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이라는 영화의 세계관에서 그들은 어떤 존재인가?

여러 대화를 통해 유추해보면 오랜동안 비밀스러운 임무를 통해 세계를 균형있게 통제해온 집단이다.

 

물론 귀족들이 시작한 것이고 아마도 최초의 서민출신 킹스맨을 선발하는 자리에서 에그시의 아버지는 고결한 희생으로 죽는다. 그리고 에그시의 아버지의 라이벌이었던 다른 서민출신이 킹스맨 코드 랜슬롯이 된다.

 

그들은 멋진 슈트에 넥타이, 안경, 가지런히 빗은 머리를 킹스맨의 멋으로 여긴다.

이들이 여기는 '멋'이란 아주 중요한 것이다.

단순히 겉멋이 아닌 정체를 들켜서는 안되는 그들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내면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킹스맨의 이런 복장은 '멋'이 아닌 규율같은 것이다>

 

볼펜, 라이터, 구두 이런 모든 것에 최첨단 무기를 심어 놓는다.

하지만 수트와 타이는 그저 그들의 '멋'일 뿐이다.

그런 그들이 임무때 항상 즐겨 입는 것이 바로 검은 수트다.

 

랜슬롯의 추모주를 마시는 전세계에 흩어진 킹스맨들도 해리의 뒤를 이은 에그시 역시 같은 복장이다.

이 것은 영화에서 '킹스맨'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결코 우연이거나 실수일 수 없다.

 

 

<그러나 영화 초반에 죽는 '랜슬롯'의 복장만이 다르다>

 

 

영화 초반 혼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죽음을 맞아 '도발적 사건'을 제시하는 킹스맨 랜슬롯의 복장은 어째서 다를까?

 

우선 검은색 수트가 아니고 안경도 착용하지 않았으며 구두나 넥타이의 색깔역시 다른 킹스맨과 다르다. 물론 영화속 세계에서 랜슬롯요원의 취향이 반영된 것일 수 있겠으나 초반에 죽음으로 거의 어떤 정보도 밝혀지지 않는 인물의 의상을 이렇게나 돌출되게 표현할 이유가 있을 것인가?

 

매튜본 감독이 과연 이런 의상에 대해 아무생각 없이 입혔다고는 생각 할 수 없다.

단편영화도 아니고 일반 의상도 아닌 '킹스맨'의 의상이 아닌가.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영화 초반에 죽음을 맞는 임무를 실패하는 킹스맨에 대한 이미지를 다르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가 해석된다.

이 랜슬롯이란 요원은 17년간은 대활약을 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너무도 쉽게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등장하는 킹스맨들의 검은수트와 활약 완벽성을 생각하면 이 초반의 나약한 죽음을 상징적으로 이용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검은색 수트를 입은 킹스맨의 죽음이 아닌 킹스맨의 죽음으로 인한 후임선발 사건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이렇게 생각하면 나중에 검은색 수트를 입고 죽는 해리에게도 겹치지 않는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트의 색 뿐 아니라 안경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사실 굉장히 의아하다.

킹스맨들이 착용하는 안경은 단순히 멋이 아닌 분명한 특수기능을 가지고 있는데도 (물론 전투용 기능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랜슬롯은 임무를 하는데 안경을 쓰지 않다니.

 

오히려 그렇게 완벽하지 않은 복장의 킹스맨이기 때문에 그의 죽음을 암시하기 위한 미장센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다.

 

물론 설원이라 안경에 김이 서리기 때문에 미착용했나?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 역시 특수한 기능을 생각하면 안경을 아예 가지고 오지 않은듯한게 이해할 수 없고 킹스맨정도의 기술이라면 김이서리지 않는 안경을 만들어 낼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두번째 해석은 이 뿔테 안경과 검은색 수트는 '갤러해드'의 멋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영화에 등장하는 킹스맨 요원은 사실상 갤러해드와 랜슬롯 둘인데 각 요원마다 후계자를 추천하며 키우고 자신의 모든것을 물려주는 전통을 생각해 봤을 때 이 해석도 상당히 그럴듯해 보인다.

새로운 랜슬롯이 우주에 가느라 정장을 착용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아서 확실히 알 수 없지만 2탄이 나왔을 때 알수 있게 되지 않으려나?

 

 

<목숨을 건 전투에서도 에그시가 안경 착용하는 거 봐>

 

 

특히 마지막에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에그시의 복장을 보면 명확하지 않은가?

에그시가 갤러해드의 복장을 이어나가건 초반의 랜슬롯을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다른 미장센으로 표현했건 간에 분명한것이 있다. 영화 초반의 랜슬롯의 복장은 분명 에그시의 이것과 '다른 것'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는 것.

영화 킥애스로 히어로물을 과감하게 비틀어 버린 매튜본 감독의 스파이 영화.

이 작품에서 역시 그는 스파이물이라는 장르를 비틀어 버린다.

 

장르를 파괴할 것이라면 역시 처음부터 해야 제맛.

킥애스에서 히어로로 보이는 정신병자가 추락사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 처럼 이 영화는 어떻게 시작하고 있는지 살펴 보자.

 

 

<영화는 카세트테잎이 돌아가는 이미지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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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는 카세트 테잎이 돌아가는 이미지로 시작한다.

