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선 : 문학에서 다음의 전개를 암시하는 기법
복선 : 철도에서 두 가닥의 선로를 설치하여 상행과 하행으로 분리하는 것
<출처: 위키백과>

복선을 쓰기위해 검색해서 단어 뜻을 찾아봤더니 재미있는 내용이 나왔다. 사실 첫번째 뜻은 내가 확인하기 위해 찾은 것이지만 두번째의 동음이의어의 뜻이 뭔가 트레인스포팅의 복선구조를 더욱 재미있게 만든다. 영화의 제목 때문에 계속해서 보여지는 철도의 이미지가 여기에서도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화가난 마크는 벡비와 식보이에게 빈집에서 살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얹혀살고 있는 벡비와 식보이를 쫓아내기 위해서 마크는 그들에게 빈집에서 살게 한다. 그리고 언젠가 사장이 이놈들을 주거 침입죄로 고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엿을 먹인 것이다.

이 단순한 내용을 대니 보일은 아주 재미있게 구성하고 있다. 인기척이 들리자 벽장에 숨어있던 벡비와 식보이가 카메라를 향해 뛰쳐나온다. 그리고 이것은 이 다음 장면과 몽타주로 연결된다.

<또다시 영화의 내용과 관계 없이 철도가 나온다>

벡비와 식보이가 카메라로 뛰어드는 장면 이후에 충돌되는 몽타주는 바로 위의 장면이다. 갑자기 쌩뚱맞게 철도가 나오고 벡비와 식보이가 위에서 밑으로 뛰어드는 것과 상충되게 열차는 아래에서 위로 지나간다. 마치 벽장에서 튀어나온 벡비와 식보이를 열차에 치어버리게 만든다.

이 장면은 사실 단순명쾌한 몽타주로만 여겨진다. 큰 의미없이 이들을 골탕 먹인 일을 심각하게 가져가지 않고 유쾌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말이다. '벡비와 식보이는 열차에 치었다'라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표현함으로써 마크의 심리적 복수를 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영화의 결말과 결부시켜서 생각해보면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몽타주라고 할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벡비에게 돈을 훔친 마크가 몰래 스퍼드에게만 돈을 준다.한마디로 마크가 엿먹인 것은 벡비와 식보이 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이영화가 가지는 캐릭터의 일관성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굳이 이 장면에서 열차에 이들을 치게 해버린 감독의 의도는 복선이라고 생각된다. 마크가 이들을 엿먹이려 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다음 씬에서 나타나는 벡비와 식보이를 결국 열차에 치게 해버리는 결말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에서도 복선은 눈치 못채면 그만이고 결국 읽는 사람이 의미를 부여하는 느낌이 강하다. 작가가 그렇게 쓰지 않았는데도 우연히 복선이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장면도 그런 느낌이다 분명 대니보일이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복선을) 하지만 내가 알아채고 의미를 부여한다면 이것은 분명히 명백한 영화의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으로 기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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