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러티브 분석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아는 사람이 한번 써보라고 해서 써보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장르영화라는 것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니까 스텝업에다가 미녀는 괴로워를 비교분석하는 것이 적당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니까 그로코롬 하겠다.

뭐 어떤 양식으로 분석해 볼까 했지만 나는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을 찾자면 역시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이라는 5형식이 생각났다.
실제로 내가 읽었던 시나리오 책에는 이것을 뗏목이 떠내려가는 비유로 설명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고 영화는 발전해도 그 틀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아직도 아리스토 텔레스의 시학을 읽고 공부를 해야되니까 말이다.

발단

영화의 발단이라고 한다면 역시 캐릭터 설명일 것이다. 스텝업과 미녀는 괴로워처럼 주연 배우한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럼 두 영화의 발단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스텝업의 경우 간단하다. 타일러의 춤솜씨를 보여주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춤이 들어간 영화에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도 만족 시킬수 있으며 타일러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잡아준다. 그리고 이 캐릭터는 영화에서 계속될 전개와 갈등구조를 위해 설명되어야할 필수 선결요건이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이 백인 남자배우를 처음본 내가 깜짝 놀라서 이 배우를 격하게 좋아하게 되었으니 이 흑인 여자와의 커플댄스 씬은 꽤나 강력하다. 특히 헐렁거리는 옷을 입은 커다란 덩치가 여성의 가느다란 다리 사이로 쑥 빠져 지나가는 장면은 정말 기가 막히다. 타일러님 짱.

그리고 파티에서 돌아오는길에 들어갔던 예술학교에서 사고를 저지른다. 이 사건이 바로 스텝업의 발단이다. 그런면에서 스텝업에서 친구의 동생 '스키니'의 존재가 눈부시다.

그리고 미녀는 괴로워 역시 캐릭터 설명으로 시작한다. 폰섹스 씬으로 시작해서 그녀의 비만을 먼저 알리고 직업을 설명한다. 무대에서 가수대신 실제적으로 라이브를 하는 은막의 가수라는 설정. 이 장면 역시 스텝업과 마찬가지로 공연장면을 보여주면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하지만 스텝업의 단 2명이 추는 춤만큼의 임팩트가 없는것도 사실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자 댄스가수역에 이효리를 캐스팅했으면 훨씬 강력한 메시지를 말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전개

영화가 흘러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과 관계의 설정에 의한 자연스러움이다. 물론 의도적으로 인과성을 차단하여 임팩트를 주는 방법도 있지만 기본적인 장르영화는 역시나 이 '인과성'이 시나리오의 성패를 좌우한다.

스텝업에서의 전개는 노라의 파트너의 부상, 타일러의 실력, 타일러가 춤추는 장면을 노라가 눈여겨 보는 장면의 3가지가 합쳐져서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전개가 된다. 이런 설득력이 스텝업 1이 시나리오가 좋다고 평가받고 예상외의 대박 흥행을 거둔 요건이다. 결국 타일러가 노라의 졸업공연을 도와주는 전개가 된다.

미녀는 괴로워에서는 조금 안타까운 전개가 이어진다. 돈이 없는 김아중이 폰섹고객 의사를 협박해서 수술하는 것은 정말 훌륭한 인과성을 가진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녀가 성형을 결심하게 만드는 PD의 언행은 영화를 끝까지 봤을때 조금 의아하다.
립싱크 가수가 그녀에게 질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보여지지만 그 순간 김아중을 비난하는 PD는 분명 이영화의 악역으로 등장해야 맞을 정도로 심하다.

그런거라면 이 PD는 실력지상주의, 야심가, 기회주의자로 설정되어야 맞다. 하지만 이후에 나오는 이 남자의 캐릭터는 너무나도 착하다. 때문에 앞에서의 이런 김아중에 대한 심한 비난은 조금 아쉽다. 김아중이 충격을 받고 수술을 결심하게 하기 위해서 조금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미녀는 괴로워라는 영화가 한여자의 사랑의 쟁취가 아니라 그녀의 자아를 찾는다는 더큰 주제를 가지고 있다면 이 PD를 약간의 악역으로 설정하는 것이 맞았다. 물론 이게 극히 헐리우드 식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말이다.

전개2

스텝업에서의 전개2는 정말 흥미롭다. 위기에 이르기 전에 서서히 위기감을 높이기 때문이다. 노라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이 과정에서 마일즈가 배신당하는 면도 괜찮은 인과성을 가진다) 당연한듯 타일러와 사랑에 빠진다. 그 동시에 타일러의 친구는 타일러에게 계속해서 불만이 쌓여간다.

그리고 지각으로 인한 노라의 분노에 타일러는 한번 그녀를 버리게 된다. 이 전개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의 작은 위기뒤에 다시 큰 위기를 줘서 겹쳐지는 감정을 설정할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한다.
물론 타일러가 노라에게 돌아가는 두번의 장면이 계속해서 친구의 말 한마디라는 점이 약간 마음에 걸리지만 (그렇다면 영화의 처음부터 타일러가 친구의 말에 껌뻑 죽는다는 설정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한다. 발단 부분에서....)

