랙 포커스 한마디로 말하자면 포커스 이동이다
위의 영상에서 포커스 이동을 통해 감추어졌던 정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살펴보자

<렌트가 살고있는 집의 문에는 철그물이 있다>

렌트가 혼자 살게된 집의 현관문에는 철그물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 장면에서만 나오는 것으로 아무래도 의도적인 미쟝센이라 생각된다

위를보면 심각한 표정으로 출근하는 렌트의 등뒤로 벡비가 나타난다
벡비는 포커스가 나가있지만 앞의 장면을 통해서 그리고 곧 바로 그의 포커스가 맞게 되므로 관객들은 손쉽게 이자식이 벡비인것을 알수있다

벡비가 뒤에 나타나는 타이밍에 렌트에 맞춰진 포커스가 문에 있는 철그물까지 보여지면서 마치 렌트가 감옥에 갇힌 듯한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철그물에 손을 얹고있는 렌트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철 그물에 손을 대고 있는 렌트의 장면 역시 의도적이라 생각된다
어째서 렌트는 문에 다가오자마자 손잡이를 잡지 않고 철그물에 손을 얹는가 그것도 상당히 타이트한 샷에서 자신의 얼굴 옆에 프레임안에 적절히 보여지게 말이다

너무나도 의도적인 이 장면은 뒤에서 벡비에게 포커스가 맞는 장면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렌트가 벡비와 함게 사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표현하고 있다
물론 나레이션과 렌트의 표정만으로도 알수 있지만 영화가 가진 또하나의 표현양식 미쟝센을 통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 문 밖에서 촬영하면서 렌트와 벡비를 똑같이 철그물 안에 배치하고 있다 벡비와 함께 있을때의 렌트가 감옥에 갇힌듯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마지막 샷이 가장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벡비가 방에 들어가고 렌트역시 문을 열고 나간뒤에 카메라가 선택하는 포커스는 바로 철그물이다
렌트가 나가는 장면에서 포커스는 살짝 그를  따라가므로 특별히 따로 포커스를 이동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철그물에 맞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감독은 바로 이 마지막 장면을 통해서 가장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감옥에 갔어야할 벡비가 도망쳐서 은거하는 렌트의 집이 렌트에게는 감옥이 된것을 표현하기 위해 처음으로 정확하게 철그물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리고 철그물에 걸려있는 여러 먼지들 역시 렌트의 삶이 순탄하지 않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먼지들이라면 당연히 깨끗이 치우고 촬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에 클립해 놓은 동영상은 37초다
이 안에서 몇 컷이 있는가 세어보면 맨 처음에 커피숍이외의 컷은 제외하고 21컷이다
37초동안 21컷 2초에 한컷보다도 더 많다

이 장면이 커피숍에서의 대화장면이란걸 감안한다면 얼마나 빠른 리듬으로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씬의 첫번째 편집은 기가 막힐 정도로 빠르다

<어째서 쉐이크 먹는 장면에 이렇게 빠른 리듬의 편집을 하는가?>

특히 이 스퍼드와 마크가 쉐이크를 빨아 먹는 장면은 3초간 7컷이나 될정도로 엄청나게 빠르다
영화에서 큰 의미도 없는 이 쉐이크를 먹는 장면을 이렇게나 빨리 편집할 필요가 있었을까??

우선 텍스트적 의미를 살펴보자 쉐이크를 시켜서 단숨에 빨아먹는 장면은 이들의 '갈증'을 의미한다 
이후의 대화를 통해서 마약을 끊고 싶고 취직해서 제대로 살고 싶어하는 삶의 갈증에 대해서 3초에 7컷이나 집어 넣는 빠른 편집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제목에서 나오는 트레인스포팅이라는 게임이 엄청나게 고속으로 달려오듯이 이들의 삶역시 고속으로 흘러간다
어서 빨리 마약을 끊지 않으면 금방 없어진 쉐이크처럼 인생역시 손 쓸수 없는 상황으로 변해 버릴 것이다

그래서 대니보일은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을 아주 빠르게 가져간다

<이후의 이들의 대화 역시 아주 빠르게 편집된다>

쉐이크를 단숨에 마셔버린 스퍼드와 마크의 대화는 참 재미있다
마약을 끊으려는 노력에 대해서 역설하던 마크가 나중에 취직도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자 스퍼드가 면접에 들어가면 긴장되서 제대로 못하겠다고 이야기 하자 마치 처음부터 마약을 주려고 했다는 듯이 스퍼드에게 마약을 건낸다

스퍼드의 '빨리도 준비했네'라는 대사가 이 영화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보자

이 씬의 장면들은 특히나 이 영화에서 전체적인 흐름에 대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빨리 마셔버린 쉐이크와 자신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도 모를정도로 말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약을 꺼내 그것을 맛보고 복용한채 면접에 들어가게 된다

