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영화는 2009년에 내가 부산 국제 영화제기간 동안 봤던 것중 제일 좋은 영화였다. 사실 전세계에서 검증안된 거지같은 영화가 너무 많아서 정말 화가 날 정도였다. (특히 어느 프랑스 영화는 살인충동을 일으키게 했지.. 마그마라는 영화였어..)

아무튼 이 홍콩영화는 참 재밌고 잘만들기도 했지만 끝나고 GV도 있어서 감독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수도 있었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소이 청 감독에게 질문한 장면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내용이다.

<바닥에 적힌 LOOK LEFT>

이 장면은 뚱보가 죽고 돌아온 집이 털려있자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생각에 은신을 하기 위해 택시를 잡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 이후의 이야기는 호선생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를 추적하는 내용이다.

이 장면을 보고 나는 굉장히 궁금했다. 도로에 적힌 'LOOK LEFT'는 무슨 뜻일까? 외국에 한번도 나가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저게 원래 적힌건지 감독이 써놓은 것인지도 알수가 없었다. 어쨌든 일부러 저 위에서  찍은건 틀림 없었다.

저 글씨가 방해가 됐다면 저렇게 한가운데 위치하게 했을리 없으니까.

영화를 보는중에 내가 한 해석은 이렇다.
주인공은 이후에 답을 찾는다. 누가 자신을 살해하려고 하는지... 하지만 영화의 결말에 보면 호선생이 찾은 것은 오답이었다. 그렇다면 왼쪽을 보라라는 저 장면에서 차를 타고 오른쪽으로 사라져버린 호선생의 선택을 상징하는 복선적인 미쟝센이 아닐까?

그리고 동시에 관객에게 하는 말인것도 같았다. 왼쪽을 봐라.. 무슨 말일까? 진실은 오른쪽이 아닌 왼쪽에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소이 청 감독에게 물어봤다. 상당히 흥분한 목소리로 질문한 것이 통역을 오갔을 때 내가 들은 대답은 '원래 홍콩도로에 써있는 말이고 그냥 재밌는 것 같아서 위에서 찍었다'였다..

사실 당시에는 상당히 실망했다. 나의 해석이 너무 오바였구나.. 그럼 내가 그동안 블로그에 적은 수많은 내용들도 이런식의 우연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난 이후에 다른 시점으로 이것을 바라봤다. 어쨌든 소이 청 감독은 일부러 찍은 것이다. 그 문구를 피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이 의미심장한 문구가 영화에서 플러스요인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나의 해석은 소이 청 감독이 논리적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감각이 선택한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고.

뭐 이것도 나의 합리화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훌륭한 영화도 모든것의 통제로 만들어질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신이 선택한 운이 그 영화를 조금더 좋은 예술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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