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주인공인 이 남자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남자의 캐릭터가 영화의 시작이며 흐름을 지배하고 결말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한 소이 청 감독이 설정한 한 남자를 자세히 살펴보자.

<아내를 사고로 잃었다>

 

영화는 한 여자의 자동차 사고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장면은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영화에서는 등장인물들에 의해 구전되는 이른바 백스토리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 백스토리는 주인공의 캐릭터의 처음과 끝을 이해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이해 해야할 사건이다.

영화 내내 저 깨진 시계를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는 아직 아내를 완전히 잊지 못했다. 그의 마음속에 아내의 사고는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고'는 어떻게 남아 있을까?

이후에 펼쳐지는 일련의 사건들로 짐작해 봤을 때 주인공은 '사고'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 사고를 가장해서 청부살인을 하는 주인공의 직업상 아내의 사고는 다른 이의 보복이라고 생각하기가 가장 쉬우며 나중에 자신이 버스에 치일뻔 하고 뚱보가 죽자 당연하게 이것을 의도적 살해라고 생각한다.


<첫번째 살인 지나가는 행인인척 한다>

이 장면이 주인공의 첫 등장이다. 때문에 이런 연기는 관객에게 진짜 행인인것 처럼 노출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조금 깊게 생각해보면 그의 영화속 '연기'이다. 항상 '사고'를 위장해야 하는 자신이 사고가 날때 마다 다른 사람과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누군가 자신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때문에 그는 영화속에서 벌어지는 두번의 사고에 대해서 진짜로 행인같은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여준다.

이것은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다른 행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기인 것이다.

<항상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그래서 그는 항상 조심스럽다. 혹시나 누군가 사고를 위장해서 자신을 해치지 않을까. 진짜 사고에 휘말리지 않을까.

전철을 탈때 떠밀리지 않도록 뒤쪽에 서 있다가 문이 닫히기 직전에 타고 자리가 남아도 앉지 않으며 버스 요금은 지문이 남지 않도록 손수건으로 집어서 넣는다. 그리고 같이 엘레베이터에서 내린 사람이 다 사라진걸 확인하고 나서야 현관문을 열며 그곳에는 누가 침입한 흔적을 알아채기 위해 나뭇잎을 꽂아둔다.

이렇게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소이 청 감독은 주인공이 얼마나 평소의 사고에 주의하고 있으며 주변 사람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지를 알수 있다.
그리고 위에는 없지만 주인공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버스-택시를 탄다. 이렇게 여러가지의 교통수단을 타고 짧게 짧게 이동하는 것도 최대한 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을 살해하려고 한다면 자신이 매일 타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려 할테니까 그 패턴을 조금씩 변화 시키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동료도 믿지 않는다>


그런 그의 성격상 자신의 동료도 믿지 않는 장면들이 나온다. 맨 처음 할배가 담배 꽁초를 버리고 온 것에 대해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을 도청해서 듣고 있으며 두번째 살인을 계획하던 중 여자가 먹으라고 준 핫도그를 뚱보에게 건네는 장면이 그렇다.

사실 이런 장면은 동료들도 놀라게 함으로써 조금 당위성이 떨어지긴 하는데 주인공이 원래 그런성격이라는 것을 동료들이 이해하고 당연시 하는 분위기였어야 관객들이 이해하기가 더 쉽지 않았을까? 사실 핫도그를 뚱보에게 주는 장면을 보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결국 주인공의 캐릭터는 상당히 명확하다. 사고를 위장한 살해가 자신의 아내에게 있었으며 그것은 자신에 대한 '복수'라고도 생각하는 듯 하다. 그래서 주변의 어느 누구도 믿지 않으며 항상 살해 당할 위협에 대해서 쫓기며 살고 있다.

때문에 정말로 우연히 겹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목숨의 위협을 누구보다도 격하게 느끼며 한명을 살해하고 무고한 여자를 죽게 하는 실수를 범한다. 이 영화의 결말이 놀라운 반전도 아니고 큰 감동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주인공의 캐릭터의 일관성에 의한 논리적인 결말이었다. 그리고 그런 캐릭터의 일관성이 영화를 보는 내내의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