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27 - [영상문법] - 영상문법 - 디테일한 감정 연출 <아멜리에>에 언급했듯이 영화 아멜리에에서는 수평을 밥먹듯이 파괴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살펴보면 하나하나의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수평을 어긴 화면이 수평을 맞춘 화면보다 더 '재미있는 구도'라는 이유로 그렇게 찍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멜리에의 앞에서부터 뒤로 패닝된 이 샷도 처음부터 끝까지 수평이 어긋나있다>

클립해놓은 영상의 처음부터 20초 가량의 컷을 보면 걸어오는 아멜리에의 앞에서 찍다가 그녀가 카메라를 지나쳐서 가자 패닝해서 그녀의 뒷모습을 계속해서 따라간다
하지만 놀랍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 샷의 수평은 틀어져 있다
위의 링크걸어놓은 다른 포스팅에서 감정을 더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고 했는데 아멜리에에서는 감정적인 부분이 아닌 곳에서도 수평이 틀어지는 것을 쉽게 볼수 있다
색감과 미쟝센이 뛰어난 영화라는 점을 볼때 이러한 오블리크 샷들은 앞에서 언급한대로 조금더 다이나믹한 화면을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를 조금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 계속해서 틀어진 수평을 사용하고 있는것이다
이러한 자유로운 표현은 이 이후의 샷에서도 펼쳐진다

<이샷 부터 격한 헨드헬드로 촬영된다>

클립한 동영상 30초 부근까지는 달리(dolly)나 크레인 스테디 캠을 이용해서 촬영하지만 아멜리에가 장님 할아버지를 돕는 위의 스샷부터는 격렬한 헨드헬드로 촬영이 된다

이것은 브레또도를 돕고 그의 행복을 목격한 아멜리에가 이제부터는 다른사람을 도우며 살겠다고 정한 자신의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격렬한 행복을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독이 어째서 잔잔한 샷에서 격한 헨드헬드로 바뀌었을때 이런 행복이 표현되는지 알아냈는지가 궁금할 정도로 이 방식은 그녀의 행복을 너무나도 적절하게 표현해주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가 그렇게 좋은 영화가 된 것이겠지만)

<이 샷까지 헨드헬드로 촬영된다>

1분 12초정도까지 헨드헬드는 이어지고 그 직후 다시 할아버지를 돕고 혼자서 계단을 올라 뛰어가는 아멜리에와 그 밑에서 그녀의 행복의 에너지를 전달 받은 할아버지는 크레인으로 촬영이 된다

다른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것이지만 아멜리에의 감독은 주인공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 틀어진 수평, 중간중간 들어가는 cg, 입김, 헨드헬드, 저속 촬영과 고속 촬영등 이 당시 굉장히 실험적이고 재미있는 표현기법이 많이 그리고 적절하게 활용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10초부근에 나오는 이장면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부분이 입김으로 뿌옇게 되있다>


10초부근을 보면 브레또도가 지나가는 타이밍에 맞춰서 공중전화를 걸고 있던 아멜리에의 입김으로 입부분의 유리가 뿌옇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이 장면은 순식간에 지나가므로 잘 살펴봐야 한다
단편영화를 찍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촬영하다보면 입김에 의해서 뿌옇게 되는것은 일상다반사이다 창문밖을 바라보는 장면이나 거울을 가까이에서 보는 장면에서도 빈번히 일어난다
하지만 당연히 촬영할때는 티슈로 창문이나 거울을 닦고 배우에게 숨을 참아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입김으로 뿌옇게 된 부분이 한국의 뮤직비디오에서 여배우의 입부분의 포커스를 나가게 한 것처럼 오드리 토투라는 배우를 더 예쁘게 보이게 하고 있다는 생각마저도 들게한다

어째서 감독은 입김을 닦지 않았을까
사실 저런 리얼리티는 오히려 극의 진행을 방해한다고 판단 되기 때문에 촬영시 닦는게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영화를 보고 있는데 실제로 입김에 의해 뿌옇게 되지만 그럴때 관객들은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지 않고 순간적으로 뿌옇게 된 부분을 보며 극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은 이 장면이 매우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나는 영화를 보면서 저장면에서 굉장히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현대의 관객은 이정도로 극의 진행을 방해 받지 않을 정도로 단련이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앞부분의 입김이 실수가 아니었다는것을 보여주듯이 다시한번 완전히 뿌옇게 된다>

전화를 내려놓고 다시 브레또도를 응시하는 30초 부근의 장면에는 입김이 뿌옇게 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순간적인 재치를 통해서 감독은 한가지 의미를 만들어낸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돌아왔기 때문에 입김이 없어진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이미 전화기를 내려놓은 이후의 시간이 너무 길다
그렇다면 이 부분의 입김이 사라진것으로 감독은 그녀가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다'라는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43초에 나오는 마지막 사진을 보면 그녀의 입부분이 전에 없이 크게 뿌옇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브레또도가 상자를 열어본 직후에 나오는 컷으로 아멜리에가 숨죽여 지켜보다가 상자를 여는순간 안심하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는 연출로 보여진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처음부터 감독은 그녀의 입김의 유무를 통해서 그녀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의 사진에서 한번 작은 입김을 보여준후 입김없이 깨끗한 유리를 보여주었고 마지막에 커다랗게 뿌옇게 된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너무나도 세심한 연출이기에 많은 관객들이 자칫 놓칠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앞에서 소개했던 아멜리에의 긴머리 한컷 2009/01/25 - [영상문법] - 영상문법 - 머리 스타일의 미쟝센 <아멜리에> 을 생각해 본다면 이렇게 디테일한 연출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생각도 든다

