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말했던 것 같지만 플래쉬백은 이제 더이상 하얗게 화면이 펑하고 터지면서 들어가는 방법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최근의 감독을은 부드럽게 등장인물들이 회상씬을 소개할 수 있도록 배려 하고 있다. 올드보이에서 문을 열때나는 종소리와 여성의 무릎 그리고 회상장면의 자전거 소리와 윤진서의 무릎으로 들어가는 회상씬이라던지 창밖을 바라보는 최민식의 모습에서 어느새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모습등이 바로 그 노력의 결과다.

영화 '캐쉬백'이 이터널 선샤인과 비슷한 표현양식을 보여준다고 말했었는데 특히 이 부분은2009/09/12 - [영상문법] - 들려주기가 아닌 '보여주기' -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장면과 거의 똑같다.

캐쉬백은 회상씬의 도입을 이터널 선샤인은 회상씬에서 돌아올때 세트의 미쟝센을 구축해서 표현한다.

<카메라가 왼쪽으로 이동하면 마트에서 벤의 어린시절 집으로 장소가 바뀐다>

동영상 클립을 보면 알겠지만 위의 네장면은 한컷이다. 왼쪽으로 이동하는 카메라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진열대의 바로 옆에 어린시절 벤이 앉아있는 집 벽으로 이어져 있다. 이것은 편집효과도 아니고 컴퓨터 그래픽도 아니며 위의 이터널 선샤인처럼 이 한컷을 위해 세트를 만든 것이다. 
 
대한민국의 영화도 이런 한컷을 위한 미쟝센 세트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잠깐 생각해봤다.

아무튼 이 장면은 벤의 속삭이는 나레이션을 따라 자연스럽게 회상씬으로 넘어간다. 사실 편집이라는 개념이 이제는 관객들의 머릿속에 확실히 잡혀있기 때문에 굳이 이렇게 하지 않고 그냥 컷으로 벤의 어린시절 모습으로 넘어가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이런 표현이 영화를 더 고급스럽게 만들고 그로인한 지적인 재미를 추가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캐쉬백이라는 영화를 보면 계속해서 등장하는 이 벤의 회상씬들이 상업영화에서 이야기하는 인과구조 플롯에서 꼭 필요한가? 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즉 특히 이 장면의 벤의 회상은 마트에서 시간을 멈춰두고 여성들의 옷을 벗겨놓고 그림을 그리는 그의 취미의 이해를 돕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시간을 멈춘다는 이야기만 하면 되는데 마치 그 이야기를 하다가 쓸데 없는 이야기로 파생된다고 볼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건 중심의 고전적인 스타일의 영화가 아니라. 한 인간의 내면적 목소리에 관한 영화이다. 때로는 꼭 나와야하는 장면이나 이야기가 아니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들을수 있을 정도로 이 영화는 여유있고 아름답게 보여준다.

그리고 단순히 눈에 보이는 인과관계가 아닌 좀더 심오하고 감정적인 인과 관계가 있을것이라고 여겨진다. 물론 감독이 그러한 면을 완벽하게 분석하고 작업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이러한 회상씬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벤을 더 잘알게 해주고 의도적으로 감정을 조절시킨 클라이막스가 아닌 진심으로 그의 사랑을 응원하게 만들어서 영화의 결말에 느껴질 희열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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