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보이의 미쟝센이야 여기저기 엄청 회자가 되기도 했고 상당히 유명하고 반복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내가 여기서 소개할 곳은 단 한 컷에서 나오는 순간적인 미쟝센이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소이 청 감독의 '엑시던트'에도 이런 비슷한 미쟝센이 나온다(gv에서 나의 질문에 소이 청 감독은 재미있을것 같아서 이렇게 찍었다 라고 답했는데 과연 찬욱이형님은?)

버즈 아이뷰로 촬영된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모두 복잡한 패턴 무늬의 우산을 쓴 이사람에게 주목하지만 사실 화면에서 가장 크게 자리 하고 있는 것은 진입 금지 표시이다.

과연 이것은 무엇인가? 물론 그냥 도로에 있는 표시겠지만 과연 감독이 이 부분을 촬영할때 헌팅을 안했을리도 없고 조명을 치고 다 하면서 이 화살표에 대한 것을 간과 했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그렇다면 소이 청 감독처럼 재밌겠다라는 이유로 찍었을 수도 있지만 좀더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이우진의 '복수'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의 원인은 옳지 않은(?) 사랑을 한 그에게서 비롯된 일이며 또한 그것을 소문 내버린 오대수의 바르지 못한 행실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이 진입 금지 표시는 마치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저 우산을 들고 있는게 '이우진'이라면? 그가 하는 복수의 행위가 결코 옳지 않다는 영화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복수를 위해 평생을 살았던 이우진은 모든게 이루어지자 허무하게 자살해 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복수는 누굴 위한 것이었는가?

이것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이게 결코 바른길이 아니다. 진입해서는 안되는 곳에 진입해 버린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소이 청 감독에게 물었을때 그가 큰 의미를 두지 않은것 처럼 찬욱이형도(형이라 부르지만 실제로 본적은 한번도 없다) 그냥 공중 전화 박스에서 찍으려고 했는데 옆에 도로에 그려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라고 이야기 할수도 있다. 하지만 왠지 그렇지는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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