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멘틱 코메디에서 로멘틱으로 속이다가 코메디가 되는 장면이다.
꽤나 재미있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는 이 장면을 보자

<여자의 감정에서 대화는 진행된다>

위의 네 컷을 잘 보면 여자와 남자 둘다 오버더 숄더 샷(O.S.S)로 촬영 되지만 앵글이 조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여자의 경우 남자의 어깨를 걸친 반면 남자는 여자의 얼굴이 걸쳐 나온다. 이것은 양쪽다 여자의 눈높이에서 촬영된 것으로 결국 여자의 감정으로 이 대화가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샬에게 차여서 괴로워하던 피터는 자신은 이제 무감각 해졌다면서 이 바위에서 뛰어내려도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레이첼은 뛰어내리라고 한다.
하지만 이 대사는 갑자기 피터의 입장에서 관객들에게 들린다. 

<컷은 전형적인 멜로의 느낌으로 진행된다>

전날 밤에 레이첼에게 키스하려다가 거절당한 피터는 그녀와의 썸씽을 접으려 한다. 하지만 그녀가 뛰어 내리라고 하고 그냥 은유적인 표현일 뿐이라는 피터의 말 뒤에 샷이 전형적인 멜로의 컷으로 바뀐다. 이제껏 오버더 숄더로 찍히던 것이 위를 보면 레이첼의 단독샷(그것도 남자의 시점으로 약간의 하이앵글), 피터의 단독샷 (레이첼의 시점으로 약간의 로우앵글) 그리고 아름다운 옆에서의 투샷으로 촬영된다.

그리고 34초에 레이첼이 '아무일 없을거에요 뛰어내려요'라고 말하면서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나온다. 피터와 관객 모두 레이첼의 말이 어제 거절했던 키스를 지금 다시 하라는 의미로 이 '뛰어내려요'를 듣게 된다.

그리고 피터는 당연한듯 그녀에게 키스를 하려고 다가간다.
 
하지만 이것은 관객과 피터를 속인 것이다.

<갑자기 레이첼이 뛰어내린다>

갑자기 음악은 약간 스펙타클하게 변하면서 레이첼은 바다로 뛰어내린다.
아.. 그녀의 말은 정말로 뛰어내리란 말이었다.. 그저 사랑의 슬픔을 잊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지 말고 차가운 물속으로 내던져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피터는 그녀에게 관객은 감독에게 속고 말았다.
전형적인 멜로샷의 흐름 그리고 그녀의 말에서부터 새어나온 피아노연주곡이 우리의 마음을 그렇게 흔들어놨다.

<시간의 확장>

이것은 위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이 마지막 뛰어내리는 3컷의 장면은 분명히 시간이 확장되어 있다.

첫번째 장면에서 레이첼은 분명 반이상 떨어진다. 하지만 그후 피터의 샷이 나오면서 그가 왓더헬!?이라고 외친후에 3번째 컷으로 가면 레이첼은 또 한참을 떨어진다.
사실 실시간이라면 왓더헬 외치기도 전에 그녀는 바다에 빠졌어야 맞는 것이다.

하지만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종종 이런식의 추락 장면등을 조금씩 반복해서 보여준다. 실시간으로 보여주기엔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3번째 장면은 살짝 슬로우가 걸린것을 알수 있다 레이첼이 떨어지는 것과 바닷물이 튀기는 것이 조금 느리기 때문이다.

편집은 기본적으로 시간을 압축하기 위한 것이지만 (영화안에서의 시간은 실제 영화시간인 2시간보다 훨씬 길기 때문이다.) 이렇게 종종 부분적으로 시간을 확장하는 장면들을 포함하기도 한다.


위에 클립해 놓은 동영상은 37초다
이 안에서 몇 컷이 있는가 세어보면 맨 처음에 커피숍이외의 컷은 제외하고 21컷이다
37초동안 21컷 2초에 한컷보다도 더 많다

이 장면이 커피숍에서의 대화장면이란걸 감안한다면 얼마나 빠른 리듬으로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씬의 첫번째 편집은 기가 막힐 정도로 빠르다

<어째서 쉐이크 먹는 장면에 이렇게 빠른 리듬의 편집을 하는가?>

특히 이 스퍼드와 마크가 쉐이크를 빨아 먹는 장면은 3초간 7컷이나 될정도로 엄청나게 빠르다
영화에서 큰 의미도 없는 이 쉐이크를 먹는 장면을 이렇게나 빨리 편집할 필요가 있었을까??

