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시점샷을 1인칭 시점이라고 한다면 음악의 사용에도 분명히 1인칭 시점(청점이라고 해야하나)이 존재한다 시점샷이 특정인물의 눈을 통해서 보여주는 장면이라면 1인칭의 음이란 특정인물에게만 들리는 것이다 이와이 슌지는 여기서 이것을 사용한다

유이치가 혼자서 cd를 훔치다 걸리고 그것 때문에 학교에 알려진 것에 대한 호시노의 보복행위.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 사용되는 음악이다
호시노의 전화를 받기 전 유이치는 혼자 방에서 릴리슈슈의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때 슌지는 그것을 ost가 아닌 1인칭으로 사용한다 즉, 유이치가 헤드폰을 끼고 있을때는 크게 들리던 음악이 호시노의 전화를 받기 위해서 헤드폰을 벗자 아주 조그맣게 현장음에 섞여서 들려온다
이 음악은 관객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유이치가 듣고 있는 음악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시점샷보다도 훨씬더 감정적으로 관객을 유이치의 시점으로 만든다

그리고 호시노에게 불려가서 얻어맞기 시작한다

<유이치가 한참을 맞던 도중 릴리슈슈의 음악이 시작된다>

계속해서 같은반 친구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고 있는 유이치
클립해놓은 동영상의 10초 부근부터 유이치가 호시노의 전화를 받기 전에 듣고 있던 음악이 다시 흘러나온다 'I see you, you see me'라는 가사가...

<그리고 노래소리는 모든 소리를 잡아삼킬 만큼 커진다>

유이치의 의식이 이미 여기서는 멀리 사라진듯 카메라의 초점이 잘 맞지 않고 릴리슈슈의 음악은 아주 커다랗게 울려서 현장음을 집어 삼킨다
미리 이야기하지만 이 릴리슈슈의 노래는 유이치의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이다
집단구타를 당하고 있는 유이치가 현실 도피를 하기 위해서 릴리슈슈로부터 에테르를 제공 받고 있는 것이다

<호시노가 cd를 부숴버리자 음악은 멈춘다>

이것이 단순한 bgm이었다면 어째서 호시노가 cd를 부술 타이밍에 맞춰서 딱 끊긴 것일까 리듬감있는 편집을 위해 이렇게 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단순한 작업이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cd가 부숴졌을때 음악이 끊긴 것은 음악이 이 cd에서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이 cd는 재생되고 있지 않았다 케이스 안에 담겨 있었지
하지만 릴리슈슈의 음악의 원천은 바로 이 cd였던 것이다 그리고 유이치의 마음속에서 현실도피를 위해 울리던 릴리슈슈의 음악이 cd의 파괴로 인해 멈춰버린 것이다

단순하게 cd가 파괴되어 논리적으로 음악이 나올 수 없는게 아니라 유이치의 릴리슈슈로의 도피가 부서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호시노의 릴리슈슈에 대한 통제는 유이치가 그를 살해하는데 가장 원천적인 동기를 부여했을 수도 있다

유이치가 맞기 시작하면서 부터 울리던 음악은 그의 마음속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관객에게 들리는 그것은 bgm이 아닌 마음의 외침이었다
하지만 부숴지고 유이치는 훨씬 심한 꼴을 당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장면의 촬영과 편집이다
사실 촬영같은 경우는 이영화의 수많은 부분에서 핸드헬드와 점프컷이 이루어지므로 특별할 것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장면에서 이와이 슌지는 의도적으로 발로 찍고 있다 일부러 카메라를 좌우로 흔들고 일부러 수평이 틀어졌다 돌아왔다 한다 이것은 핸드헬드의 가장 강력한 효과이지만 이미 영화에 충분히 익숙한 관객에게 다듬어 지지 않은 현장성을 제공한다

촬영이야 그렇다치고 놀라운건 조명이다
이전에도 릴리슈슈의 밤 촬영은 계속해서 이렇게 카메라에 달린 불빛으로 조명을 제공 받는다 카메라가 비추는 곳에만 빛이 들어간다
이러한 조명법은 이터널 선샤인에서 미쉘 공드리도 사용하는데 굉장히 쓰이지 않는 방법이다 이터널 선샤인에서는 꿈속 장면이라고 허용범위안에 있다고 치지만 이 현실성 없는 조명은 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이러한 조명이 어째서 관객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지는가

나는 이 조명이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인 조명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조명법은 마치 카메라의 시점으로 후레쉬를 비추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나는 전에 카메라란 영화속에 존재하던 안하던 누군가의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명은 마치 그 무리속에 있는 누군가가 후레쉬로 그 장면을 보는 것 같은 현장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실제로 존재하는 누군가가 아닌)

만약 일반적인 경우라면 여러대의 조명을 쳐서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모든 곳을 구분할 수 있을정도의 밝기로 조명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방법은 너무나 현실적이기 때문에 관객을 그 장소로 옮겨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카메라가 비추는 곳만이 후레쉬로 비추는 것처럼 밝아진다면 관객은 마치 내가 그 장소에 있는 것처럼 그 모든 상황을 열심히 눈으로 쫓아야한다
그러므로 이것이 현실성 없는 현장감있는 조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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