<상자를 발견한 브레또도를 계속해서 틀어진 수평으로 촬영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아멜리에의 컷이 그렇다면 그녀가 훔쳐보고 있는 브레또도는 틀어진 수평으로 로우앵글에서 촬영된다
로우앵글이라고 하면 위대함, 공포심으로 배우게 되지만 그 이외에도 여러가지 효과가 있다
특히 나는 로우앵글의 2가지 큰 위력으로 코메디, 감정적인샷 이라고 생각한다
이부분의 로우앵글은 그래서 나는 감정적인 샷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잡은게 아닐까
물론 앞뒤의 문맥을 생각해본다면 아멜리에의 시점이기 때문에 로우로 촬영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이유보다는 브레또도의 감정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틀어진 수평의 이유도 찾을 수 있다
틀어진 수평하면 불안감, 역동적이라는 기본적인 효과를 나타내지만 이부분의 촬영은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역동적 감정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수평에 맞게 촬영된 것과 살짝 틀어진 수평으로 촬영된 것을 비교해 본다면 후자가 더욱더 감정적인 샷을 만들어 낼수 있다고 생각한다

틀어진 수평으로 촬영하는 것을 영화 '아멜리에'에서는 굉장히 빈번하게 사용하는데 다음번에 틀어진 수평으로 된 한 장면을 소개하려고 한다
참고로 밑의 링크된 포스팅을 보고 틀어진 수평이 릴리슈슈의 모든것과 아멜리에에서 어떻게 다르게 효과를 보이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2009/01/18 - [영상문법] - 영상문법 - 수평의 파괴, 내재음 <릴리슈슈의 모든 것>



릴리슈슈의 모든것에 나오는 이 장면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평이 파괴되어 있다

한국에서 영화를 배울때 우리는 수평을 맞추는 법부터 배운다 기본적으로 수평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계속해서 수평을 맞추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을 이와이 슌지는 보여준다
하지만 아주 많이 틀어서 눈에 띄게하는것이 아니라 미묘하게... 관객이 알아차리지는 못하지만 느낌으로만 전달할 수 있게 한다

<레코드점에서 CD를 훔치는 장면 수평이 틀어져 있다>

위의 스샷을 보자
카메라에서 제일 먼 벽 부근을 보면 프레임의 윗 라인과 그 밑에 진열된 선반이 수평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 화면은 수평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화면은 오른쪽 위로 틀어져서 왼쪽과 오른쪽의 높이가 다르다

영화의 초반에 등장하는 이 장면은 주인공이 친구들과 CD를 훔치는 장면이다
이장면이 전체에 작용하는 의미를 제쳐 두고 말하자면 결국 탈선 장면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와이 슌지는 이 장면을 계속해서 틀어진 수평으로 보여준다

<주인공이 CD를 훔쳐서 나가고 점원이 그뒤를 따라 나가자 수평은 맞게 된다>

솔직히 이야기 해서 첨부한 동영상 18초 부근에 나오는 이 장면이 의도한 것인지는 확신 할 수 없다
하지만 의도했다는 가정하에 이야기를 해보자
주인공들이 CD를 훔쳐 달아나고 그것을 발견한 점원은 소리를 치며 그들을 뒤따라 나간다
점원이 문밖으로 뛰어나가고 있는 첫번째 스샷을 보면 분명 수평이 틀어져 있다
하지만 점원이 나가고 나서 가게안이 계속 비춰지지만 카메라가 미세하게 움직여 두번째 스샷처럼 수평을 맞춘다
이것이 만약 의도한 장면이라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그들의 범죄 현장만을 수평을 틀고 그들이 사라진 가게는 더이상 그렇게 촬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이 슌지는 단지 그들의 탈선행위만을 틀어진 수평으로 잡고 싶었을 뿐이다

<그들이 CD를 파는 장면의 마지막까지 수평은 틀어진다>

윗 스샷을 보면 수평이 상당히 틀어져 있다
이런 평평한 바닥에서 대체 누가 이렇게 촬영을 하겠는가
하지만 놀랍게도 관객들은 이러한 수평의 틀어짐은 눈치를 잘 채지 못한다
그저 이 장면이 조금더 스펙타클하다고 느낄 뿐이다
밑의 주인공의 클로즈업 역시 뒤의 가게 라인을 보면 수평이 틀어진 것을 알 수 있다
계속해서 반복해 말하지만 이렇게 틀어진 촬영은 100퍼센트 의도라는 것이다

<그들이 가게를 나와서 도망가는 장면에도 경고음은 계속해서 들린다>

수평이야기는 그만하고 CD를 훔쳐 달아나는 20초 부근의 이 장면을 다시 보자
가게에서는 그들의 탈선에 걸맞는 비트가 강한 음악이 흐르고 있고 주인공이 CD를 가방에 넣고 문을 통과하는 순간 도난방지경고음이 울린다
재미있는 것은 컷이 바뀌어 장소가 도로가 된 위의 스샷부분이다
당연하지만 가게의 음악은 들리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도난 방지 경고음은 계속해서 울린다 그리고 그들이 씨디를 팔러 가는 장소 전까지 계속해서 멈추지 않는다

어째서 이소리는 멈추지 않는가
이소리는 분명 OST와 같은 외재음(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듣지 못하고 오직 관객만 듣는 소리)가 아닌 내재음이다
그렇다면 장소가 바뀌었을때 가게의 음악과 같이 사라져야 하는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전에 하나와 앨리스의 사운드 셔레이드와 마찬가지로 이와이 슌지는 이 경고음을 이용한다 2008/12/31 - [영상문법] - 영상문법 - 셔레이드 <하나와 앨리스>
주인공들이 도망가는 이 장면을 계속해서 급박하게 만들기 위해서 이 경고음을 없애지 않는다
그리고 이 없어지지 않은 내재음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들이 잡힐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계속해서 만들어준다


<이글은 씨네마틱에 기사화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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