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화장실
이것이 바로 이 장면의 타이틀이다
마약을 끊으려다 실패하고 결국 좌약식 마약을 사용한 마크는 갑자기 찾아온 설사기운에 급하게 화장실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은 하필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더러운 화장실이다

<그야말로 shit!! 화장실 내부의 첫장면은 이 이상 더러울 수 없다>

정말로 더러운 화장실을 본적이 있는가?
나는 한 주유소 화장실에서 어떻게 된일인지 똥이 난사되있는 장면을 본적이 있다
마치 산탄총에다 똥을 넣고 발사 한것 같은...
굳이 이런 화장실에서 변기에 앉아서 일을 보는 마크도 대단하다

어쩌면 대니보일 감독은 마크의 이런 고지식하고 도덕적인 면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변기도 어차피 안내려가는데 굳이 앉아서 일을 볼필요가 있는가?

첫번째 스샷의 경우 로우앵글로 촬영해서 더러운 바닥이 가까이서 보여지게 촬영했다
아 저 바닥에 넘어지기만 해도 울것 같다

<일을 보던 마크는 좌약식 마약이 생각나서 변기를 뒤진다>

이장면 또한 대단하다
이렇게 더러운 화장실에서 일을 본것만 해도 대단한데 자신이 볼일을 본 변기에 손을 넣어 마약을 찾는다
하지만 이런점이 마크의 마약에 대한 집착을 강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너무나도 더러운 화장실은 마크의 찌들어 있는 삶을 표현한다
이 장면 뿐아니라 마크가 친구들과 지내는 곳은 거의 '집'이라고 표현 할수도 없을 정도이다 계속해서 보여지는 이러한 미쟝센으로 삶의 질을 표현하고 있다 

<마크는 결국 좌약을 찾기 위해 변기에 빠진다>

조금 환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아마 이 영화 통털어서 유일하게 환상적인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크는 변기에 빠져 들어가 잠수를 해서 좌약을 찾아온다

촬영의 편리를 위해서인지 이상하게도 변기안의 물은 깨끗하다
그리고 놀라운건 좌약을 꺼내온 마크에게 묻어있는 물조차도 깨끗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조금 의아하다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더러운 화장실로 느낌을 전달하려고 했다면 잠수장면은 그렇다쳐도 마지막에 솟아나온 마크정도는 더럽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대니보일은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다

굳이 해석하자면 똥물에 손을 넣어서 마약을 가져오는 것이 마크에겐 죽을만큼 어려운 정도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만약 뒤에서 똥물에 빠져있는 마크가 표현된다면 당연히 상징적으로 그가 마약을 건져내기 위해 정말로 큰 '노력'을 했다는 표현이 된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더럽게 표현해서 마약에 빠지는 일은 정말 이렇게 처참한일이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관객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말 안해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말해봐야 어차피 마약에 빠진 사람들은 모른다

여기에서 굳이 더 더럽게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극단적으로 마약을 나쁘게 말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
대니보일은 그러한 표현을 원하지 않았다
마약을 하고 도둑질을 해도 아직 헤어나올 수 있는 젊음이라는 것 그래서 쿨하게 표현하고 싶어했다



이번 내용은 정말 너무나 명확하고 간단한 내용이다

호시노가 아오네코라는걸 알게된 피리아의 분노인지 하스미로서 호시노를 죽일 수 밖에 없었던지 아무튼 호시노를 살해한다
그리고 하스미는 죄책감에 자살을 생각한다

<자살 장면을 보여주려는 듯한 전형적인 카메라 무빙이 보여진다>

집안의 빈 풍경을 보여주는 방식... 문맥상으로도 그렇지만 이건 문법상으로 분명히 자살의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카메라가 찾아간 곳에서 하스미는 피아노를 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천장부터 훑으면 자살한? 유이치가 보인다>

이번 샷이 정말 기가 막히다
피아노를 치고 있던 유이치의 뒷모습에서 컷이되고 카메라는 천장에서 부터 훑으며 아래로 고개를 내린다

저걸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윗벽에 얼굴이 가려진채 목부터 축 늘어진 하스미의 몸이 보여진다
누가봐도 목을 매단 하스미의 모습을 카메라는 아래로 천천히 보여준다

