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 형님이 서스펜스를 설명하기 위해 들었던 예시를 생각해보자. 
관객들은 테이블 밑에 폭탄이 설치된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영화속 등장인물들은 그것을 모른다. 이런 시점에서 서스펜스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물론 단순히 이런 상황에서만 발생한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히치콕형님이 하시고 싶었던 말씀은 바로 '정보'의 통제에 있다. '정보'를 관객과 등장인물에게 차별적으로 주어졌을때 여러가지 감정이 다르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공포영화에서 흔히 범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시점샷으로 촬영되거나 하는 것이 바로 '정보'를 통제해서 서스펜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럼 언제 '서스펜스'가 발동하는가? 관객은 알고 있고 등장인물은 모를때가 바로 최고조에 달한다고 생각한다. 위의 테이블 밑의 폭탄도 그렇고 공포영화에서 범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 또한 그렇다. 범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해서 관객에게 정보를 완전히 통제한 것은 아니다. 범인이 어딘가에 이는지 '알고있기 때문에' 관객들은 높은 스릴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관객마저도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을 히치콕 형님은 '서스펜스가 아닌 서프라이즈'라고 표현하고 있다. 즉, 관객도 몰랐던 사실이 갑자기 일어나면 그것은 서당연히 놀라움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이후에 설명이 되어질 것이다.

 <관객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고 했던가? 엘리의 말에 따라 자신을 괴롭히던 썅놈시키의 귀짝을 장대로 시원하게 한대 후려갈겨주었던 오스카. 이제는 썅놈시키의 슈퍼썅놈 형(아마 그런듯?)이 와서 오스카에게 복수의 복수를 한다. 

관객이 여기까지 알고 있는 사실은 엘리가 떠났다는것 혼자 남겨진 오스카는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수 없는 복수를 당해서 죽을지경에 처한다. 

(이장면에서 나는 오스카가 죽을거라고 생각했다. 슈퍼썅놈형은 3분동안 물위로 올라오지 않으면 봐준다고 했고 그 전에 숨을 못참고 올라오면 눈알을 파버린다고 협박했다. 이전에 오스카가 뺨을 맞을때의 장면을 생각해보면 그저 무식하게 참고 있다가 그대로 숨이 끊어질 것이라고 관객들은 기대하기 충분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은 일부러 물 속에서 눈을 감고 있는 오스카만을 비춰준다. 그리고 또 그렇듯이 등장인물은 모르게.. 관객만이 아는 정보를 제공한다.

위의 첫장면부터 차례로 보면 물속에 잠겨 있는 오스카의 머리를  썅놈형이 잡고 있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갑자기 오스카의 얼굴 앞으로 뭔가가 물에 빠졌다 사라지고 곧 저 뒤쪽으로 버둥거리는 다리가 날아간다. 

오스카는 모르지만 관객들은 이때 모두 알게 된다. 엘리가 나타나서 그를 구출해 준다는 것을.. 그리고 잠시후에 아마도 그 다리의 주인공의 머리가 물속으로 떨어지고 (이 장면에서는 친절하게도 포커스는 머리가 떨어질 부근의 뒷편으로 맞춰져 있다) 오스카의 머리를 잡고 있던 팔도 물위로 올라가더니 어느새 절단되서 화면 앞으로 떨어진다.

관객들은 모두 알고 있고 등장인물은 모르는 엘리의 등장을 이제 오스카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살인자.. 흡혈귀라고도 할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인을 정당화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 장면은 굉장히 아름답다. 오스카를 괴롭히는 무리의 죽음은 한편의 시처럼 그렇게 물속으로 떨어지고 이후에 오스카에게 보여지는 엘리의 모습은 피가 조금 묻었을뿐 너무나 아름다운 눈빛이다.

처음부터 귀납적으로 보여주던 영화는 이렇게 결말을 짓는다(물론 이후에 한씬이 더 있지만.. 그 씬 역시 귀납적이지 않은가?) 그리고 영화 내내 엘리는 자신이 살기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을 정당화 하지 않았지만 관객은 모두 그녀의 삶을 인정한다.

그 삶이 아름답게 느껴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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