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벌 촬영의 개념을 퍼오려고 했는데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뭐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보통 초당 30이나 24장의 그림을 찍어내는 것이 정상속도라면 그보다 훨씬더 띄엄띄엄 찍는 것을 말한다. 30초에 1장씩 찍어낸다던지 1분마다 10장을 찍어내는...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는 꽃이피는 장면이나 일출과 일몰 장면을 촬영하는 기법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아무튼 시간을 멈추는 남자의 이야기인 캐쉬백에서 인터벌 촬영이 나온다는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도시의 전경은 순식간에 낮이 된다>

위의 두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도시의 전경은 순식간에 밤에서 낮으로 바뀐다. 물론 하늘의 구름은 엄청난 속도로 흘러가고.

감독의 의도는 역시나 명확하다. 인터벌 촬영의 기본적인 의미. 즉,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벤의 나레이션과는 조금 상충된 의미인듯 하다. 벤은 자려고 해도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시간이 너무 남아돈다는 의미로 이야기하는데 장면은 그저 느낄새도 없을 만큼 하루가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다.

명시적인 의미로 벤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굉장히 많았다는 의미가 가장 무난한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인터벌 촬영의 의미는 시간이 흘렀다는 의미가 되니까.. '벤의 나레이션과 합쳐서 벤이 잠을 이루지 못한 나날들이 계속해서 흘렀다'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다른 해석을 해보자면 반어법적인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벤이 느끼는 지루함 넘치는 시간을 인터벌 촬영으로 인해 엄청나게 빨리 흘러가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벤이 느끼는 지루함을 오히려 반어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차는 안보이고 불빛이 지나가는 것으로만 보인다>

그리고 감독이 애초에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인터벌 촬영에서 왠지 모를 벤의 슬픔이 배어나온다. 도시가 경련을 일으키는 것처럼 파르르 떨고 있는 모습은 벤의 나레이션과 음악과 합쳐져서 아픔을 표현한다. 특히 나무가 바람에 떠는 모습이 굉장히 슬퍼보인다. 위의 사진처럼 밤에 촬영한 흐르는 불빛들은(사실 지금 내가 말하는건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하는 기법이지만) 슬픔을 표현하는데 자주 쓰이곤 했다.

벤이 시간을 멈출수 있고 느리게 할수 있고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여기서도 복선으로 보여주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시간을 멈추는 영화니까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또, 내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인터벌 촬영을 슬픔을 표현하는 표현기법으로 감독에게 받아들여진 것일까?

의도야 어쨌든 상당히 좋은 결과를 빚어낸듯 하다.



영화 캐쉬백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벤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장편영화 치고는 흔치 않게 벤이 없는 곳의 이야기는 전혀 보여지지 않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나레이션으로 그의 감정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특히 수지에게 차이고 사진을 태우려 하는 이 장면이 가장 벤의 시점을 잘 표현하고 있다.

<수지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태우려 하는 벤>

수지와의 사진을 한장씩 넘겨보던 벤은 라이타를 꺼내(담배를 피우지 않는 벤이 라이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조금 이상하지만... 영화상의 편의를 위한것이라고 남자답게 포용해주도록하자) 사진을 태우려 한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촬영된 앵글을 보자. 위의 두컷을 보면 벤과 사진을 두 인물이라고 설정하면 둘 사이의 오버 더 숄더로 촬영된다. 기본적인 문법에서 만약 벤의 감정으로 갈 거라면 벤의 어깨를 걸쳐 사진을 보여주는 샷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벤의 표정이 드러나는 컷은 위처럼 로우앵글(Low angle)이 아닌 아이레벨(Eye level)로 촬영되어야 맞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로 사진 대신 한 인물일 경우이다. 실제로 위의 컷에는 사진은 인물이 아니므로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진을 걸쳐서 찍은 벤의 반응샷 역시 똑같이 벤의 감정이라고 봐줘야 할 것이다. 실제로 위의 두 컷은 사진을 보고 있는 벤의 모습을 아래위에서 보여주면서 벤과 사진의 일직선인 새로운 아이레벨을 만들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난 개인적으로 로우앵글이 아이레벨보다 감정적인 샷을 만들어낸다고 믿는데 그런 면에서 위의 장면이 더 효과적이라고 보여진다.