미녀는 괴로워의 경우 변신한 김아중의 이야기가 주류가 된다. 말그대로 이제까지 받지 못한 미녀로서의 대접을 받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립싱크 가수에게 성형의혹을 제기한 수영장 장면은 꽤나 훌륭한 씨뿌리기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역시 PD의 집에서는 장면은 아까 말한대로 남자의 캐릭터의 일관성에 문제가 제기된다. 물론 실제적으로 남자가 그런 말을 심하게 할수 없는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영화다 관객에게 납득을 시켜줘야 하지만 난 납득하지 못했다.

뭐 아무튼 변신한 김아중은 여전한 그녀의 노래실력으로 다시 PD의 눈에 든다.
이 점역시 굉장히 인과적인 면에서 훌륭하고 다음의 위기 단계로 넘어가기에도 적절한 진행이다.

위기

위기는 결코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그동안 뿌려둔 씨들에 의해서 거둬들여질 때가 온것이다. 관객들은 이미 그 위기를 느끼고 있어야 한다.

스텝업의 경우 위기는 안팎으로 동시에 찾아온다. 이점이 훌륭하다.
친구는 춤에 빠져서 자신들을 내던진 타일러에게 분노를 전한다. 그리고 사실상 절교를 선언한다. 하지만 타일러의 마음은 이미 춤에 푹  빠졌다. 그리고 그는 이 학교에 전학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다. 이런 마음이 친구보다 춤을 선택하게 한다.
하지만 부상당했던 노라의 파트너가 갑자기 돌아온다. 이것은 이 학교에 다녀볼까 결심했던 타일러에게는 큰 충격이다. 더구나 노라가 졸업공연을 그의 전학 오디션으로 해보자는 말이 타일러에게는 더 실망감을 안긴다.

결국 친구까지 버려가며 여기에 올인했던 타일러는 스스로 공연을 그만둔다.

미녀는 괴로워 역시 흠잡을 곳 없이 위기로 이야기를 몰아간다.
그녀를 계속 의심했던 립싱크 가수가 초반부터 나왔던 김아중의 아버지 임현식을 만나면서 그녀의 정체를 밝혀낸다. 임현식의 출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처음부터 이야기속에 조금씩 뿌려두었던 인과적인 성과다.

결국 영화의 악역으로 등장하는 립싱크 가수는 그녀의 성형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다.

절정

스텝업의 경우 아주 극단적인 처방을 한다.
친구의 동생 스키니를 죽인다. 하지만 이 장면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갱이라도 차좀 훔친정도로 어린 소년을 그렇게 대놓고 쏴버린 것은 오버였다. 차라리 두목이 차 훔쳐간놈은 잡으면 묻지말고 죽여버려라고 말하는 장면과 소년을 죽이고 나서 두목이 저런 꼬마를 죽여버리면 어떡해? 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면 조금더 납득을 시킬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아무튼 스키니의 죽음으로 영화는 절정을 맞이한다.

미녀는 괴로워의 경우 협박이 이뤄지자 김아중이 무대위에서 자신의 성형 사실을 고백한다. 뭐 이것은 인과적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감독의 결말 선택을 위한것이며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성형고백을 하는 연예인이 대다수인 한국사회에도 맞고 김아중이 결국 자아를 찾는 것이 영화의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결말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스키니의 죽음으로 이제 헛되이 살지 않겠다는 친구의 말에 타일러는 자신의 일에 마무리를 지으러 간다. 물론 이전에 마일즈와 파티에서 만나 노라의 파트너의 부상이 재발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설정은 역시 훌륭하다. 중반부터 뿌려놓은 마일즈와 타일러의 우정이 빛을 보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는 이제까지 보여왔던 그 어떤 춤보다도 소름끼치는 공연을 보여준다.
나는 스텝업 2가 나오기전에 이 장면만 100번정도 봤을 정도로 너무나 완벽한 공연을 보여준다.

그리고 노라는 좋은회사에 스카웃되고 타일러는 교장에게 전학을 허락받는다 그야말로 해피엔딩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공연을 본 관객들에게는 타당한 결말이다.
이것은 마지막 공연을 어떻게 구성해야 이런류의 영화가 성공하는지 보여주는 케이스다.

그리고 김아중의 노래 실력이 제법 괜찮았다는 점과 실제로 그녀가 성형을 했다는 것이 캐스팅이 좋았다고 느끼게 한다.
김아중의 내지를듯한 노래로 영화는 모든것을 정리한다.

사실 미녀는 괴로워를 본지 오래되서 결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노래 부른 이후에 어떻게 되더라??


타일러가 원하는 것은 꿈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필요한 것은 기회였다. 영화는 두가지 모두를 그에게 제공한다.
김아중이 원하는 것은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을 가질수 있는 자신이었다. 이것이 노력이 아닌 수술로 인해 이루어진 점에 대해서 현시점에서 누구도 투정부릴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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