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클립해 놓은 동영상은 37초다
이 안에서 몇 컷이 있는가 세어보면 맨 처음에 커피숍이외의 컷은 제외하고 21컷이다
37초동안 21컷 2초에 한컷보다도 더 많다

이 장면이 커피숍에서의 대화장면이란걸 감안한다면 얼마나 빠른 리듬으로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씬의 첫번째 편집은 기가 막힐 정도로 빠르다

<어째서 쉐이크 먹는 장면에 이렇게 빠른 리듬의 편집을 하는가?>

특히 이 스퍼드와 마크가 쉐이크를 빨아 먹는 장면은 3초간 7컷이나 될정도로 엄청나게 빠르다
영화에서 큰 의미도 없는 이 쉐이크를 먹는 장면을 이렇게나 빨리 편집할 필요가 있었을까??

우선 텍스트적 의미를 살펴보자 쉐이크를 시켜서 단숨에 빨아먹는 장면은 이들의 '갈증'을 의미한다 
이후의 대화를 통해서 마약을 끊고 싶고 취직해서 제대로 살고 싶어하는 삶의 갈증에 대해서 3초에 7컷이나 집어 넣는 빠른 편집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제목에서 나오는 트레인스포팅이라는 게임이 엄청나게 고속으로 달려오듯이 이들의 삶역시 고속으로 흘러간다
어서 빨리 마약을 끊지 않으면 금방 없어진 쉐이크처럼 인생역시 손 쓸수 없는 상황으로 변해 버릴 것이다

그래서 대니보일은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을 아주 빠르게 가져간다

<이후의 이들의 대화 역시 아주 빠르게 편집된다>

쉐이크를 단숨에 마셔버린 스퍼드와 마크의 대화는 참 재미있다
마약을 끊으려는 노력에 대해서 역설하던 마크가 나중에 취직도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자 스퍼드가 면접에 들어가면 긴장되서 제대로 못하겠다고 이야기 하자 마치 처음부터 마약을 주려고 했다는 듯이 스퍼드에게 마약을 건낸다

스퍼드의 '빨리도 준비했네'라는 대사가 이 영화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보자

이 씬의 장면들은 특히나 이 영화에서 전체적인 흐름에 대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빨리 마셔버린 쉐이크와 자신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도 모를정도로 말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약을 꺼내 그것을 맛보고 복용한채 면접에 들어가게 된다

마치 삶에서 뭔가를 생각하고 고민하기 전에 나는 이미 선택을 내려버린 것처럼 모든 것이 흘러간다 처음부터 모든것은 정해져 있었다

이것이 영화의 맨 처음에서 마크의 나레이션으로 펼쳐지는 '선택의 문제'에 대한 대답일 것이다 마크는 아주 멋지게 나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마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결론은 처음부터 나 있었던 것이다

영화에서 마크가 처음 마약을 끊는다고 현관문에 못질을 하고 음식을 사다놓지만 바로 다음 컷에서 마크는 마약을 구하기 위해 전화를 건다
그리고 위의 장면에서 역시 마약을 끊는 노력을 하자고 스퍼드를 만나놓고는 그에게 바로 마약을 건넨다

이것이 절제력이 부족한 청춘의 '선택'이라는 것이 대니보일의 상징이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에서 말하듯이 한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기차의 번호를 선택해야 하지만 그것은 틀릴 가능성이 너무나 높은 답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인생은 이 게임처럼 틀릴 확률이 너무나 높지만 선택을 위해 고민할 시간도 없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다 영화의 처음부터 이들은 이미 마약에 찌들어 있었고 마약을 하지 않는 친구역시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전반에서 느껴지는 빠른 호흡
이것이 바로 순식간에 찾아올 영화의 결말
그리고 그들의 인생이 더이상 바꿀 수 없이 결정되는 순간에 대한 상징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 마크가 벡비의 가방을 훔치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조금의 뜸 들임도 없다
인생은 아주 짧은 한순간의 선택이 많은 것을 좌우한다는 이야기가 바로 트레인스포팅의 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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