거기서부터 카메라가 빠져서 날아가는 헬기를 따라가다가 결국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킹스맨들이 있는 건물 안까지 단 한 컷으로 보여준다.

 

게임 영상같기도 하고 화려하고 재미난 이 쇼트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2009/09/13 - [영상문법] - 영화시작의 메타포 - <바닐라 스카이, Vanilla sky>

2016/05/30 - [영상문법] - [영상문법] 영화의 시작과 끝 - 건축학개론, 2012

2011/08/12 - [영상문법] - 시치미 떼며 시작하기 <모짜르트와 고래 : Mozart And The Whale, 2005>

2009/09/13 - [영상문법] - 영화의 시작 - <귀 없는 토끼, Rabbit without ears>

 

링크한 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영화의 시작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관객이 처음 만나는 이미지 처음 만나는 사건 그것을 어느 시점에 어떤 각도로 누구의 관점으로 보여줄 것인가?

 

영화의 시작을 선택하는 것은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를 전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영화 킹스맨의 첫 씬 자체는 아주 납득이 가는 방식이다.

주인공 에그시가 이후에 겪어야할 이야기의 전사가 펼쳐지는 것이며 이 영화의 배경 스토리가 되는 중요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보여주는 방식이 왜 하필 엑스트라들이 듣고 있는 오디오의 카세트테잎 이미지인 것인가? 누가 무엇을 듣고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이 카세트테잎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영화에서 의미가 전혀 없다.

그럴리가 있나? 영화를 처음 만드는 초짜 감독도 아니고 매튜본이 그럴리가... 그리고 이 영화의 전반적 쇼트들을 보더라도 감독이 아무 생각 없이 이 장면을 넣었을리는 없다.

단지 의도적으로 아무의미 없는 카세트테잎으로 부터 시작한 것이다.

 

왜냐고? 이 영화는 장르를 비트는 영화니까.

장르영화를 포함해 모든 영화에서 일컬어지는 영화의 첫 이미지의 미덕을 지키지 않는 것이야 말로 뒤틀기의 미덕이니까.

 

맥거핀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영화에서 만약 총이 나온다면 그 총은 영화 안에서 반드시 쏘아져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다. 쏘아지지 않을 총이라는게 영화에 등장하는 것이 의미가 없으므로...

하지만 스릴러의 아버지인 히치콕 감독이 이 이론에 빅엿을 먹인다. 맥거핀 이론으로...

 

영화에 총이 등장하면 반드시 쏘아져야 한다고? 그럼 관객이 그것을 모두 알고 있을 것 아닌가? 그러므로 쏘아지지 않아도 의미가 생긴다. 바로 훼이크라는 명목으로...

히치콕 감독은 이런식으로 의미 없는 장면을 영화 초반에 배치하여 관객을 혼란시켰다.

범인이 아닌데도 범인처럼 보여지는 은밀한 장면들이라거나 무언가 사건이 일어날 전조의 느낌을 주는 장면이라거나...

 

킹스맨의 첫번째 카세트테잎도 비슷하게 해석되리라 생각한다.

영화의 첫번째 이미지가 의미있어야 한다고? 그건 장르영화에서 늘 그렇게 해왔지.

그런데 맨날 똑같이 만드는건 지겹잖아. 그러니까 빅엿을 선사하지.

이게 매튜본 감독의 생각이 아닐까?

 

그렇지만 매튜본 감독은 내공이 보통이 아니므로 혼자서는 아무의미 없는 이 카세트테잎의 이미지를 마지막 씬과 결합하여 의미를 만들어낸다.

 

 

<영화의 마지막 씬에 역시 아무의미 없는 카세트테잎이 또 들어간다>

 

 

모든 사건이 끝난듯 보여지지만 그렇지 않다.

매튜본 감독이 만든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는 스파이물과 다르니까.

 

원래 스파이 영화의 주인공 예를들어 007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고민이 없다. 평화를 지키는 것에 한치의 의심도 없으며 가족같은 자신의 약점이 될만한 약한 내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서 주인공의 가장 큰 목적은 크나큰 소명과 자신의 성공이다.

 

하지만 에그시는 좀 다르다.

그는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인생에서 실패해온 실패자이며 그가 킹스맨이 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아버지가 살아계시기 전으로 가족을 되돌려 놓는 것이다.

이것이 에그시가 이루고자 하는 가장 궁극적 '임무'이다.

 

그래서 영화 초반에 나온 카세트테잎의 이미지로 부터 어긋난 에그시 가족의 운명이 같은 이미지로 시작된 마지막 씬에서 마침내 제 궤도로 돌아온다.

 

마지막 씬에서 스승의 가르침을 똑같이 악당들에게 돌려주며 자신의 최후의 임무를 수행하는 에그시가 멋진 이유가 무엇인가?

이 장면이야 말로 에그시가, 그리고 그에게 이입된 관객들이 가장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였기 때문이다. 마음속 깊이 박혀있던 가시를 빼내는 장면이기 때문에 그렇게 통쾌하고 신나는 것이다. 물론 액션도 쿨하고 멋있게 찍었지만.

의미없는 액션은 그저 허세에 불과하지 않는가?

 

영화의 첫번째 컷을 의미있게 찍으라는 법칙을 무시하기 위해 카세트테잎으로 시작하지만 그것에 다시 자신만의 작법으로 의미를 부여한 매튜본 감독의 연출력이 사실 좀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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