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화에서는 흔하지 않은 어두운 조명 짙은 콘트라스트
영화의 전체를 램브란트 조명으로 뒤덮은 클린트이스트우드 감독의 의도는 명확하다
바로 우울하고 밝지않은 메기(여주인공)와 클린트이스트우드의 삶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이다

메기의 삶은 너무나 우울하다 가난하고 미래는 없고 남자도 행복도 없다
그저 가족에게 돈을 벌어다 주며 자신은 절약하며 살아가야한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하고 싶은 것이 바로 복싱이다
클린트이스트우드의 삶역시 좋지 않다
딸과의 사이가 좋지 않고 자신의 훌륭한 선수를 불안감에 타이틀매치에 내보내지 못해 결국 배신 당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우울하고 꿈없는 이들이 인생을 표현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채와 낮은 채도 그리고 콘트라스트가 강한 램브란트식의 조명을 사용한 것이다

이 동영상에 보면 처음에 둘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에 중간중간 있는 전등에 의해 얼굴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실제로 걸으면서 인물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실제로 이런식의 전등이 되어있어도 인간의 눈은 저렇게 까지 사람의 얼굴을 구분못하고 실루엣만 남는 식으로 보지는 않는다
때문에 대부분의 상업영화 특히 전체적으로 밝은 조명을 사용하는 헐리우드에서는 결코 이런식으로 영화를 찍지 않는다
이것은 리얼리즘도 아니며 그저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계속되는 이러한 조명은 그들의 삶을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어둡고 우울하게 만들어 준다

<메기의 레스토랑 안쪽의 어두운조명과 바깥의 밝은 빛>

동영상의 41초부터 나오는 메기가 일하는 장면의 경우 레스토랑안은 상당히 어둡다 테이블을 치우기 위해 밖으로 나간 메기를 기다리는 것은 소스가 묻은 돈뿐만이 아니다
바로 그녀의 기쁨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밝은 태양빛이 기다리고 있다
<소스가 묻은 팁을 잡을때의 밝은조명>

생각해보라 영화의 감독이 당신이라면 굳이 음식점에서 일하는 메기가 테이블을 치우는 장면을 건물내부에서 바깥으로 나가며 찍어야 할필요는 없다
애초에 밖에서 찍던가 안에서  찍는 것이 조명설치, 카메라 워킹 모든것이 편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굳이 그녀가 스피드백을 사기위한 마지막 팁을 받는 장면을 어두운 그녀의 직장에서 태양빛으로 가득차있는 야외 테이블로 옮겨감으로써 표현한 것이다
번외적인 이야기지만 테이블위에 있던 지폐에 소스가 묻어있는 것 또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표현이다
굳이 영화의 소품으로 쓰이는 돈에 시나리오에 없던 소스가 묻어있고 그것을 행주로 닦는 장면을 찍었을리 없다 시나리오상에 늦어도 스토리보드에는 의도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왜 돈에 소스를 묻혔을까
그녀가 돈을 얼마나 힘들게 버는지에 대한 메타포일수도 있고 돈을 닦는 그녀의 기쁨을 표현 할 수도 있고 여러가지 상상을 해볼 수 있다
<링위는 링밖보다 훨씬 밝다>

영상의 마지막에 메기가 링위에 올라간다
이영화에서 가장 조명이 밝고 화려한 장면을 꼽으라면 바로 링위이다
이것은 링위에 서고 싶어 하는 메기와 선수가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꿈이 바로 링위에 있다는 표현이라고 본다
<링 밖은 흑인의 얼굴이 구분이 안될정도로 어둡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조명을 하지만 사실상 링위까지 어둡게 할수 없어서 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보잘것 없는 이유로 전체적으로 어둡게 한 조명을 죽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어쩌면 전체적으로 어둡게 조명을 한 것은 바로 이 링위의 밝음이, 링위의 메기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하는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는 링위에서 사고를 당하고 다시 어둡고 침침한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영화의 특이한 점중의 하나는 처음부터 등장하는 나레이션이 메기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닌 3인칭 관찰자인 모건 프리먼이 말한다는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메기와 던이지만 영화의 화자는 바로 모건 프리먼이다
이것은 중고등학교때 누구나 들어본 3인칭 관찰자 시점이다
영화에서 시점은 사실상 계속해서 변화한다고 볼 수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모건프리먼의 나레이션은 이 영화를 3인친 관찰자 시점으로 만들어 준다

왜 메기나 던의 시점이 아니었을까
영화에서 메기와 던은 둘다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둘이 만나 그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게 된다 비록 결과는 좋지 않게 끝나지만..
이것을 메기나 던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친구에게 이야기 듣는 느낌으로 영화를 보게 하기 위해서이다
만약 영화가 메기나 던의 시점으로 진행이 된다면 우리는 당사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는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건 프리먼의 입을 통해 한번 걸러서 듣게 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너무 슬픈 신파도 너무 감동스러운 극화도 아닌 그저 무덤덤히 말하는 모건 프리먼의 말을 통해서 우리는 그렇게 모든 이야기를 정리하며 들을 수 있다

당연하지만 시점의 선택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시점을 선택했을때 관객이 받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감독은 선택을 한것이고
결과적으로 이영화가 호평을 받았으니 옳은 선택이라고 할수도 있겠다

영상이 언어라고 한다면 말하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그것은 말하는 자의 선택일 뿐이다
 
<씨네마틱에 기사화된 글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