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에서 소개하는 장면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좋은 롱테이크는 치밀한 동선과 함께 탄탄하게 구성된 움직임으로 관객의 무의식에 많은 것을 전달한다

영화 아멜리에에는 아주 많은 재미난 장면과 빈번한 수평의 파괴가 나오지만 유럽영화 답게 아주 높은 빈도수로 트랙킹이나 크레인을 이용한 롱테이크가 나온다
그 중에서도 영화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는 이번 장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계산된 크레인의 움직임으로 프레임안에 보여주고자 하는 개체가 부드럽게 변한다>
  
사진의 순서대로 카메라는 처음에 뒤에서 부르지만 왠지 모르게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길을 바쁘게 걸어가는 대머리의 뒷모습에서 그를 쫓아가는 남자를 잡았다가 그의 오토바이에서 떨어져 나간 가방을 돌아 그 뒤를 쫓아오다 그 가방을 줍는 아멜리에로 이어진다

이 장면이 롱테이크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편집 되었을까
차를 타고 떠나는 대머리의 뒷모습에서 그를 쫓아오던 남자가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의 정면으로 넘어가고 그것이 패닝되어 쫓다가 차에 부딪혀서 떨어지는 가방에 클로즈업이 들어가고 뒤에서 나타나 그것을 줍는 아멜리에의 샷으로 넘어갈 것이다

정리해 놓고 보니 분명 편집이 되지 않은 롱테이크인데도 이 장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모두 잡아놓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하지만 이 롱테이크는 결코 쉬운장면이 아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앞의 컷을 나눈 장면보다 훨씬촬영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카메라 무빙의 속도와 배우들의 움직임을 맞춰야 하고 무엇보다 갑자기 나타난 차가 오토바이 옆의 가방만을 건드려서 떨어뜨리는 장면을 따로 찍지 않는다면 엄청난 ng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물론 미리 해놓은 장치로 자동차 옆을 스칠때 가방을 인위적으로 떨구는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떨어진 가방을 쫓아오던 카메라가 돌아서 뒤를 보여주면 때맞침 뛰어오는 아멜리에와 함께 잡히는 타이밍이란 결코 쉬운 장면이 아니다
하지만 어째서 감독은 컷을 나누지 않고 이것을 한장면 쭉 보여주는가 (영화 아멜리에에서는 이러한 롱테이크가 굉장히 많이 사용된다)

그 첫번째로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컷을 나누는 것은 영화를 리드미컬하게 하지만 그것은 결국 조작이고 연속편집을 하더라도 그것은 엄연한 의미의 완전한 연속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롱테이크로 촬영된 샷에서는 완벽한 연속성을 만들 수 있으며 이러한 샷이 한 여자의 삶을 다룬 영화에서는 너무나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아멜리에의 인생이 순간순간의 판단과 사건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듯이 롱테이크로 촬영되는 장면들은 그런 흘러가는 인생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촬영 방법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감독은 이러한 촬영 방식을 많이 배치해 둔것이 아닐까

또한 이러한 촬영 방식은 완벽한 연속성에서 기인하는 완전한 인과관계를 부여한다
만약 앞에서 설명했듯이 편집이 되었다면 그것은 편집에 의한 인위적인 인과관계의 부여이다 하지만 대머리남자에서 그를  쫓는 남자 그리고 그가 떨어뜨린 가방 그리고 그뒤에  뛰어오던 아멜리에가 그것을 줍는 장면은 인위적이지도 않고 당연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인과관계의 사건이라는 것이다
행위의 의미를 살펴보면 도망간 대머리의 남자는 항상 사진을 찍고 그것을 찢어버리는 남자였고 찢어진 사진들을 모아서 앨범을 만든 남자는 그를 쫓아가서 그 의문을 해소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러한 추격속에서 그의 가방 하나가 자동차와 충돌하게 됐고(이것은 사고지만) 그에게 호감을 가지던 아멜리에가 그 가방을 주워서 자세히 살펴보는 것 까지의 완벽한 사건의 인과관계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크레인 샷은 굳이 편집 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가장 중요한 샷들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감독은 연속성을 해치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인과관계를 낫는 이러한 짜임새 있는 롱테이크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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