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문법을 좋아한다거나 잘하는건 아니었지만 이것은 생각난다

영어에서 강조문은 문장의 제일앞에 강조하고 싶은 단어가 나온다는 것

 

이런 형식의 강조를 하는 영화들이 꽤있다

온통 은유로 뒤덮인 영화 '아무도 모른다'도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의 타이틀 시퀀스는 핑크색 캐리어를 가지고 전철을 탄채 어디로 가는 누더기 꼬마 남자애와 얼굴이 확인되지 않는 여자가 아무말도 없이 흔들리고 있는 씬이다

<핑크색 캐리어를 들고있는 소년과 맞은편에 앉은 소녀>


하지만 그 직후 주인공이 엄마와 함께 새집으로 이사가기 때문에 누더기 모습은 잊은채

영화를 보게 된다

<소년앞에 앉아있는 소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도달하면 이것이 엄마가 떠난 몇달간 옷이 찢어지고 씻지못해 더러워지고 그러다 하찮은 이유로 죽어버린 여동생을 우연히 알게된 누나와 공항에 묻어주러 가는 씬이라는걸 알게된다

 

영화에서 결말을 내는 이 사건을 제일 처음에 보여줌으로써 스토리 병치상의 강조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이 타이틀 시퀀스에서 주인공의 얼굴보다는 구멍난 티셔츠, 때가 꼬질꼬질한 손으로 캐리어를 어루만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미 초반에 모든것을 보여주고 설명하고 있다


<때가 낀손으로 캐리어를 어루만지고 있다>

<구멍난 옷이 계속해서 보여진다>
 

이 씬이 타이틀 시퀀스에 나오는 이유 또한 은유적표현이라고 보는데

제목 '아무도 모른다'처럼 영화에서 그들은 어머니가 떠나서 어린 아이들끼리 힘들게 살아간다는걸 아무 도 모른다

그리고 여동생의 죽음역시 아무도 모른다

아니 그녀가 그의 여동생이라는것 조차 아무도 모른다

이 장면에서 전철안의 사람들은 그들이 누구인지 왜 저렇게 행색이 궁한지 캐리어에 죽은 여동생이 들어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제목, 주제, 앞으로 일어날 스토리의 암시를 모두 담은 이 장면을 타이틀 시퀀스로 배치하면서 이영화는 이렇게 이 장면 자체를 강조하고 있다

<씨네마틱에 기사화된 글입니다>


어법
영화의 표현방식을 영상언어로 대치 시킬때
영화에도 분명히 은유법이라는 표현방식이 존재한다

언어에서 은유란 '나는 개다'와 같이 하나를 다른 하나에 빗대어 표현할때 쓴다
그렇다면 영상에서의 은유란 무엇일까

영화에서 은유법으로 표현되는 장르는 흔히 멜로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은유라는 것은 다분히 시적인 표현이고 영화에서 쓰이는 은유법들은 보통 사람의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 표현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먼저 위에 잘라놓은 영화를 보자
이것은 '아무도 모른다'의 한장면이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아 생활할 돈이 없어진 소년이 어머니의 옛남자를 찾아가 용돈을 받는 장면이다
중요한 것은 캔음료 위로 돈을 쥐어진 소년의 손이 클로즙업 되고 남자가 들어간뒤
롱샷으로 보여지는 소년의 행동이다

<다마시 커피캔 위로 돈을 쥐고있는 소년의 손 클로즈업>

소년은 다 마신 캔음료를 쓰레기통에 던져서 넣으려고 하지만 벽에 부딪혀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는 그것을 다시 주워 넣는다

<쓰레기통에 커피캔을 던지는 소년 롱샷>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소년은 빈캔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 성격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도 느껴지지만 이것은 어머니의 옛남자에게 돈을 얻어낸 소년의 기쁨을 나타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어째서 '은유' 라고 하는가
영화를 만들때 사람의 기쁨은 표현하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겠다
밝게 웃는 얼굴의 클로즈업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다름아닌 '직설법'이 될것이다
그리고 만약 갑자기 하늘을 날아 오른다면 그것은 '과장법'이 될것이다
깡통을 던진다는 행위자체는 앞뒤 문맥이 없다면 결코 '기쁨'이라는 감정을 내포하지 않는 행동이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은유'라고 본다
만약 보통의 기쁨을 표현할수 있는 행위 즉, 달리기라던가 점프라던가의 행동이 보여진다면 나는 이것을 '직유'라고 표현 할것 같다

