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러브콤'에서는 쉴새없이 모션 그래픽을  때린다. 한국의 왠만한 쇼프로보다 화려한 자막을 넣어서 쉴새 없이 귀엽게 데코레이션된 영화를 만들어 낸다. 심지어 중간에 들어가는 설정샷은 아예 그림이라고 할정도다.

<학교에서 까페로 넘어가는 씬에서의 설정샷을 보자>

첫번째 그림인 학교에서의 씬이 끝나고 다음씬인 까페로 이동할때의 설정샷이다. 두번째 그림을 보면 (사실 필자는 이 영화를 처음볼때는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일단 하늘 색깔이 색칠되어 있다. 그리고 하늘에 있는 구름역시 아무리 봐도 그림처럼 보인다. 즉 포토샵으로 만들어진 설정샷이라는 것이다.

하늘뿐 아니라 건물도 잘 뜯어보면 어딘가 어색한 것이 그래픽으로 간판과 건물들을 재배치 했다는 느낌이 확연히 든다. 굳이 실제의 까페의 전경샷을 찍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사실 하늘색을 칠하고 구름을 그린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정말로 그림같은 하늘을 만들고 싶었을 테니까. 하지만 까페 전경정도야 일본에 얼마든지 예쁜곳이 많을텐데 저렇게 티나게 굳이 그래픽으로 처리하는 것이 조금 어색해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2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2009/06/14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모션그래픽 <러브콤>에서 말한 것처럼 만화를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는 많은 관객이 이미 만화를 접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유치할수도 있는 그림 설정샷이 더 좋게 받아들여 질수도 있다. 내가 만화의 원작을 지금 가지고 있지 않아서 비교해 볼순 없지만 실제로 저 설정샷의 그래픽이 만화에서 나오는 까페의 전경과 똑같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관객들은 그 설정 하나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또한 확실히 비용 절감이라는 차원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모션그래픽이 확실히 영화에서 많은 부분을 커버하면서 비용을 줄일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 설정샷 또한 촬영 한다면 기본적으로 훨씬 많은 비용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뭐 연출이라기 보다는 제작에 관한 이야기지만 돈이 드는 작업인 만큼 쉽고 간단하게 할수 있는게 장땡이라는 것이다.

설정샷을 찍는다면 좋은 날씨에(하늘은 그린다고 쳐도) 예쁜 배경을 찾아서 사람들을 통제하고 조명을 치고 촬영을 해야한다. 이 한 컷에 동원되는 인원과 시간을 따져보면 혼자서 할수있는 그래픽 작업이 훨씬 능률적이라는 이야기다.

아무튼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 이런 그림으로 되어 있는 설정샷은 상당히 좋은 표현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영화의 장르가 코메디라는 장르르 가지고 있어서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소년탐정 김전일 같은 만화를 영화화 하는데 설정샷이 그림으로 되어있다면 존ㅋ망ㅋ 하지 않겠는가?

만화같은 내용을 더 만화같이 꾸미려는 형식. 이것이 러브콤의 표현양식이다.


현대 영화가 코메디라는 장르에 새로운 무기로 모션그래픽과 어떻게 접목시키는지 살펴 보도록 하자. 종합예술이라는 영화의 특성상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수적인 일이다.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 소개를 모션그래픽을 통해 하고 있다>

위의 장면은 키가 커서 선배에게 차인 코이즈미와(선배가 릴리슈슈의 모든 것에 나오는 호시노자나!!!) 키가작아서 차이는 오오타니의 캐릭터 소개이다.

둘이 상대방보다 키가 작고 크다고 해서 차이는 것은 상대적일 수 있으므로 그들이 정확히 어느정도의 신장을 가졌는지는 영화적으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물론 전통 영화적으로 표현한다면 영화의 첫씬을 신체검사날로 정할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미국의 로멘틱 코메디에서도 보여지듯이 모션 그래픽의 사용은 대부분 초반의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사용한다. 화면을 멈춘 스틸샷에서의 무빙과 자막의 사용이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며 이것에 모션을 가미하는 것이 훨씬 다이나믹하고 고급스러운 영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영화 '행운을 돌려줘'의 첫장면 역시 모션 그래픽을 사용한다. 주인공 남자가 지지리도 운이 없는 반명 여자주인공은 타고난 천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주 빠르게 관객에게 각인시켜주기 위해서다. 

