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도입부에선 많은 것을 설명해야 한다.
영화의 분위기, 배경, 인물등에 대한 것들을..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언제나 따로따로 설명할수는 없다. 영화에게 주어진 2시간이라는 시간은 감독이 보여주려던것을 모두 보여주기에는 짧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영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에서 감독은 주인공 시이나에 대한 캐릭터 설명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시이나의 이사 장면에서 그의 성격을 보여준다>

영화가 시작하고 첫 장면은 뜻모를 장면이다. 하지만 이것은 나중에 다시 나오는 중요한 장면이며 영화에서 많은 의미를 가진다.

아무튼 그런 정체불명의 씬이 지나가고 나면 상당히 평범한 영화의 초반 오프닝 시퀀스가 펼쳐진다. 전철에 탄 시이나가 비춰지고 곧 이사 장면이 나오면서 관객들에게 '아 이남자가 이영화의 화자(주인공)이며 지금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왔구나.. '라는 정보를 전해준다.

사랑하는 마도리라던가 4월 이야기등 수많은 일본 영화가 주인공이 이사하며 시작한다. 이사라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기에 너무나 좋은 상황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이사 장면에서는 주인공의 성격을 크게 부각시켜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이 장면에서 미리 시이나의 성격을 확실하게 보여주며 그것이 이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데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맨위의 장면을 보자 뭔가를 나르고 나온듯한 시이나와 물건을 가지고 들어가는 이삿짐 센터 직원이 마주친다. 그리고 둘은 잠시 우리가 흔히 그러듯 좌우로 부비적(?)거린다. 사실 이 장면은 누구나 있을수 있는 장면으로 이것이 시이나의 캐릭터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당신이 감독이라면 둘이 부비적 거리는 장면은 의도인가 아닌가? 의도가 아니라면 대부분 저런 장면은 엔지가 되기 십상이다. 물론 뭐 현장성에 기댄 영화라면 맘데로 하세요 하고 우연히 저렇게 만들어진 장면에 대해 우연성의 예술이라며 기뻐할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저것은 감독의 의도일 것이다.

왜 시이나와 이삿짐센터 직원을 부비적거리게 만드는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것은 시이나의 우유부단한 성격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단지 그런 성격을 말해주기 위한 분위기를 형성할 뿐이다.

이후의 장면을 보자. 어째서인지 시이나는 혼자서 짐을 나르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가 다른 짐꾼이 나오자 같이 뛰어나온다. 그리고 그가 혼자서 크고 무거운 것을 들자 그것을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안도와주는 것도 아닌 어설픈 자세로 함께 집에 들어간다.

이 장면이 바로 시이나의 성격을 명백하게 드러내주는 것이다. 보통의 성격이라면 자기 혼자 나를수 있는 짐들을 나를 것이다. 그게 이사도 빨리 끝나고 할일 없이 있는것 보단 나으니까. 그게 아니라 어차피 돈을 주고 맡긴거니 난 쉬어야지 했다면 뒷짐지고 이거 여기놔달라 저기 놔달라 하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시이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고 있다. 이사일을 돕는것도 아니고 감독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장면으로 감독은 시이나가 살짝 소심하고 우유부단하다고 관객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은 이후에 '카와사키=도르지'를 만나고 그의 황당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그에 얽매이게 되는 영화적 스토리의  타당성을 만들어 낸다.

영화를 본사람은 알겠지만 이후에도 시이나는 펫숍의 점장을 믿지 말라는 카와사키의 말도 무시하고 카와사키를 믿지 말라는 레이코의 이야기도 무시하고 여기에도 저기에도 발을 담그고 살게 된다. 그것이 바로 시이나의 성격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진행될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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