동생들과 밥을 먹고 생활할수 있는 조금의 돈을 얻어낸 소년의 기쁨을 감독은 빈깡통 던지기로 표현한다
기쁜데 왜 깡통을 던지나 라고 말한다면 나는 설명할수 없다
아마 심리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할수 있겠지만
하지만 모두들 그런적이 있을 것이다 기분이 업되서 무엇인가를 던져본적이..

감독은 아무것도 아닌 깡통을 던지는 장면을 통해서 주인공의 기쁨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이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마치 제목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것을 표면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하나하나의 사건이 등장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남모르게 은유적으로 조금씩 표현하고 있다


<씨네마틱에 기사화된 글입니다>

영상 언어를 진짜 언어와 대치 시켜서 생각했을때
영상 문법에도 직설 은유 과장법 같은 것들이 있다
그 중 과장법은 거의 코메디 장르에서 사용된다

위의 영상은 '우리개 이야기'라는 영화의 한 에피소드로서
개밥 광고의 콘티를 만들어낸 감독에게 계속해서 콘티의 수정을 요구하는 이야기이다

처음으로 가져간 콘티는 무척 훌륭했지만
<처음의 정상적인 광고>

클라이언트의 매니저 같은 사람이 여주인공의 섹시 의상을 요구하고
<섹시의상으로 변경된 광고>

클라이언트가 자기네 사장이 엔카(일본의 트롯)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BGM을 엔카로 바꾸고 여배우의 매니저가 자기네 배우의 이미지샷으로 채워달라고 하고
<엔카를 깔고 여주인공의 이미지샷으로 채워진 광고>

마지막으로 클라이언트가 개밥에 들어간 좋은 원료들을 자막으로 넣어달라고 요구한다
<마지막에 좋은 원료의 자막을 넣은 광고>

결국 만들어진 영상은 엔카 BGM에 바다에서 뛰노는 여배우의 이미지샷에 화면을 가득채우는 조잡한 자막으로 채워지고 마지막에 이상한 흑인 트리오 셋이서 춤을추며 끝맺게 된다

실제로 광고가 저렇게 웃기게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말 클라이언트와 일을 하다보면 이런식의 어처구니 없는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 영화는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수정되는 부분들에다 과장에 과장을 더하여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이러한 과장법식 코메디에는 주인공도 굉장히 과장스러운 연기를 하는것이 일반적인데
여기 주인공은 처음부터 진지하고 낮은 어조로 이야기한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암담하고 인생이 코메디같은지를 역설하기 위해 이 에피소드의 표현 방식은 오직 광고만이 과장스럽게 바뀐다는 설정을 하고 있다

과장법은 웃음을 유발하는 훌륭한 효과를 보이지만 과하면 우스워지고 징그러워지는 수가 있다 또한 스토리의 진실성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
하지만 우리개 이야기에서는 결코 그 진실성을 잃지 않는다
이것은 영화의 한 에피소드일 뿐이고 영화의 전반을 꽤 뚫는 진실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결코 지나친 과장은 하지 않는다

결국 이 에피소드는 진지하게 CF를 만드는 감독과 반대편에서 진지하게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제안하는 사람들
그로인해 어처구니 없이 만들어지는 CF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어처구니 없이 요구하는 관계자들이 너무나 진지 하기 때문에 이 에피소드는 실제의 이야기와 같은 진실성을 가지고 결과물에대해 큰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과장법은 앞에서 말했듯이 코메디 장르에서 주로 쓰인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러한 과장으로 도배되어있는 훌륭한 영화들을 소개하겠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나 미국식 패러디 영화들을 봐서 다들 알지 않는가? 훗

<씨네마틱에 기사화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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