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법 : 하나의 사물이나 관념을 나타내는 말이 경험적으로 그것과 밀접하게 연관된 다른 사물이나 관념을 나타내도록 표현하는 수사법. ‘흰옷’으로 우리 민족을, ‘백의의 천사’로 간호사를,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나타내는 따위이다.

내 블로그 이름을 '똥싸는 블로그'라고 하는 것은 대유법인가?
내 고등학교 동창중에 심대유라고 있었다 물론 전혀 상관 없다

나는 이전의 포스팅을 통해서 영상도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므로 언어에 존재하는 문법들을 대입시켜왔다 은유법 강조법 반어법 등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08/12/16 - [영상문법] - 영화적 화법 - 은유 <릴리슈슈의 모든 것>
2008/12/18 - [영상문법] - 영화적 화법 - 반어,강조법 <릴리슈슈의 모든것>

하지만 이번편의 대유법은 은유법과 마찬가지로 비유의 한가지이다 어떻게 다른가?

사실 차이가 있다는건 알것도 같은데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부분도 은유라고 붙여야하나 고민했지만 왠지 나는 이 장면을 보고 29년 평생 거의 쓰지도 않은 대유법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냈다

<제니는 크뤼거할멈의 말도 안되는 요구를 들어주기 시작한다>

영화 포 미니츠에서 제니가 피아노 연주를 위해 크뤼거 할머니의 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크뤼거는 제니에게 말도 안되는 첫번째 규칙으로 시작한다
종이를 먹으라니..?
이것은 어떠한 의미도 없다 그저 크뤼거의 말에 제니를 복종시키기 위한 강경한 수단일 뿐이다
아무튼 위의 사진대로 아쉬웠던 제니는 크뤼거를 불러 세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아직 존재를 나타내지 않는 공놀이를 하는 붉은 옷의 꼬마가 보인다

<제니는 종이를 입에 넣어 씹어버린다 그순간 공놀이를 하던 아이는 날뛴다>

크뤼거의 말도 안되는 요구를 받아들여 종이를 입에 넣고 씹어먹는 제니
그것을 바라보는 크뤼거의 반응샷은 그녀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는 것이 아니라 어째서인지 상당히 넓은 사이즈와 심할정도의 아이룸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그 확보된 공간에서 한 꼬마아이가 커다란 공을 창문 철창에 던지며 신나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대유법이라고 생각한다
크뤼거는 제니를 원했다 제니의 재능을 자신이 살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머리를 숙여 부탁할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너무나도 말도 안되는 첫번째 요구를 제니에게 한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제니에 의해 받아들여졌고 이것은 크뤼거의 승리였다
크뤼거가 이 순간에 쾌재를 부르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제 제니는 그녀의 말대로 고분고분 잘 따라오는 재능있는 학생이 될 것이니까
하지만 감독은 할머니의 기쁨을 감히 표현할수가 없었다
감자기 크뤼거가 히딩크의 어퍼컷 세레머니를 할수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녀 대신 옆에 보이는 꼬마들이 난리를 치기 시작한다
이제까진 거의 소리도 내지 않던 녀석들이 갑자기 이 장면에서 창문철장을 두드리며 발을 동동구르며 신나게 웃는다
이것이 바로 '크뤼거의 기쁨'을 '아이들의 즐거움'으로 대유시킨 것이라 할수있다

<그리고 크뤼거는 이제서야 창문을 닫아 잠근다>

이 이야기를 언뜻 들으면 내가 오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제작 환경에서 생각해보자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은 분명 고용된 엑스트라 일 것이며 그들이 예견치 않은 소리를 냈을때 그것은 NG가 될 것이다
두번째 규칙을 설명하는 크뤼거가 창문을 잠그기 시작한다 물론 이것은 밖의 아이들의 예상치 않은 소동으로 크뤼거역의 배우가 순간적 기지를 발휘해 대사를 처리한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 샷의 초반 아이가 창문에 공을 던지는 순간 NG가 났을 것이다 그건 너무나도 크고 명확한 사건이었으니까

의도적으로 연출된 이 장면을 위해서 처음부터 창문을 열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장면이 지나가자 크뤼거는 마치 이 아이의 의도된 장난이 방해가 된다는 듯 창문을 잠궈 버린다 이것은 극적 타당성을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 장면을 위해 감독은 공을 던지는 아이에게 빨간 셔츠와 모자 그리고 커다란 공을 준비시켰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옆에서 날뛰는 아이의 복장은 그렇게 튀는 색은 아니지만 커다란 빨간공은 관객의 시선을 순간적으로 빼앗기에 가장 효과적인 색깔이었을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고들 한다
맞다 아니 나처럼 게으름 사람에게는 반이상이다
영상문법 블로그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게 벌써 1년이상은 된것 같다
친구가 티스토리 초대장을 보내주지 않았더라면  연말에 내인생을 되돌아보고 뭐라도 해야겠다 하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시작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신나게 하고 있다