우선 텍스트적 의미를 살펴보자 쉐이크를 시켜서 단숨에 빨아먹는 장면은 이들의 '갈증'을 의미한다 
이후의 대화를 통해서 마약을 끊고 싶고 취직해서 제대로 살고 싶어하는 삶의 갈증에 대해서 3초에 7컷이나 집어 넣는 빠른 편집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제목에서 나오는 트레인스포팅이라는 게임이 엄청나게 고속으로 달려오듯이 이들의 삶역시 고속으로 흘러간다
어서 빨리 마약을 끊지 않으면 금방 없어진 쉐이크처럼 인생역시 손 쓸수 없는 상황으로 변해 버릴 것이다

그래서 대니보일은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을 아주 빠르게 가져간다

<이후의 이들의 대화 역시 아주 빠르게 편집된다>

쉐이크를 단숨에 마셔버린 스퍼드와 마크의 대화는 참 재미있다
마약을 끊으려는 노력에 대해서 역설하던 마크가 나중에 취직도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자 스퍼드가 면접에 들어가면 긴장되서 제대로 못하겠다고 이야기 하자 마치 처음부터 마약을 주려고 했다는 듯이 스퍼드에게 마약을 건낸다

스퍼드의 '빨리도 준비했네'라는 대사가 이 영화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보자

이 씬의 장면들은 특히나 이 영화에서 전체적인 흐름에 대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빨리 마셔버린 쉐이크와 자신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도 모를정도로 말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약을 꺼내 그것을 맛보고 복용한채 면접에 들어가게 된다

마치 삶에서 뭔가를 생각하고 고민하기 전에 나는 이미 선택을 내려버린 것처럼 모든 것이 흘러간다 처음부터 모든것은 정해져 있었다

이것이 영화의 맨 처음에서 마크의 나레이션으로 펼쳐지는 '선택의 문제'에 대한 대답일 것이다 마크는 아주 멋지게 나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마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결론은 처음부터 나 있었던 것이다

영화에서 마크가 처음 마약을 끊는다고 현관문에 못질을 하고 음식을 사다놓지만 바로 다음 컷에서 마크는 마약을 구하기 위해 전화를 건다
그리고 위의 장면에서 역시 마약을 끊는 노력을 하자고 스퍼드를 만나놓고는 그에게 바로 마약을 건넨다

이것이 절제력이 부족한 청춘의 '선택'이라는 것이 대니보일의 상징이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에서 말하듯이 한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기차의 번호를 선택해야 하지만 그것은 틀릴 가능성이 너무나 높은 답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인생은 이 게임처럼 틀릴 확률이 너무나 높지만 선택을 위해 고민할 시간도 없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다 영화의 처음부터 이들은 이미 마약에 찌들어 있었고 마약을 하지 않는 친구역시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전반에서 느껴지는 빠른 호흡
이것이 바로 순식간에 찾아올 영화의 결말
그리고 그들의 인생이 더이상 바꿀 수 없이 결정되는 순간에 대한 상징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 마크가 벡비의 가방을 훔치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조금의 뜸 들임도 없다
인생은 아주 짧은 한순간의 선택이 많은 것을 좌우한다는 이야기가 바로 트레인스포팅의 주제가 아닐까


이 장면은 러브레터 이후 아오이 유우를 우리나에 격하게 알린 이와이 슌지의 하나와 앨리스 라는 영화의 첫 부분이다

오늘 소개할 내용은 영화의 편집과 시간의 관계에 대해서이다
위의 동영상 내용을 설명하기전에 먼저 기본적으로 영화에서 어떤식으로 시간을 다루는지에 대해서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장편영화를 90분정도라고 치면 영화밖에서의 시간은 말그대로 리얼타임 즉, 90분이 된다.
하지만 영화 안에서의 시간은? 말그대로 며칠이 될수도 있고 몇년이 될수도 있고 심지어는 몇백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영화도 간혹 있다.
이런식으로 대부분의 영화는 스토리상의 시간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물론 90분의 시간동안 똑같이 90분을 보여줄수도 있으며 흔치 않게 90분동안 더 짧은시간 예를들어 단 5분간의 시간만 보여줄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영화들이 존재하며 실험정신으로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시간의 압축과 확장은 어떻게 하는가?
간단하게 말하자면 편집을 통해서 이다
시간의 확장은 오히려 간단한 편이다 90분동안 보여주고 사실은 5분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시계를 보여주면 된다(영화안에서)
물론 5분동안 일어날 수 없는 사건들을 다루는 것은 너무 뻥같아서 안되겠지만 실제로 시간확장류의 영화들은 말도 안되는 사건들을 더 짧은시간안에 이루었다고 표현할수도 있다
시간 확장의 똑같은 방법은 평행편집이다
5분동안 일어나는 일 18개를 적당히 섞어서 보여준다고 생각해보자
5x18 = 90 즉, 90분을 보여줄수 있다
이것은 리얼타임이므로 4~5개 정도의 사건을 뒤죽박죽 보여주고 스토리상 플래쉬 백이라던지 그런것으로 보여준 장면을 반복함으로써 90분을 채울수도 있다

