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위의 영상을 재생해 보도록 하자
위의 영상이 무슨이야기냐면 하나가 보기에 둘이 대화하는 것 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상 남자 앞의 여자는 앉아있는 자신의 남자친구와 대화하는 것인데 타이밍 좋게 힐끔 쳐다보며 만담을 중얼거리는 소년의 모습은 마치 다정하게 그녀와 대화하는 것처럼 하나에게 비춰진다
재미있는 것은 나도 사실 이 영화를 처음봤을 때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멍청한가?

<둘이 대화하는 줄알고 지켜보는 하나>

위 그림처럼 하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을 지켜본다
하지만 정말로 일본말을 모르는 우리가 자막을 끄고 본다면 그저 연인끼리 대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나도 정말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이것은 사실은 하나만 속이면 된다 굳이 관객까지 속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촬영 자체가 하나의 시점샷과 그걸 보고있는 하나의 반응샷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하나와 같이 속아서 이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얼굴을 찡그릴정도로 밝게 웃는 여자가 마치 주인공을 보고있는것 같다>

이러한 속임수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사실 영화에서 처음부터 관객은 알고 있는데 하나에게만 이렇게 비춰질수도 있다
얘를들어 지금처럼 여자의 애인이 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주인공의 바로 옆에 서서 가려져 있다면?
또한 남자가 앉아있더라도 그것을 처음부터 관객에게 보여준다면?
그렇다면 관객은 처음부터 이 장면이 하나의 오해라고 눈치 챌수 있을까?
아니 오히려 그렇게 이 남녀는 대체 왜나온거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하나가 오해하고 있다는걸 눈치챈 관객들은 그냥 별거 아닌 오해라고 생각하며 안심하고 영화를 볼수있다

하지만 이와이 슌지는 이 장면에서 관객의 마음을 하나에게 동일화 시켰다
이 장면을 너무나 가슴아프게 지켜보는 하나의 심정처럼 관객에게 비춰주었다
물론 직후에 나오는 대사와 앉아있던 애인이 슬쩍 얼굴을 내밀면서 관객의 오해는 풀어주지만 하나는 계속해서 오해를 하게 된다

<이렇게 애인의 존재를 카메라에 비춰주어 관객의 오해를 풀어준다>
<하지만 하나는 실망감에 고개를 숙여 이장면을 놓치고 만다>
<마지막으로 둘이 마주보고 여자가 웃는 장면을 하나에게 목격하게 한다>

얼마나 재치 있는 연출인가
사소한 오해가 빚어져 스스로 실연했다고 하나에게 믿게끔 만드는 장면이다
정말로 이 직후 만난 앨리스가 실연했냐고 묻자 무언으로 답하는 하나의 심정으로 우리는 그녀가 오해를 풀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있다

사실 이 속임수는 영화의 큰 스토리를 짚어보면 크게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이 직후 하나는 이 남자가 만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남자를 따라서 만담 동아리에 들어가고 결국 이 순간의 오해는 다시는 언급되지 않고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이러한 장면은 굳이 왜 보여주는가?

첫째로 이것은 대서사시나 액션영화처럼 큰 줄기를 따라가는 영화가 아니다
10대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이니 만큼 사소한것에 웃고 사소한것에 울게 해야하는 스토리의 디테일함이 있어야 하는것이다
때문에 이와이 슌지는 한순간의 장난같은 장면이지만 이러한 장면을 통해 하나가 실연했다고 믿게하고 그로 인해 자신이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둘째로 순간순간 관객을 속이는 연출은 스토리 외적인 재미를 준다
나는 이것이 이 장면을 선택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라고 말하겠다
영화의 어느 장르던 순간순간 관객을 속이는 것은 이미 많은 영화들에서 행해지며 이것은 순간적인 재미를 주는 영화의 문법중 하나이다
한단어로 정리할순 없지만 이 직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관객에게 순간 오해를 시키고 그직후에 다시 알게 함으로써 영화의 스토리와는 다른 재미를 첨가 시키는 것이다
 
<고개를 숙인 하나에게 다가온 앨리스가 실연이냐 묻자 하나는 그저 사진기를 든다>

하나와 앨리스 전반에 나오는 이러한 귀여운 장면들은 이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영화에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장면들만을 따로 모아 이야기 해보겠다



<씨네마틱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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