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면 상당히 잔잔하고 정적인 느낌이 든다. 조용하게 읇조리는 벤의 나레이션과 항상 무기력해 보이는 그의 표정이 한 몫하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정적으로 촬영되는 카메라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된다.

영화 캐쉬백은 절대로 핸드헬드를 하지 않는다. 결국 카메라는 항상 미세한 떨림이 없이 가만히 멈추어있거나 부드럽게 움직인다. 이러한 촬영이 영화를 정적으로 만들어준다.

<이런 장면까지도 멈춰있다니>

영화는 결코 다이나믹해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위에서처럼 둘이 경주를 하는 장면에서도 카메라는 그대로 멈춰있다.

하지만 지나가던 여자가 밀고가던 쇼핑카트와 부딪히는 순간 카메라는 격하게(이 영화에서만큼은) 흔들린다.

<드디어 흔들린다>

감독의 취향이겠지만 부딪히고 나서 나오는 점원들의 반응샷 역시 픽스라는 것이 재미있다. 보통 저렇게 깜짝 놀라는 장면을 찍을 거라면 조금 흔들어줘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아무튼 그 이후 둘이 넘어지는 장면 역시 조금은 격하게 흔들린다.

유럽영화의 특색이기도 하지만 핸드헬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픽스 계열의 샷들.. 달리 크레인샷들로만 구성되는 캐쉬백이 이 장면에서 만큼은 조금은 흔들린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도 핸드헬드로 흔든것은 아니다 카메라를 삼각대 위에 올려놓고 흔들어 준것 같다)

맨 처음에도 이야기했지만 이렇게 고집스럽게 찍은 정적인 샷들이 이 영화의 고요함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깊은밤중에 들리는 아름다움으로 포장하는 것 역시 이 카메라 워킹 덕분일 것이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는 그 고집을 조금은 꺾어 주는듯이 보인다. 왜일까..?
이 장면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장면이라서 해본건가? 아니면 위의 두 인물은 벤과는 다른 유형의 인간이라는 메타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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