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슈슈의 모든것에 나오는 이 장면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평이 파괴되어 있다

한국에서 영화를 배울때 우리는 수평을 맞추는 법부터 배운다 기본적으로 수평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계속해서 수평을 맞추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을 이와이 슌지는 보여준다
하지만 아주 많이 틀어서 눈에 띄게하는것이 아니라 미묘하게... 관객이 알아차리지는 못하지만 느낌으로만 전달할 수 있게 한다

<레코드점에서 CD를 훔치는 장면 수평이 틀어져 있다>

위의 스샷을 보자
카메라에서 제일 먼 벽 부근을 보면 프레임의 윗 라인과 그 밑에 진열된 선반이 수평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 화면은 수평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화면은 오른쪽 위로 틀어져서 왼쪽과 오른쪽의 높이가 다르다

영화의 초반에 등장하는 이 장면은 주인공이 친구들과 CD를 훔치는 장면이다
이장면이 전체에 작용하는 의미를 제쳐 두고 말하자면 결국 탈선 장면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와이 슌지는 이 장면을 계속해서 틀어진 수평으로 보여준다

<주인공이 CD를 훔쳐서 나가고 점원이 그뒤를 따라 나가자 수평은 맞게 된다>

솔직히 이야기 해서 첨부한 동영상 18초 부근에 나오는 이 장면이 의도한 것인지는 확신 할 수 없다
하지만 의도했다는 가정하에 이야기를 해보자
주인공들이 CD를 훔쳐 달아나고 그것을 발견한 점원은 소리를 치며 그들을 뒤따라 나간다
점원이 문밖으로 뛰어나가고 있는 첫번째 스샷을 보면 분명 수평이 틀어져 있다
하지만 점원이 나가고 나서 가게안이 계속 비춰지지만 카메라가 미세하게 움직여 두번째 스샷처럼 수평을 맞춘다
이것이 만약 의도한 장면이라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그들의 범죄 현장만을 수평을 틀고 그들이 사라진 가게는 더이상 그렇게 촬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이 슌지는 단지 그들의 탈선행위만을 틀어진 수평으로 잡고 싶었을 뿐이다

<그들이 CD를 파는 장면의 마지막까지 수평은 틀어진다>

윗 스샷을 보면 수평이 상당히 틀어져 있다
이런 평평한 바닥에서 대체 누가 이렇게 촬영을 하겠는가
하지만 놀랍게도 관객들은 이러한 수평의 틀어짐은 눈치를 잘 채지 못한다
그저 이 장면이 조금더 스펙타클하다고 느낄 뿐이다
밑의 주인공의 클로즈업 역시 뒤의 가게 라인을 보면 수평이 틀어진 것을 알 수 있다
계속해서 반복해 말하지만 이렇게 틀어진 촬영은 100퍼센트 의도라는 것이다

<그들이 가게를 나와서 도망가는 장면에도 경고음은 계속해서 들린다>

수평이야기는 그만하고 CD를 훔쳐 달아나는 20초 부근의 이 장면을 다시 보자
가게에서는 그들의 탈선에 걸맞는 비트가 강한 음악이 흐르고 있고 주인공이 CD를 가방에 넣고 문을 통과하는 순간 도난방지경고음이 울린다
재미있는 것은 컷이 바뀌어 장소가 도로가 된 위의 스샷부분이다
당연하지만 가게의 음악은 들리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도난 방지 경고음은 계속해서 울린다 그리고 그들이 씨디를 팔러 가는 장소 전까지 계속해서 멈추지 않는다

어째서 이소리는 멈추지 않는가
이소리는 분명 OST와 같은 외재음(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듣지 못하고 오직 관객만 듣는 소리)가 아닌 내재음이다
그렇다면 장소가 바뀌었을때 가게의 음악과 같이 사라져야 하는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전에 하나와 앨리스의 사운드 셔레이드와 마찬가지로 이와이 슌지는 이 경고음을 이용한다 2008/12/31 - [영상문법] - 영상문법 - 셔레이드 <하나와 앨리스>
주인공들이 도망가는 이 장면을 계속해서 급박하게 만들기 위해서 이 경고음을 없애지 않는다
그리고 이 없어지지 않은 내재음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들이 잡힐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계속해서 만들어준다


<이글은 씨네마틱에 기사화된 글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