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의 1998년작 4월 이야기
내친구는 이 영화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무엇인가가 시작하려고 하더니 끝나버리는 영화
맞다 이것은 그런 영화다

무엇인가가 시작하려고 하는... 그것이 바로 4월
품어왔던 사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주인공의 인생이 시작되려하는 20살
그것을 이와이 슌지는 4월이라고 상징한다

<영화의 첫장면을 과감하게 시점샷으로 표현한다>

영화 4월 이야기는 여주인공 '우즈키'의 이야기이다
다른 주요 등장인물이 거의 없다시피한 영화이다
그런데도 이와이 슌지는 과감하게 첫장면의 롱테이크를 그녀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 시점샷으로 표현한다

영화가 시작되고 4명의 가족이 카메라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철도원과의 대화를 통해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고 있는 시점의 주인공이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며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기 위해 떠난다는 정보만을 알려준다

2009/02/20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영화의 첫번째 씬 그 의미 <포미니츠,Vier Minuten> 에서 말했듯이 영화의 첫번째 씬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한 중요한 장면을 주인공을 보여주기 보다는 관객에게 그녀가 어떻게 생겼을까? 라는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사용한다

의도적으로 사용된 너무나도 노골적인 이 시점샷이 우즈키의 얼굴을 너무나도 궁금하게 만든다 (사실 영화의 포스터에 그녀의 얼굴이 나와있긴 하지만)
그리고 이러한 화법은 우리가 누군지 말은 안하겠지만 이라고 시작하는 것과 비슷하다

예를들어 우리가 누군지 말은 못하겠지만 널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라고 말한다고 생각해보자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자신을 좋아하는 이가 누군지 너무나도 궁금해 질 것이다 왜 자신을 좋아하는지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나중 문제다 우선 그 사람이 누군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영화 4월 이야기의 화법 역시 마찬가지다
의도적으로 '누군지 말은 못하겠지만'이라고 말하는 것 처럼..
의도적으로 주인공의 얼굴은 보여주지 못하겠지만 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한참뒤에 아무렇지 않게 그녀의 얼굴을 보여준다
관객들이 어떻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 제법 귀여운데? 라고

이유야 어쨌든 이와이 슌지는 이런 화법으로 관객들을 무엇보다도 그녀에게 집중 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은 그녀의 모습과 나레이션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의 시작이 그녀의 시점샷으로 시작했지만 그녀의 1인칭 나레이션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완벽하게 그녀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아닌 영화의 전반에 3인칭 시점으로 스토리는 흘러나간다
그녀의 생각이나 감정을 전혀 알아챌 수 없이 무던하게 영화는 진행된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빨간 우산을 쓰고 있는 '우즈키'를 고속촬영한 이 장면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녀의 나레이션이 흘러나온다

마치 영화의 시작에서 시점샷이 사용되었지만 아무말 못했던 그녀가
영화가 끝날 무렵 친구가 된 관객들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다는 듯이 드디어 우리에게 이야기해 준다
관객에게 직접 그녀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