이러한 모션 그래픽의 사용은 확실히 새로운 것이다. 이것들이 계속해서 사용되는 이유는 다이나믹하게 많은 정보를 전달 할수 있다는 점이다. 전통의 영화적인 드라마로는 많은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과 예산이 든다. 하지만 모션 그래픽은 말그대로 편집자 한명만 있으면 손쉽게 해낼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g와 마찬가지로 모션 그래픽 역시 이제는 영화의 분명한 표현양식중의 하나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이 러브콤에서는 캐릭터 설명에서 뿐만이 아니라 계속해서 모션그래픽이 사용이 된다. 이러한 점은 이 시나리오의 원작이 만화책이라는 점 때문이 아닐까.. 확실히 만화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스토리를 잘라먹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만화 캐릭터를 최대한 닮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만화속에서 제약없이 펼쳐졌던 빠른 스피드의 스토리전개가 영화로 오면 상당히 더뎌지는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모션그래픽과 마치 쇼프로 같은 자막을 넣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인다. 실제적으로 이 영화는 내가 느끼기에 원작의 만화보다 더 다이나믹하게 구성되기 때문이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엄청나게 나오는 일본인 만큼 영화화할때의 양식의 정형화도 연구가 되어야할 것이다. 



굳이 스테디 캠을 들고 완벽한 동선을 짜서 롱테이크로 찍어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어떤 느낌을 주려고..?

<이 향숙의 대역에서 시작한 롱테이크는 김상경과 백광호에서 멈춘다>

위의 스샷이 6장이니까 편하게 숫자로 부르겠다. 먼저 1번사진을 보면 이향숙의 대역이 거울을 보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이것은 설정샷을 겸한 것으로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이 사람을 보여주는 것이 이 상황을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관객들에게 이 여장한 또라이는 뭐지? 라고 의문을 제기시킨 다음에 2번장면에서 송강호가 불러다가 이향숙 팻말을 목에 걸어주는 것으로 이 상황의 설명을 마친다. 즉, 처음부터 이향숙이라는 팻말을 목에 걸지 않고 있다가 일부러 송강호가 불러서 걸어주는 설정을 한것이다. 이러한 의도는 이후에 카메라가 자연스럽게 여장남에서 송강호로 따라가게 만들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그리고 언제나 시끄럽게 말하고 다니는 송강호의 비중이 확실히 줄어든 3번 샷을 보자. 동영상을 보면 3번 장면에서 변희봉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송강호가 일부러 거의 립싱크를 하고 있는 것을 알수 있다. 롱테이크에서 선택적으로 사운드를 들려주기 위한 설정인 것이다. 분명히 송강호가 뒤돌아서며 씨발이라고 무엇무엇을 말하는데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4번에서 드디어 카메라는 위에서 내려온 김상경을 따라간다. 이 부분이 이 롱테이크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즉, 이 장면을 해석해 보면 이향숙의 대역으로 현장 재연까지 할정도로 범인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송강호와 조형사와 변희봉 이 세명이 주도하는 수사에서 이제 김상경에게 관객을 주목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제까지 송강호 위주로 펼쳐졌던 이야기가 김상경을 위주로 펼쳐질 것이라는 암시이다.

5번 6번을 보면 결국 신문기자에게 사진을 찍는 3명의 멍청이들을 뒤로 하고 김상경이 혼자서 백광호가 진범이 아니라는 논리적 근거를 찾아내는 장면을 보여준다. 순간적으로 백광호의 손으로 줌인해 들어가는 카메라 워킹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중요한 디테일을 놓치게 하지 않는 센스도 보여준다. 그리고 결국 백광호를 용의선상에서 제외시키고 새로운 경찰 서장과 함께 김상경이 수사의 새로운 실권을 잡게 된다.

송강호외 2인과 김상경을 완벽하게 분리하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서 둘의 대립관계를 형성 시키고 관객에게 김상경에게 주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장면이 바로 이 롱테이크의 의미인 것이다. 한 호흡에서 보여주는 실패한 수사와 논리적인 오류를 제기하는 이 장면이 컷으로 나눴을 때는 의미가 훨씬 퇴색한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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