<벤은 사진을 태운다. 아니 태우지 않는다>

그리고 사진이 나오는 단독샷 (이것은 벤의 시점샷이라는 설정이겠쥐?)에서 사진에 불이 붙는다. 드디어 벤이 사진을 태워버린 것이다. 용기있는 남자 벤.
아 하지만 그 직후의 컷에서 사진에 불을 붙이지 않은 것이 드러나면서 벤의 소심함이 내 가슴까지 전해져온다. (괜찮아 토닥토닥)

이것은 관객을 속이는 트릭으로서 작용하지만 실제로는 벤의 망설임을 표현한다. 이것이 이 영화가 전반적으로 벤의 1인칭으로 표현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며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벤의 시점으로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실제로 위의 장면에서 사진을 태우면 관객들은 아 태워버리는구나 생각하지만 이후의 샷으로 태우지 않았군! 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리 표정이나 셔레이드로 망설임을 보여줘봤자 설명할 수 없는 벤의 복잡한 심경을 그대로 관객에게 느끼게 해준다. 이런 트릭의 표현이 있었기에 더 디테일한 감정을 연출 할 수 있었다.






2009/04/17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플래쉬 백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에서와 똑같은 방식의 플래쉬 백이다. 특히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에서 보여준 플래쉬백을 통한 비꼬기 똑같이 보여주고 있다.

<수지에게 차인 벤에게 충고를 하는 친구 숀>

벤과 숀이라니.. 포스팅하려고 하니까 이름이 짧아서 좋다... 팅팅탱탱 게임할때도 유리하겠군 극중이름이 반니스텔루이 요딴식이면 쓸때마다 길어서 짜증나..

아무튼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알려진 벤이 수지에게 차였다는 사실. 그 직후 학교에서 친구 숀은 벤에게 충고를 한다. 그 충고의 내용이란 바로 벤이 끝내주는 여자를 만나면 수지가 다시 돌아올거라는 내용이다.

이 대사는 3가지 기능을 하고 있다.

첫번째로 대사 직후 벤의 나레이션과 함께 보여주는 숀의 과거를 통해 익살을 유발한다.

<따귀,물,물,따귀,물을 맞는다>

숀의 충고를 듣고 벤이 '숀의 성공적인 여자관계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죠'라고 말하면서 영화는 숀의 과거를 보여준다. 여자들에게 따귀를 맞고 물을 맞고 또 물을 맞고 따귀를 맞은 직후 같은장소에서 다른여자에게 물을 맞는 장면.

이걸 언어로만 바꾸자면 숀의 대사가 이어지고 벤이 말하기를 '숀의 성공적인 여자관계가 상당히 인상적이죠, 그는 매번 만나던 여자들이 따귀를 때리거나 물을 끼얹으며 이별을 고했으니까..'라는 정도의 설명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플래쉬백에서의 장면은 조금은 과장된 기법이긴 하지만 코메디라는 장르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상요하고 있는 과장법을 코믹한 장면에서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또한 정석적인 문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러한 코메디이외에 또, 숀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 이 대사와 플래쉬백을 연결한 것이 아니라. 영화 전반적으로 보여지는 숀의 여자 밝힘증, 하지만 또 여자에게 크게 인기가 있지는 않은 특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복선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영화에서 내러티브적으로 클라이막스의 사건에는 바로 이 숀의 대사로 설명되어진다. 젠킨스의 생일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벤과 수지. 하지만 벤이 새로운 여자를 데리고 나타나자 수지는 다시한번 벤의 가치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벤에게 다시 접근하고 키스한다.

이 사건이 가지는 타당성에 대해서 따져보면 샤론이 화를 내는것은 당연하다. 그는 옛여친과 이별했다고 말했고 샤론과 벤은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지기 시작했으므로. 하지만 수지가 자신의 현재 남친인 동생 젠킨스와 함께 나타나서 그 자리에서 이렇게 벤을 꼬시는 것은 조금은 납득이 안가는 상황이다. 영화에서는 수지가 젠킨스와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그녀가 벤을 그리워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족한 인과관계를 우리는 앞에서의 숀의 대사로 알 수 있는 것이다. 벤이 멋진여자를 데리고 나타나면 수지는 경쟁심리에 벤을 다시 빼앗고 싶어질 것이다. 여자들은 서로 경쟁하니까.

이것은 여자에게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가치가 높은 것. 가치가 높고 가지기 어려운 이성에게 사람은 끌리게 되어있는 것이다.

즉, 단순히 재미있게 구성된 장면 같지만 이 플래쉬 백을 통해 코메디를 만들고 숀의 캐릭터를 설명하며 영화의 클라이 막스에서 일어날 사건을 암시하는 동시에 설명하고 있다. 상당히 좋은 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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