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 영화라는걸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봤는데 그래서 이해하는데 초반에 어려움이 조금 있었다. 흡혈귀영화라는 사실은 알고 보는게 훨씬 도움이 될거라고 믿는다. 안그래도 모호한 부분이 많은 영화니까.

영화는 전형적인 귀납적 방법의 연출을 택한다. 누가 흡혈귀인지 인물과 인물간의 관계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채로 그저 이야기는 흘러간다. 조금씩 조금씩 던져주는 정보를 통해 나중에 끼워 맞춰야 하는 영화지만 이런류의 플롯을 가진 대부분의 영화가 가진 스릴러라는 장르와는 전혀 다른 연출 방식을 택한다.

원작 소설이 있다고 들었는데 읽어보진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 느낌을 한껏 살린 영화라고 하니까 그래서 이런 연출 방식을 택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화로서는 상당히 놀랍고도 새로운 연출 방식이었기에 영화를 보는내내 의아한 느낌은 지울수가 없었다.

<영화는 계속해서 관객들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흡혈귀 부녀(?)가 이사오는 장면이 굉장히 음산한 음악과 함께 보여지면 다음날 오스카의 학교 장면이 나온다. 귀납적 플롯의 영향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러한 음산한 음악과 함께 압축되어버린 씬의 직후는 굉장히 중요하다. 보통 이런때는 그 다음씬에서 이전 씬의 설명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스카의 교실에는 경관이 와서 불난집에 시체가 발견되었지만 경찰은 그 시체가 화재 이전에 살해되었다는걸 밝혀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이유를 오스카가 맞추는 이 장면에는 2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첫번째로 이전의 음산한 씬에서 사람이 죽고 화재가 일어났다는 사건을 설명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은 이 영화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이며 사실 이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 실제적인 의미는 이후에 설명할 두번째에 있지만 이런 이야기로 굳이 시작하는 이유는 바로 관객을 속이기이다. 귀납적 플롯으로 인해 무슨일이 일어날지 잔뜩 긴장하며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 순간적으로 어제는 살인과 화재가 발생했다고 던져주지만 그것은 거짓정보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적인 해석(결과적으로는 틀리지만)을 유도하여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며 이 영화의 전반에 깔린 '범죄'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를 영화 초반에 깔아두고 있다.

그리고 두번째 의미가 가장 실제적인 의미지만 오스카가 이 문제를 맞춤으로서 (그리고 이후에 범죄 기사를 스크랩하는 장면과 매치하여) 그의 캐릭터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오스카의 캐릭터가 범죄를 갈구하는 사람인지 동경하는 사람인지 그저 흥미있어 하는 것인지 정확히 나오지는 않지만 명확한건 그가 그런것을 혐오하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설명해 둘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다시한번 관객을 속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교실 밖의 장면에서는 왠 아이두명이 다투는 듯한 장면이 보여지면서 오스카에게 고함을 치는 목소리가 들린다. 당연히 관객들은 이 두아이중 한명이 (그래서 일부러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스카라고 생각하게 하지만 실제로 이 아이들은 영화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그냥 배경의 의미일 뿐이다. 이후에 오스카가 뒷걸음질하며 그를 윽박지르는 아이에게 괴롭힘 당하는 장면이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관객들은 모두 다투는 듯한 아이들에게는 관심이 사라진다. 하지만 감독은 굳이 어째서 저 아이들을 시작으로 이 장면을 시작하는가?

위에서 설명했듯이 순간적으로 관객을 속이는 의미를 가진다 2009/09/09 - [영상문법] - 트릭 - <하나와 앨리스, 花とアリス: Hana & Alice>에서처럼..

이러한 트릭으로 극적유희와는 다른 순간적인 즐거움을 선사할수 있으며 이러한 편집, 연출이 바로 이 영화의 전반에 깔려있는 방식이다. 영화의 마지막 씬도 그렇지만 몇번이나 달리로 인해 배경부터 이후에 드러나는 배우들을 보여주고 있고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정보에서부터 확연한 정보로 이동한다. 플롯, 편집, 주제가 모두 이런 스타일로 통일되어 보여지는 말그대로 귀납적 연출의 일관으로 보여지는 영화다.

왜 그럴까? 왜 감독은 굳이 이렇게 귀납적 연출을 고집하는가? 실제적으로 주인공이 오스카가 엘리에 대하여 알게되는 것이 이 영화의 전반적인 플롯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씩 알게 되어 그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조금씩 많이 알게 되어 이해하는 방법과 버릇을 들여두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거지같이 디테일하게 생각하고 만든것이 아니라 '이게 좀 괜춘한것 같은데?'라고 생각했겠지만 바로 그게 그거고 모든길은 로마로 통하는 법인 것이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본 '아름다운 흡혈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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