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편이 영화 아멜리에를 분석하는 마지막 장면이 될듯 싶다
사실 처음 아멜리에를 분석하려고 생각했던것이 바로 이 침대 미쟝센의 변화였다
이 영화에서 아멜리에의 침대는 여러번 등장한다 하지만 어떻게 된것인지 침대 시트의 색이 바뀌게 된다

<맨처음 등장하는 아멜리에의 침대는 붉은 시트에 흰색과 갈색의 이불이 있다>

이 장면은 처음 등장하는 침실이므로 별 다를게 없다 하지만 이후의 변화를 살펴보자



<그 다음번에는 이불 외피는 없다쳐도 시트가 녹색으로 변해있다>

이 시트의 변화는 확실하게도 의도적이다 
실제 생활에서 이불의 시트가 여러장일수는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 굳이 그럴필요가 있겠는가? 
이 장면에서 흰색 베개와 흰색 이불내피는 그대로이다 하지만 갈색 덧이불과 붉은시트가 사라지고 대신 녹색 시트가 덮여져있다
감독은 한 장면의 느낌을 바꾸기 위해서 소품의 색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처음의 침대 장면이 붉은 벽과 함께 나오는 샷인데 반해 두번째 장면은 벽을 자르고 오직 침대만이 등장하는 것이 그렇게 분석하는 원인이다
즉 감독은 두번째 장면에서 갈색, 붉은색 계열이 나오지 않길 바랬다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이번에는 어찌된 일인지 베개가 녹색이 되었다>

이번에는 어떻게 된 일일까 시트의 색은 잘 보이지 않지만 베개가 녹색으로 변해있다
이 색의 배치는 뒤의 강아지 그림의 배경색과 비슷하다 의도는 분명히 않지만 감독은 베개의 색을 바꿈으로써 또다른 의미를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다

<녹색베개 붉은시트 오렌지색 덧이불 하지만 침대의 위치가 바껴있다>

이불과 베개의 색은 이번에는 바뀌지 않았지만 아멜리에가 편지를 늘어놓는 장면을 위해서 침대의 위치가 옮겨진 것을 알수있다
첫번째 사진과 이전의 사진을 보면 침대의 머리는 분명 벽에 딱붙어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멜리에의 머리가 나온후 늘어진 편지를 촬영할 수 없기 때문에 침대의 위치가 옮겨져 있다
이것은 사실 명백한 옥의 티다
하지만 이전의 침대와 베개의 색의 변화도 엄밀히 말하자면 옥의 티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그 순간의 표현을 위한 의도된 장면이므로 이것은 연출이라 부르겠다

<드디어 니노와 이루어진후 베개와 이불은 다시 색을 감춘다>

결국 어렵사리 니노와 이루어진 아멜리에는 그를 꼭 끌어안은채 생각에 잠겨있다
하지만 이장면에서는 갈색의 덧이불이 없고(이것은 더워서 그렇다고 해줄수 있다) 베개는 다시 흰색으로 돌아와있다

한두번은 분명 실수라고 생각할수 있다 
하지만 5번의 침대 장면동안 계속해서 변화된 이 소품들이 결코 실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붉은 침대 시트를 녹색으로 변화시킨것은 절대 있을수가 없는 실수이다
누가 시트가 잠깐 없어서 다른걸로 대체할때 보색관계의 색을 가져다 놓겠는가

나는 미술에 대해 문외한이고 색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서 이장면들의 의미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히 감독은 붉은색과 녹색 그리고 흰색을 배합하여 장면마다 새로운 느낌을 연출해 내고 싶어한다는 것이 분명하다
 


이번에 소개할 내용역시 아멜리에의 몽상가적 기질이 낳는 말도 안되는 상상의 표현이다
니노에게 4시까지 까페로 오라고 전했는데도 불구하고 4시 10분이 되도록 나타나지 않자 아멜리에는 가능성은 두가지라고 상상한다
첫번째는 사진을 못봤을 경우이고 두번째 이유가 아주 재미있다
두번째 이유는 정리해서 말하자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결국 이런식의 논증을 통해 아멜리에는 니노가 사진을 보지 못했을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쌩뚱맞게 은행 강도들에게 붙잡힌다>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이스탄불에 팔아넘겨진다>
<핵탄두 탈취 작전에 투입된다>
<가까스로 살아남아 회교반군이 된다>

