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카메라는 무엇인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가상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한 신의 시점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감독은 이 카메라의 지점을 선택하고 보여주는 지속시간을 조절하여 영화를 조율한다
감독은 신이며 카메라는 그의 시점이다

하지만 때때로 영화에서는 카메라의 시점을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물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다 특정인물의 시점샷이 그렇고 스릴러물에 가끔씩 등장하는 cctv 샷이 그렇다 물론 릴리슈슈의 모든것에 나오는 핸디캠 샷도 완전히 처음보는 표현 양식은 아니다

형식의 특성으로 아주 유명한 영화 블레어 윗치에서 대대적으로 도입한 방식이다
촬영의 리얼리티를 위해 사실상 등장하지 않는 카메라로 찍는 것이 아니라 서툴고 거칠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핸디캠으로 촬영하는 것이다
필자가 아직 블레어 윗치를 완벽하게 분석해보질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오키나와 시퀀스는 완벽하게 블레어 윗치를 오마쥬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키나와 시퀀스는 모두 핸디캠으로 촬영된다>

이건 사실 놀라운 일이다
영화의 몇십분동안을 토할정도의 흔들림속에서 보여진다는 것이...
현대의 관객이 영화에 상당히 익숙하기 때문에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체이지만 이 영화가 나왔을 당시에는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블레어 윗치처럼 이와이 슌지는 핸디캠을 여러대 장착한다>

핸디캠이 아무리 흔들려도 한대라면 여러 각도에서 보여줄 수 없다
그것을 위해 이와이 슌지는 유이치의 일행에게도 여러대를 그리고 오키나와 여행사의 여직원에게도 한대의 핸디캠을 보급함으로써 촬영의 다각도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역시 이러한 촬영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 핸디캠의 촬영에 모든 것을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르겠다 실제로 이들이 들고 있는 핸디캠의 촬영본을 영화에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이쪽 컷과 저쪽컷을 나눠서 프로 카메라맨이 촬영한 것인지 (하지만 역시 전자라고 생각한다 후자는 너무나 힘든 방법이며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노리던 현장감이라는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사운드의 경우 핸디캠으로는 잡아 낼 수 없는 깨끗한 음질이다 분명히 오디오는 따로 동시녹음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영화의 컷을 보면 같은 각도에서 보여지는 컷인데도 지속되지 않고 점프 컷이 보여진다 동영상의 24초 부근부터를 보도록 하자
오키나와의 도인같은 아저씨가 말하는 장면이 분명히 연속하는 대사인데도 불구하고 중간에 점프컷으로 편집된다 이것은 위의 두번째 사진에서 보여지듯이 아저씨가 말하는 것을 2명이 촬영하고 있다는 데서 얻을 수 있는 편집법이긴 하다
하지만 굳이 그것을 약간의 각도가 틀어지는 점프컷으로 편집 할 이유는 있었을까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이와이 슌지는 이 시퀀스가 완벽하게 새로운 문체이길 원했다

<여성의 엉덩이를 클로즈업한다>

이와이 슌지는 어째서 오키나와 시퀀스에 이런 촬영과 편집을 감행하는가
영화의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오키나와 시퀀스는 상당히 중요하다
영화를 전반과 후반으로 가를 수 있는 시퀀스이며 호시노가 변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게 되는 장면이다

그리고 장소 역시 전혀 다른곳 바로 오키나와이다
그래서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곳의 이야기는 고전적 헐리우드 스타일이 아닌(이와이 슌지가 완전하게 그렇지는 않지만) 새로운 문체로 이야기 해보면 어떨까 하고

마치 이 영화의 스토리를 이야기 하다가 이 오키나와의 장면들은 오키나와의 방언으로 이야기 하는 것 처럼 전혀 새로운 문체를 구성하고 있다
이 핸디캠의 사용으로 오키나와 시퀀스는 고전적 헐리우드 스타일이 가져야하는 보편적인 진리들을 모두 버려버릴 수 있다
180도 법칙, 연속 편집, 시점샷과 반응샷,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서 고전적 헐리우드 스타일이 가지는 단점을 버려버릴 수 있다
바로 현대에 와서 영화에 익숙해진 관객이 어쩔수 없이 생각하는 이것은 영화이며 허구일 뿐이다라는 생각을 모두 던져 버릴 수 있게 만든다

결국 핸디캠의 촬영으로 많은 관객들에게는 멀미를 안겨줬을지는 모르지만 기존의 방식이 가지지 못한 현장감을 전해줄 수 있었다 그것은 이와이 슌지가 여지껏 대대적으로 사용하던 핸드헬드로도 흉내낼 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촬영법으로 이 시퀀스를 전혀 다른 문체로 표현 한 것이다
마치 초등학생들의 이야기를 채팅용어를 사용해서 설명 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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