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영화의 컷들의 90%이상이 기본적인 연속 편집으로 되는 것은 어쩔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보이는 점프컷들이나 순간적인 시간을 뛰어넘는 편집이 어렵고 더욱 중요한 것이다.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와 김상경의 첫만남이 그러하다. 관객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은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다. 그리고 현대의 관객들은 이제 어떤 시간대를 뛰어넘어 보여줘도 왠만하면 알아듣는다. 관객이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게 최근에는 더 어렵지 않나 생각될 정도이다.

<이 장면은 프레임인 프레임이라는 쓸데 없는 이름으로 분류되는 문법>

송강호가 김상경을 두들겨 패서 끌고 오는 장면은 자동차의 백미러로 포착된다. 이것은 프레임인 프레임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이거나 미학적인 장면이라기 보다는 단순한 영화적 유흥이라고 보여진다. 단순히 찍는것보다 더 재미있는 장면이 구성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송강호의 수갑을 보고 김상경은 묻는다. '너 형사야?'>

영화에서 김상경이 송강호에게 너 형사야? 라고 묻는다. 하지만 이 이후의 장면은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다. 관객들은 송강호가 이미 형사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봉준호 감독은 과감하게 시간대를 뛰어넘는다. 송강호와 김상경의 오해가 풀린 후로 훌쩍 말이다.

이러한 편집이 가지는 의미는 명확하게 말해서 송강호와 김상경의 첫만남을 '악연'으로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오해는 풀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해가 생기는 장면은 재미있지만 오해가 풀리는 장면은 재미 없다. 그렇기 때문에 봉준호는 오해를 푸는 장면을 굳이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해가 풀린후에는 다시 재미있는 장면이 있다. 바로 미안해하는 송강호의 모습이다. 때문에 봉준호는 굳이 김상경이 너 형사야? 라고 물은 직후에 송강호의 미안해 하는 모습으로 편집한다.

물론 촬영본이 실제로 얼마만큼 있는지는 알수 없다. 애초에 스토리보드에 이만큼만 찍히도록 계산 되어 있었는지 아니면 좀더 있는지 과감하게 잘라낸 것인지. 하지만 이 부분의 편집이 상당히 깔끔하고 세련되어 보인다.

오해를 푸는 구구절절한 설명씬을 빼버리고 둘의 '악연'만 표현한채로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부딪히게 되는 설정을 위해서 필요한만큼 많지도 적지도 않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한씬이지만 순간적으로 시간을 뛰어넘는 장면을 구사하기는 쉽지 않다. 장소가 이동한 것도 아니며 인물이 이동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며 이것을 옛날의 많은 단편영화에서는 시계를 보여준다는 촌스러운 설정샷을 이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의 흐름을 끊지 않고 단 한번의 컷으로 넘어가는 이러한 시간의 압축은 수많은 영화 학도들이 배워야할 깔끔한 편집 방법이라 생각한다.

김상경의 질문에 대한 한참 뒤에 나오는 송강호의 대답.
이것이 이 편집의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문답편집이라고 말하면 되려나? 대사는 분명 영화가 가지고 있는 고유하고 강력한 무기이다. 이것을 편집에 이용하는 이러한 방법에 대해서 많은 연구좀 누가 해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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