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온 영화들은 연극의 기록판이었다.
소리도 없이 컷도 없이 롱테이크 롱샷이 기본이 된 한 씬은 무조건 한 쇼트로 이루어졌다. 그들에겐 편집 기술도 없었으며 편집을 해야할 이유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피스가 편집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뭐 그거야 그런것이고 아무튼 편집은 영화의 디테일을 만들어 냈다.

고전 영화들에서 노골적으로 보여지는 클로즈업. 인물의 표정.. 정보를 담은 소품등이 가장 중요한 것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영화를 장식했다.

그리고 현대의 영화는 인물의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이 디테일한 편집을 이용했다. 시점샷과 반응샷으로 이루어지는 인물의 디테일한 감정은 이제 영화의 교본이 된지 오래오래다.

그래도 아직도 롱테이크 롱샷이 존재한다. 혹자들은 이 영화를 지루하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롱테이크 롱샷이야 말로 가장 디테일하다. 나뭇잎을 그린 그림은 잎사귀밖에 보여주지 못하지만 전경은 모든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모든 정보를 보여주기 때문에 디테일하다.

<뒤에 걸어가는 행인들의 움직임과 타이밍도 계산해야하니까>

위의 장면을 보자. 수업이 끝나고 모두들 복도를 빠져나가고 있다. 그중에서 화면의 가장 앞쪽에는 관객들에게 보여줘야할 인물 두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고 저 뒤편으로는 많은 인물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보통의 영화처럼 이 장면을 오버더 숄더로 찍는다면 뒤의 인물들은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들이 취해야할 행동 타이밍 모든것은 계산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위의 샷에서 그들은 계산된 행동을 해야한다.

두장의 그림 모두에서 사물함 앞에 앉아있는 사람을 보자. 이것이 바로 이 롱테이크 롱샷의 디테일함인 것이다. 클로즈업이 없어 인물들의 표정을 자세히 잡지는 못하지만 전체적인 정황과 분위기를 표현하는 디테일이 있다.

<아오이 유우에게서 눈을 뗄수가 없다>

엔(아오이 유우)이 미루메(마츠야마 켄이치)를 좋아한다는 것을 감독은 대놓고 표현하지 않는다. 대사로 들어내지 않으니까 관객은 그저 유추할 수 밖에 없다.

위의 장면은 자신이 일하는 극장에 미루메만을 초대한 엔의 마음을 살짝 들여다 볼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루메는 자신이 반한 유리를 만나게 되고 엔은 미루메가 자신을 가리키자 테이블 밑으로 숨어 버린다.

그리고 3번째 장면에서 테이블 밑에 숨은 채로 손님에게 거스름돈을 건내는 장면이야 말로 이 영화의 베스트 컷이다. 화면 앞에 배치된 미루메와 유리의 대화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 그저 그들이 좀더 가까워지기 위한 구실을 찾고 있는 말들에 불과하니까. 이 장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엔의 마음이다. 미루메를 짝사랑하는 그녀는 멀리서 숨막히는 심정으로 둘을 지켜본다.

그리고 화면 저 뒤쪽에서 어정쩡하게 존재하는 것도 아닌 숨어버린 엔에게 관객은 시선을 빼앗겨버린다. 이것이 바로 이 장면의 디테일함이다. 관객들은 배치된 상황에서 엔의 심정에 가장 관심을 가지며 동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미루메의 사랑을 엔을 신경쓰며 바라보게 한다.

편집을 위해 샷을 나눴다면 어땠을까? 엔의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녀의 얼굴이 등장하거나 등을 걸친 오버더 솔더 샷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연출은 어느모로 보나 위의 것보다는 노골적이다.

노골적이지 않은 것이 바로 3인칭 시점으로 관철하는 롱테이크 롱샷의 묘미이며 강점이다. 위에서도 몇번이나 말했듯이 화면안에 계속해서 보여지기 때문에 엔의 행동은 관객들이 유추할 수 있고 나중에 납득할 수 있게 논리적이고 일관성이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바로 이런 화면안의 모든 배치가 바로 롱테이크 롱샷의 디테일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