<하지만 하스미는 목을 매달지 않았다>

하지만 하스미는 죽지 않았다
이것은 죽을까 고민하는 그의 심경을 표현한다

이와이 슌지는 관객들에게 미리 거짓된 사실을 전달한다
하스미가 자살했다 목을 매달았다
하지만 그것은 곧 속임수였다는 것을 알게되고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하스미가 자살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관객들은 하스미가 죽은줄 속았지만 사실 하스미는 정말로 죽을까 고민했을 거라는 것을 단 한컷의 미쟝센으로 보여준다
윗벽에 의해서 잘려나간 머리 그리고 프레임으로 의도적으로 보여주지 않은 발
그래서 관객은 하스미의 목에 줄이 매달려 있는지 그의 발밑을 의자가 받혀주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우리가 보아온 이미지 대로 상상하고 그것을 믿게 된다
그리고 관객의 상상속에서 하스미는 죽었다

그리고 이 이후의 씬에서 하스미는 다시한번 어머니의 파마기계로 자살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는다
앞에서의 이 미장센 덕분에 뒤에서 하스미가 파마기계안에 얼굴을 집어넣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자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역시 앞에서 포스팅한 2009/03/05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연관지어 말하기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에서 처럼 연관지어 말하기이다

이제 영화는 끝이났다
하지만 왜 호시노와 츠다는 죽고 쿠노와 하스미는 살아남았을까
릴리슈슈의 모든것은 무엇일까


이 장면은 둘다 기억을 잃고 몬톡에서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장면이다
조엘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잃은 클레멘타인은 또다시 그를 얼어버린 호수위로 데려온다
이 장면은 내가 굳이 이러저러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될만큼 명확하고 아름답다
영화의 구도란 그 안에 나오는 피사체와 펼쳐지는 이야기와 관계 없이 특정한 느낌을 주게끔 설정 될 수 있다
그것이 미쟝센 - 구도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얼음위에 나란히 누운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프레임의 한가운데도 가장자리도 아닌 오른쪽으로 약간 치우쳐진 곳에 살짝 대각선으로 틀어져 누워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무엇이 크게 충격을 줬는지 한 포인트로부터 얼음은 사방으로 균열이 가있다
그 포인트는 마침 그들의 발 끝과 비슷한 라인 위치에 있으며 서로의 위치를 방해하지 않고 아주 잘 어울리게 그려져 있다

이것은 아마 한폭의 그림일 것이다
얼음위에 누워있는 둘의 그림을 아름답게 그려보라고 한뒤에 그대로 만들어서 찍은 것이 아닐까
얼음의 깨진 균열이 마치 눈의 결정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위에서 무거운 것이 떨어진듯이 보아 이것은 제작진이 고의적으로 만들어낸 균열일 것이다
이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기 위해 몇번이고 실험해서 만들어냈을 것이다
가만히 보면 조명도 그들의 주위에는 약간 어둡게 들어간다
마치 하늘의 달빛이 그들만 비춰주듯이 불공평하게 들어간 조명으로 이 그림을 더 집중력있게 한다

<카메라는 살짝 그들의 머리위로 움직인다>

둘이 눕고 처음에는 그들이 프레임의 아래위 딱 중간에 위치한다
하지만 천천히 카메라가 움직여서 그들은 적당한 헤드룸과 발밑의 공간을 가지게 된다
처음의 둘의 대화에는 천천히 무빙을 주다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 낸후 카메라는 멈추게 된다

한가지 해석을 덧붙이자면 얼음위의 균열은 둘사이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한번 깨져버린 둘의 관계를 기억하지 못하는 둘처럼 그들은 금이간 얼음위에 누워있는 것이 아닐까
나중에 나오는 처음으로 이곳에 왔던 기억이나 호빗과 클렘의 장면에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샷도 얼음의균열도 보이지 않는다
균열이 생겼지만 그위에 안전하게 누워있을수 있듯이 그들의 사이도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메타포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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