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유명한 이누도 잇신 감독은 언제나 3인칭 이야기를 선호하는 것 같다. 조제 호랑이에서도 그랬지만 그의 카메라 앵글의 선택은 굉장히 많은 부분이 3인칭이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선택하는 시점샷들이 그의 영화에서 많은 힘과 느낌을 실어준다.

메종드히미코는 게이와 게이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은 3인칭 시점을 선택한다. 주인공은 게이가 아닌 여주인공이지만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 람은 게이다. 그리고 영화의 이야기는 게이가 아닌 주인공이 게이들을 같은 사람으로 호감을 가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친구는 될 수 있으니까.
당신은 당신의 주변 사람 모두를 이해한다고 믿는가? 그럴 필요 없다. 이해하는 것은 당신의 연인, 가족이면 충분하다 보통의 친구들은 꼭 모든 것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영화 메종 드 히미코에서 여주인공이 그들을 이해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을 그저 좋아하게 되는 것인지 관객에게 그저 주변에서 살펴보게 한다.

<대화씬인데도 굳이 차 밖에서 찍는다>

영화의 초반 오다기리 죠는 여주인공을 설득하러 온다. 아니 설득이라기 보다는 회유라고 해야겠다.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만든 게이양로원 메종드히미코에 그녀를 초대한다. 그녀의 아버지가 불치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오다기리 죠는 자신이 사랑하는 그를 위해 딸을 회유하러 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대화를 관객에게 차 밖에서 들려준다. 그녀의 시점도 그의 시점도 아닌 그저 제 3자가 듣는 것처럼... 오다기리 죠가 그녀를 회유하러 온것을 그저 우리에게 알려준다.

<단 한번 차 안으로 들어가는 샷이다>

딱 한번 차안으로 카메라가 들어간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얼굴과 감정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다기리 죠가 들고온 양로원의 팜플렛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것은 영화의 처음에 등장하는 게이바 '히미코'와 연관지을 수 있는 정보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꽤나 노골적으로 카메라 바로 앞에 3이라는 숫자를 손가락으로 세어보인다.

조금 여담으로 이야기 하자면 담배를 쥐고 있는 오른손과 3을 가리키는 왼손이 저렇게 한 화면에 들어오려면 왼손을 상당히 몸에 밀착해야 한다. 하지만 정말로 그녀에게 3을 가리키려면 그런 자세로는 안된다. 오다기리 죠 쪽으로 시선을 전혀 돌리지 않는 그녀를 위해 손가락은 자동차 앞으로 훨씬 나갔어야 한다. 이 3은 그녀에게 말하는 것이긴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관객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다. 오다기리 죠와 그녀는 서로 이야기 하기 보다는 그저 관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대화를 하고 있다. 때문에 감독은 저렇게 노골적으로 카메라 앞에 3을 가리키는 왼손을 배치한 것이다.

<이것도 시점샷이 아니다>

오다기리 죠가 그녀의 동료 이야기를 하자 그녀가 고개를 들어 사무실의 2층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창문 너머로 몰래 그들을 엿보고 있는 그녀와 전무의 모습이 보여진다.

순간적으로 이것을 여주인공의 시점샷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 역시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촬영된다. 자동차 안에서 봤다면 차의 앞유리를 거쳐서 봐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비가 오기 때문에 화면에서 잘 볼수 있도록 차밖에서 찍은 것이라고 설명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샷 역시 그녀의 감정이 아닌 그녀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던 관객의 시점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료와 전무의 에로씬은 그저 배경이 된다>

이 장면이 정말 기가 막히다. 오다기리 죠와 여주인공의 대화는 계속 들려오고 (이것은 대사가 들려오고 다른 장소이기 때문에 순간적인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이야기 될수도 있겠다) 창을 안보이게 덮어버린 동료와 전무는 갑자기 키스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달리인을 하는 카메라는 전무와 그녀를 화면 한쪽으로 버려버리고 창문 밖의 대화를 향해서 달려간다. 이들의 에로씬은 그저 관계를 설정하는 하나의 배경일뿐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계속해서 관객들이 이들의 대화에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게이 영화이기에 감독은 신중하게 3인칭을 선택한다. 여주인공의 시점이나 게이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했다가는 편협한 시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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