은행강도에게 인질로 잡혀서 사고를 당해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이스탄불로 팔려가서 핵탄두 탈취에 투입되고 또 지뢰 사고로 겨우 혼자 살아남아 회교반군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아멜리에가 생각하는 니노가 사진을 보지 못했을 경우 이외의 다른 한가지 가능성이라는 이야기다

위의 이야기는 너무나 허무 맹랑하고 길어서 결국 일어날 가능성은 제로라고 볼수있다 그 이야기는 아멜리에가 니노가 사진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 이외에는 나타나지 않을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결국 이것은 그가 사진을 못봤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장면에서 주목해야 할점은 영화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이런 장난스러운 상상을 실제로 나레이션과 함께 촬영해서 보여주었다는 점이다(일부분은 자료화면으로 대체하지만)

영화를 만드는게 굳이 이런 어려운 장면들을 새롭게 촬영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지만 감독은 굳이 이 장면을 연출해냈다

그 의미로는 역시 아멜리에가 니노가 나타나지 않는것을 크게 긴장하며 기다리고 있다는 익살스러운 표현이다
반어법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따져보면 그녀는 니노가 왜 나타나지 않는지에 대해서 모든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표현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멜리에의 몽상적인 캐릭터를 살리는 동시에 영화의 전반으로 깔려있는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영화의 분위기는 '하나와 앨리스'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은 연출들을 투입하여 자아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 장면역시 영화의 전체 플롯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아멜리에의 디테일한 감정표현과 영화의 전체 분위기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장면이 어려워서 찍고 싶지만 찍지 않았다면 영화 아멜리에는 특유의 분위기가 없는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하나를 포기하면 그것이 원칙이 되어 여러가지를 버리게 될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간만에 다시 과장법이다
2008/12/12 - [영상문법] - 영화적 화법 - 과장법 <우리개 이야기>
전에도 말했듯이 과장법은 대부분 코메디 장르에서 사용된다
이러한 과장이 아멜리에에서 어떻게 연출되는지 살펴보자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기로 한 참견쟁이 아멜리에는 담배파는 조제뜨와 스토커 남자를 서로 의식하게 만든가
결국 조제뜨와 스토커는 서로 마음이 통해서 까페 화장실에서 격렬한 정사를 벌이게 되는데 바로 이 장면이다

<커피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마치 신호음처럼 길게 과장된다>

첨부한 동영상 5초부근을 보면 아멜리에가 쟁반에 커피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상당히 과장되는 것을 알수있다
마치 신호탄을 쏘는것 같은 이 소리는 스토커남이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후 조제뜨에게 이 커피를 쏟아야게다고 마음먹는 아멜리에의 작전개시 소리인 것이다
잘들어보면 알겠지만 결코 커피잔을 내려놓는 것으로는 나올수 없는 긴 울림이 있는 소리이며 이것은 과장되게 연출된 것이다

<화장실에서 벌이는 정사로 인해서 카페안의 모든것이 들썩인다>

아멜리에가 옷에 커피를 쏟자 조제뜨는 화를내며 화장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스토커남과 격렬한 정사를 벌인다
그들의 섹스가 이루어지면서 까페안은 난리가 난다
잔에 담긴 물에 파동이 일어나고 진열된 컵들이 흔들리고 심지어 화장실 간판(?)불빛이 지직 거린다
만약 이것이 좁은 구조안에서 일어나는 섹스라면(예를들면 자동차안 같은) 이런 연출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할수있지만 이 장면은 명백한 과장이다

전에도 설명했듯이 과장된 연출은 코믹적인 요소를 포함하는것이 정론이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는 그것 말고도 좀더 거시적인 역할이 있다고 본다
그것은 바로 아멜리에가 니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촉매 작용을 한다
실제로 니노가 번호를 남겼지만 전화를 하지 않던 아멜리에는 스토커남이 조제뜨에게 복권을 사면서 연출하는 장면을 보고는 전화를건다(이 장면은 내가 첨부한 동영상에 없고 영화의 더 앞부분에있다)
그리고 위의 정사장면이 이루어지고 유리뼈 아저씨에게 붙잡을수 있을때 붙잡으라는 이야기를 들은 아멜리에는 바로 니노가 일하는 포르노왕국에 찾아간다
물론 이러한 사건들을 결코 인과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별개의 사건들로 해석할 수도 있다
스토커남과 조제뜨가 이루어졌다고 해서 아멜리에가 니노에게 연락하고 찾아간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이들의 만남이 아멜리에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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