그렇다면 시간의 압축은? 기본적으로 영화에서 행해지는 것이므로 더 디테일하게 작업된다
대부분의 영화가 90분보다 훨씬 긴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그러므로 영화는 매씬마다 매순간마다 시간을 압축한다고 볼수 있다
기본적으로 영화가 씬이 나뉘어 지는 이유가 바로 시간의 압축이다
씬의 정의가 무엇인가? 바로 시간이나 장소가 바뀌어지면 씬이 바뀐다는 것이다
시간이 바뀐다는 것은 중간의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며 씬이야 말로 시간 압축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그리고 한 씬 안에서 시간을 압축하는 수단이 있다 바로 편집이다.
이번에 소개할 내용은 바로 이것에 관해서이다
내가 첨부한 동영상을 보면 처음에 하나와 앨리스가 앞뒤로 열심히 걷고 있다
그리고 컷이 바뀌고 전철역이 나오고 화면멀리서 화면안으로 하나와 앨리스가 뛰어들어온다

<화면안으로 뛰어들어오는 하나와 앨리스>


어째서 그녀들은 굳이 화면밖에서 안으로 뛰어들어오는가 (프레임 인 하는가?)
결론을 이야기하면 시간의 압축이다
처음에 하나와 앨리스가 걷고 있는 곳은 길거리이다 그장면에서 그녀들은 어떤 문이나 건물을 만나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장면에서 바로 기차역안에 들어와 있다면? 그것은 관객을 놀라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들은 길거리에 있다가 컷이 바뀌고 2~3초후에 화면안으로 들어옴으로써 그 중간의 시간을 뛰어넘는다

같은 방식으로 또 그녀들은 화면밖으로 사라진다 (프레임 아웃한다)
그리고 컷이 되고 그녀들은 또 밑에서 부터 위로 화면안으로 들어온다 육교를 올라온 것이다

<화면 안으로 밑에서 뛰어들어오는 하나와 앨리스>


여기서도 똑같은 시간 압축이 행해진다 실제로 육교를 올라오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아무리  빠르고 체력이 좋은 여고생이라도 10초는 걸리지 않을까?
10초동안 육교를 오르는 모습을 보여줄수는 없다 그래서 이렇게 편집된다
문안으로 들어와서 왼쪽으로 뛰어사라진 컷직후 그녀들은 육교를 오르고 있다
그리고 컷이 된후 화면밑에서부터 등장하기 전까지 그녀들은 육교를 오르고 있었다
단순한 표현이지만 이런식으로 모든 영화는 시간을 압축한다

다시한번 그녀들은 육교를 오른후 화면 오른쪽으로 빠져나간다
이번에는 그 직후 전철의 역이름이 표시된 판이 보여진다 (사실 이 장면은 영화에서 어떤 텍스트적 의미도 없다고 볼수 있다)

<그녀들이 육교위를 뛰어가고 역의 간판이 보여진다>


<그리고 나온 컷에서 그녀들은 화면안으로 들어오지도 더이상 뛰고 있지 않다
멈추어 서있다>

생각해보자 만약 그녀들이 육교를 뛰어올라와 오른쪽 화면밖으로 뛰어 사라진후 컷이 되고 역이름이 나오지 않고 바로 육교를 내려와 멈춰서 있는 모습이 나온다면?
사실 그녀들은 화면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시간압축이라고 볼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그렇게 편집할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 뛰다가 갑자기 멈춰서있는 그 쌩뚱맞은 느낌은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감독은 그 사이에 그녀들이 이미 육교를 내려와서 입김을 불며 장난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전철역의 이름이 표시된 설정샷을 집어 넣는다

사실 방금 설명한 마지막 컷은 시간의 압축을 위해서라면 굳이 집어 넣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시간을 압축한다고 그냥 마구마구 해버린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장르적 씬별 느낌에 맞게 압축해야 한다
이와이 슌지는 달리로 촬영한 전철역 이름 설정샷 하나를 넣음으로써 그녀들이 육교를 뛰어내려와 숨을 고르고 입김을 불며 장난을 칠수 있는 시간을 리드미컬한 시처럼 압축했다

바로 이것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연출할때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영화의 시간적 압축은 영화의 리듬을 만든다
리드미컬하지 않은 영화는 딱딱하고 머리아픈 책을 읽는것 만큼이나 재미 없다



<씨네마틱에 기사화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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