영화의 첫번째 씬 첫번째 컷은 아주 중요하다
그것이 이영화에서 관객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영화들은 바로 그 첫번째 장면에 많은 힘을 준다
영화 포미니츠역시 첫번째 씬에 아주 많은 공을 들인것이 느껴진다

<영화의 첫번째 컷은 바로 철새가 이동하는 장면이다>

사실 영화의 첫번째 씬 특히 첫번째 컷은 순식간에 지나가기 때문에 그것에 앞뒤 문맥을 생각할수도 없고 그저 기억도 안난채 지나가버리기 일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첫번째 컷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영화의 전반에 걸친 분위기를 형성하며 철학적으로 큰 의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같은 컷이라도 첫번째에 배치하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위의 그림이 바로 영화 '포미니츠'의 첫번째 컷이다
철새가 이동하는 장면을 쫓아가는 평범한 샷이다
이 컷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게 과연 단순한 풍경을 찍는 설정샷일까?
그저 어둑어둑한 새벽녘을 보여주기 위해서 찍었는데  때마침 철새가 지나가길래 그것을 따라간 것일까? 그럴리가 없다
새벽에 나가 철새가 이동하길 기다렸다가 찍은 것이다 아니면 철새를 잡아다가 날리고 그들이 이동할 지점을 계산해서 찍었는지도 모른다

철새의 의미는 본능적인 이동- 생존법칙 이라는데 있다
이것은 나중에 펼쳐질 크뤼거와 제니의 대화에 연관시켜 생각해 볼수 있다
크뤼거는 제니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재능을 쓰기 위해 태어난 것이고 그녀가 가야할 곳은 콩쿨이라고 그게 바로 제니의 인생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생존법칙이다

제니가 향해야 할 인생이 바로 피아노였으며 그녀는 그것이 없으면 그저 살인죄를 뒤집어쓴 빈껍데기 인생일 뿐이다 그래서 피아노가 그녀의 삶을 살게 하는 유일한 수단이 된다 이것이 바로 첫번째 컷 '철새'의 의미이다

<2층 침대의 위에서 자고있는 제니의 뒤로 목매단 시체가 있다>

철새 컷 다음에 이어지는 장면은 꽤나 충격적이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만큼의 적막속에 자고있는 제니의 뒤로 목을 매단 사람이 보여진다

영화의 첫번째 씬은 영화의 설정과 캐릭터들을 설명해야하는 의무를 지닌다
때문에 다른 씬보다도 조금더 입체적인 설정이 필요하다
이 장면에서 영화의 주무대가 교도소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한사람의 자살로 인하여 이 교도소안의 삶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힘든가를 말해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제니를 보여줌으로써 그녀가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것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이 '자살'사건은 영화를 이끌어갈 다른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목을 매달은 죄수를 보여준 직후 보여지는 샷들>

목을 매달았다는 것은 관객에게는 아마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왜 그녀는 목을 매달았으며 그녀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관객들이 궁금해 하고 있을때 영화는 그녀에 대한 무관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목을 매단것을 제니가 알아챈 직후 교도소의 간수들이 보여진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들은 누가 죽었는지 목을 매달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이것은 바로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죽음'이란 것이 얼마나 무의미함을 말하면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쫓으라고 역설한다

<사회적인 무관심은 제니에게로 흘러들어와서 보여진다>

다시 방으로 돌아오면 깜짝놀라 잠에서 깼던 제니가 너무나 태연하게 시체에서 담배를 뒤져서 피는 장면이 보여진다
이것은 앞에서 보여진 사회의 무관심이 제니의 심성을 무미건조하게 만들었음을 상징한다 그리고 관객에게 제니의 캐릭터를 너무나 충격적으로 설명한다

이 직후에 제니는 프레임을 빠져나가 비상벨을 누르고 이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나는 이영화의 첫번째 씬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만큼만 보여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영화라면 당연히 한컷 한컷에 깊은 의미와 힘이 실리겠지만 특히 첫번째 씬의 경우는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고 생각된다
포미니츠의 이 첫번째 씬과 2009/02/19 - [영상문법] - 영상문법 - 클라이맥스 <포미니츠,Vier Minuten> 에서 보여준 마지막씬을 비교해 보자
피아노라는 것이 제니의 삶을 어떻게 이끌었으며 그녀를 진정으로 살게 한 것이라는 걸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다



영화는 클라이맥스가 존재한다
그것이 실제 인생과 다르던 형식화에 의한 결과던 상관 없다
물론 그들의 형태와 강도는 모두 다르다
하지만 특히 음악과 춤이 들어간 영화라면 클라이맥스 장면에 기대가 되는건 어쩔수 없다 더구나 포미니츠 같은 천재가 연주하는 음악영화라면 더더욱 그렇다

