틴과 루디는 서로가 시한부라는 것을 알게된다>

마틴이 뇌종양이라고 밝히고 루디가 골수암으로 얼마 못산다고 이야기하자 둘만있는 병실은 마치 사형수 감방같은 분위기가 된다. 곧 죽을 사람들을 한 병실에 몰아넣다니... 마틴이 이야기하지만 정말 집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너무나도 슬픈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의 이동을 한없이 쿨하게 이행한다. 마틴이 담배를 피는순간 벽에 걸려져 있던 십자가가 떨어지면서 냉장고 문이 열리고 그 안에는 말도 안되게 보드카 한병이 들어있다.

실제로 영화에서 이야기가 흘러가는 구조는 마틴과 루디가 시한부인생임을 알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천국에서는 바다이야기를 한다는 대목으로 가야한다. 진지하게 표현한다면 그저 둘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바다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것은 너무나 재미없지 않은가?

신의계시라는 상징적인 표현일까? 십자가가 떨어져서 냉장고문이 열리면 그 안에 보드카가 있다. 그들에게 보드카를 마시고 잔뜩 취해서 차를 훔쳐서 바다를 보고나서 천국의 문을 두드리라고 말하는 것 같다.

갑자기 십자가가 떨어지는 것도 굉장한 우연이며 병실에 보드카 한병이 들어가 있는 것도 말도 안되는 설정이다. 하지만 상관 없다. 이들이 술을 마시는 것은 영화적으로 약간의 여흥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다. 즉, 술을 마시지 않아도 플롯을 이끌어갈 수가 있었다. 물론 루디가 술에 잔뜩 취해서 벤츠를 훔치게 된다는 타당성을 만들어내지만 이러한 것들은 극히 작은 부분일 뿐이다.

그리고 영화는 마틴과 루디의 죽음에 대해서 슬프게 진지하게 깊게 생각하지 말기를 권고한다. 심각해지려는 상황에서 십자가가 던져주는 보드카 한병은 다시 영화를 상당히 유쾌하게 만들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이들의 '죽음으로의 여정'이 아닌 '아직은 남아있는 삶'에 대해 주목하게 만든다.

<그리고 또 한번 둘을 동일화 시킨다>

2009/05/05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끝말잇기 <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 on heavens door>에서 마틴과 루디의 이야기를 하나처럼 이어서 동일화 시킨 표현양식이 다시한번 등장한다.

보드카를 마시기 위해 소금과 레몬을 찾던 루디는 무엇인가의 문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그 문이 카메라를 가렸다가 다시 닫히면 자리에 서있는 것은 루디가 아닌 마틴이다.
위의 링크에서 설명했듯이 이것은 라임맞추기 처럼 여흥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마틴과 루디의 처지와 앞으로의 삶이 동일시 된다고 영상으로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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