마치 삶에서 뭔가를 생각하고 고민하기 전에 나는 이미 선택을 내려버린 것처럼 모든 것이 흘러간다 처음부터 모든것은 정해져 있었다

이것이 영화의 맨 처음에서 마크의 나레이션으로 펼쳐지는 '선택의 문제'에 대한 대답일 것이다 마크는 아주 멋지게 나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마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결론은 처음부터 나 있었던 것이다

영화에서 마크가 처음 마약을 끊는다고 현관문에 못질을 하고 음식을 사다놓지만 바로 다음 컷에서 마크는 마약을 구하기 위해 전화를 건다
그리고 위의 장면에서 역시 마약을 끊는 노력을 하자고 스퍼드를 만나놓고는 그에게 바로 마약을 건넨다

이것이 절제력이 부족한 청춘의 '선택'이라는 것이 대니보일의 상징이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에서 말하듯이 한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기차의 번호를 선택해야 하지만 그것은 틀릴 가능성이 너무나 높은 답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인생은 이 게임처럼 틀릴 확률이 너무나 높지만 선택을 위해 고민할 시간도 없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다 영화의 처음부터 이들은 이미 마약에 찌들어 있었고 마약을 하지 않는 친구역시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전반에서 느껴지는 빠른 호흡
이것이 바로 순식간에 찾아올 영화의 결말
그리고 그들의 인생이 더이상 바꿀 수 없이 결정되는 순간에 대한 상징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 마크가 벡비의 가방을 훔치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조금의 뜸 들임도 없다
인생은 아주 짧은 한순간의 선택이 많은 것을 좌우한다는 이야기가 바로 트레인스포팅의 주제가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화장실
이것이 바로 이 장면의 타이틀이다
마약을 끊으려다 실패하고 결국 좌약식 마약을 사용한 마크는 갑자기 찾아온 설사기운에 급하게 화장실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은 하필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더러운 화장실이다

<그야말로 shit!! 화장실 내부의 첫장면은 이 이상 더러울 수 없다>

정말로 더러운 화장실을 본적이 있는가?
나는 한 주유소 화장실에서 어떻게 된일인지 똥이 난사되있는 장면을 본적이 있다
마치 산탄총에다 똥을 넣고 발사 한것 같은...
굳이 이런 화장실에서 변기에 앉아서 일을 보는 마크도 대단하다

어쩌면 대니보일 감독은 마크의 이런 고지식하고 도덕적인 면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변기도 어차피 안내려가는데 굳이 앉아서 일을 볼필요가 있는가?

첫번째 스샷의 경우 로우앵글로 촬영해서 더러운 바닥이 가까이서 보여지게 촬영했다
아 저 바닥에 넘어지기만 해도 울것 같다

<일을 보던 마크는 좌약식 마약이 생각나서 변기를 뒤진다>

이장면 또한 대단하다
이렇게 더러운 화장실에서 일을 본것만 해도 대단한데 자신이 볼일을 본 변기에 손을 넣어 마약을 찾는다
하지만 이런점이 마크의 마약에 대한 집착을 강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너무나도 더러운 화장실은 마크의 찌들어 있는 삶을 표현한다
이 장면 뿐아니라 마크가 친구들과 지내는 곳은 거의 '집'이라고 표현 할수도 없을 정도이다 계속해서 보여지는 이러한 미쟝센으로 삶의 질을 표현하고 있다 

<마크는 결국 좌약을 찾기 위해 변기에 빠진다>

조금 환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아마 이 영화 통털어서 유일하게 환상적인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크는 변기에 빠져 들어가 잠수를 해서 좌약을 찾아온다

촬영의 편리를 위해서인지 이상하게도 변기안의 물은 깨끗하다
그리고 놀라운건 좌약을 꺼내온 마크에게 묻어있는 물조차도 깨끗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조금 의아하다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더러운 화장실로 느낌을 전달하려고 했다면 잠수장면은 그렇다쳐도 마지막에 솟아나온 마크정도는 더럽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대니보일은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다

굳이 해석하자면 똥물에 손을 넣어서 마약을 가져오는 것이 마크에겐 죽을만큼 어려운 정도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만약 뒤에서 똥물에 빠져있는 마크가 표현된다면 당연히 상징적으로 그가 마약을 건져내기 위해 정말로 큰 '노력'을 했다는 표현이 된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더럽게 표현해서 마약에 빠지는 일은 정말 이렇게 처참한일이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관객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말 안해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말해봐야 어차피 마약에 빠진 사람들은 모른다

여기에서 굳이 더 더럽게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극단적으로 마약을 나쁘게 말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
대니보일은 그러한 표현을 원하지 않았다
마약을 하고 도둑질을 해도 아직 헤어나올 수 있는 젊음이라는 것 그래서 쿨하게 표현하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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