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모션을 고속촬영과 같은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분명 차이가 있는 표현이다 고속 촬영은 말그대로 촬영법이라면 슬로모션은 편집기법이기 때문이다
고속촬영과 슬로모션이 같은 용어처럼 사용되는 이유는 고속촬영의 이유가 슬로모션을 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즉, 고속촬영은 슬로모션의 부분집합이라고 볼 수 있다
고속 촬영하지 않아도 슬로모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속 촬영이란 일반적인 초당 24프레임의 정속 촬영보다 더 많은 프레임수를 촬영하는 것을 말한다 1초에 48, 72장을 찍어 24프레임으로 상영하면 1초에 일어난 일을 2초나 3초에 보여줄수 있다
하지만 위에 클립한 영상에서는 그 반대를 보여준다

처음은 정상 속도로 재생이 된다
하지만 44초에서 48초 부근정도만 곰플레이어에서 프레임별로 돌려보면 2프레임에 한번씩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왕가위 감독은 44초에서 48초 부근만 2배 느리게 보여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설명 없이도 영상을 보면 44초 부근에 분명히 영상의 느낌이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관객이 이러한 장면들을 분석하면서 보는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편집은 영화의 한장면의 느낌을 만들어버린다
왕가위 감독이 즐겨쓰는 방법이다

<키스를 하는 순간 미스 후의 감정의 변화를 표현한다>

이 장면은 서로를 원하지만 여자가 전염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남자의 키스를 거부하는 장면이다 창녀였던 미스 후가 자신을 쭉 사모해 오던 샤오장과의 마음이 통하는 장면이지만 이미 그녀의 인생은 끝이났다
그런 그녀의 아픈 감정을 표현한다

이영화에서 이 장면 뿐만이 아니라 비가 바닥에 떨어진다던가 미스후의 옷을 혼자서 더듬어 보는 샤오장의 장면에서 같은 것이 사용된다
사실 왕가위는 자신의 영화에서 자주 슬픔을 보여주기 위해 슬로모션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것을 고속촬영으로 하지 않는다
고속촬영과 이 슬로모션은 엄연히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속 촬영은 아주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물론 이것으로 슬픔을 표현할수도 있지만 왕가위의 슬로모션에는 떨림이 있다

초당 12프레임을 두장씩 보여준 장면에는 아무래도 부자연스러움이 있다
두장씩 반복해서 보여주는 프레임들이 화면에 재생되면 왠지 모를 슬픔을 자아낸다
이유는 알수 없다
하지만 분명 느낄 수 있을 것이다 44초에서 48초간 보여지는 미스 후의 아픔이.. 슬로모션으로 표현되는 것을

슬로모션이 가지는 이런 고유한 정서는 왕가위가 항상 만들어내는 영화에서의 인생과 사랑의 슬픔을 표현하기 위한 공격 패턴중의 하나이다
너무나 쉽고 이미 많은 감독들이 사용했던 방법이기에 새롭다거나 고급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의 영화가 항상 가슴에 깊이 새겨지는 원인중에 큰 한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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