최근에 흥행한 스텝업2를 보면 마지막 장면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지 알수있다
오직 그 마지막 장면을 위해서 영화가 존재하는 듯이 보여지는 존재감이 있는 씬이다
하지만 음악, 춤 등 어떠한 공연이 들어간 영화는 그러한 공식을 가지고 있다
그 공식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관객들은 그것을 기대하고 어설프게 충족시키거나 공식을 어기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내가 이번에 첨부한 영상은 영화 '포미니츠'의 클라이 맥스 장면이다
영화의 가장 마지막 씬인 이 장면은 4분간 내가 숨을 쉬었나 할정도로 격렬하게 아름답다

<이 마지막 4분간 단 한컷도 아름답게 찍지 않을수 없다>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서 아름다운 영상을 위한 노력을 보자(그것이 비록 존재의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는 비주얼이라고 생각할지라도)

위 그림을 보자
연주의 시작 장면에서 너무나도 의도적인 렌즈 플레어가 존재한다
빛의 아름다움의 대표격이라 할수있는 플레어와 역광으로 촬영된다
제니의 연주가 피아노에 비치도록 완전한 실루엣으로 처리하는 짙은 콘트라스트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나는 이것이 좀 아쉽기도 하다)

<이것은 그저 한폭의 그림이다>

무대위의 제니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하는 조명으로 프레임을 한폭의 그림으로 구성한다

<렌즈플레어의 유무를 이용한 기법은 이미 너무나도 유명하다>

나도 단편영화를 만들때 아주 많이 해봤던 장면이다
렌즈플레어를 피사체에 가려서 보였다 안보였다하는... 이것을 위해서는 조명과 피사체 그리고 카메라가 일직선이 되는 의도적인 구도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감독은 플레어가 제니에 의해 완전히 가려졌을때에도 제니를 완전한 실루엣으로 처리하지 않고 여러곳에서 반사광을 주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애초에 실루엣의 느낌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듯 하다
하긴 그래야만 제니의 표정을 잡아 낼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의도적인 프레임속의 프레임들을 만들어낸다>

역시나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샷을 만들기 위해서 피아노의 위쪽으로 반사되는 앵글을 잡아낸다

<이 장면또한 의도적으로 조명의 위치를 달리한 장면이다>

앞에서도 보인 렌즈 플레어의 각도로는 이러한 장면을 만들어 낼수 없다
감독은 이 컷을 위해서 조명의 위치를 바꿨음에 틀림없다
이 새하얀 실루엣 클로즈업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렌즈 플레어가 이번에는 피아노를 치는 팔위로 생겨난다>

제니의 머리위로 렌즈플레어가 들어왔던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로우앵글에서 피아노를 치는 두손을 촬영한다 또다시 렌즈 플레어가 나타났다 없어졌다 하며 피아노에 반사되는 빛들이 또다른 미를 만들어낸다

<뒤를 보여주기 위해 렌즈플레어를 만들어내던 광원이 사라졌다>

연주의 마지막 무렵 제니의 모습 저편으로 들어오는 경찰들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리고 관객과 그녀를 하나로 만들어 주기 위해서 가장 강한 조명은 자취를 감춘다
제니의 등에 강하게 떨어지는 빛과 바닥의 동그란 빛의 모양을 생각해보면 이샷에서의 조명은 머리위에서 강한 스팟 라잇으로 처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이 외에도 2프레임씩 교차로 편집한 장면이라던가 크레인 샷을 중간을 잘라내어 점프컷으로 처리하는등의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

천재의 연주를 보여줘야하는 포미니츠라는 영화에서 이 마지막 장면은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어떻게 관객을 감동시켜야하는가
그를 위해서 영화는 제니의 천재성이라는 캐릭터를 빌어 새로운 연주 형태를 만들어낸다 마치 난타와 탭댄스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을 추가함으로써 제니의 연주를 더욱 풍요롭고 충격적으로 만든다 그를 위해 퓨전 클래식을 미리 만들어놨음은 당연한 것일테다
그리고 그 연주들이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미학적으로 연구된 컷을 통하여 그녀의 연주장면을 아름답게 꾸민다

비록 이 장면이 4분동안의 연주의 힘만으로 관객을 감동시키지 않고 카메라와 빛, 그리고 편집의 기교를 부렸다고 해서 평가 절하해서는 안된다
카메라와 조명,편집은 영화의 본질이다
물론 감독의 선택에 따라서 조용히 단 한컷으로 연주를 끝까지 들려줄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방식의 연출이었고 나는 이것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렌즈플레어와 피아노의 반사 그리고 편집 방법이 새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만말이다

그리고 제일 아쉬운 것은 관객들의 기립박수이다
격렬히 폭발시킨 연주의 응어리가 아직 관객의 가슴에 남아있을때 그것을 터뜨리지 않은채 영화를 끝냈더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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