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자신의 여자친구에 대해서 자랑하던 사람(나쁜놈)이 갑자기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어떨까?(물론 나로서는 기쁠 것이다)
아마 그의 갑작스런 변화에 놀랄 것이다 이것은 분명 그의 일관된 삶의 양식에 어떤 변화가 왔다고 생각 할 수 있다

하지만 친구중에 미친놈 사이코 또라이중에 어떤 별명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괴팍한 친구가 있다면? 우리는 그가 왠만한 이상한 짓을 해도 그러려니 할 것이다
일탈 행위는 분명히 일관된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돌발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이것이 일관성있게 유지가 된다면? 그것은 더이상 일탈이 아니게 된다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서 이와이 슌지는 수평의 파괴, 점프컷을 이미 너무나 자주 사용한다 이것은 이영화에서 더이상 일탈이 아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이 영화에는 수많은 일탈된 표현양식이 있다

2009/03/03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핸디캠이라는 문체로 말하기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이것이 바로 대표적인 릴리슈슈의 일탈적 표현양식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수평의 파괴와 거친 핸드헬드 그리고 점프컷의 사용은 이미 이러한 핸디캠의 사용에도 어느정도 놀랍지 않은 익숙함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그리고 이번의 포스팅하는 인간을 고기로 만들어버리는 색감의 보정에도 우리는 크게 놀라지 않는다

<이미 수평의 파괴는 말해봐야 입만 아플정도다>

반에서 짱을 먹고 있던 이누부시를 격파(?)하고 무언가에 홀리든 걸어가는 호시노의 촬영에는 이전부터 보여졌던 단순한 수평의 파괴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위의 첫번째 사진을 보자
호시노의 얼굴은 타이트 바스트라고 불러야 될정도로 타이트하다
보통 영화의 경우 이런 인물샷의 경우 초점거리가 매우 긴 망원 렌즈로 촬영된다
그것은 인물에 포커스를 맞춰서 그의 표정에만 집중하게 하기 위함이며 아웃 포커싱 된 화면이 훨씬더 보기 좋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왜 DSLR카메라를 사용하면 사진이 예쁘게 찍히는가?
그것은 자동디카에는 망원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포커싱만으로 이야기 할수 없는 부분들이 있지만 아웃포커싱의 효과는 크다

아무튼 그렇지만 호시노의 인물샷은 똑같이 수평이 틀어져 있는 밑의 유이치의 샷과 다르다 호시노는 광각렌즈로 촬영 되었다
물론 유이치역시 망원으로 촬영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뒤의 배경에 맞는 포커스를 보자 호시노의 뒤는 모두 포커스가 맞아있다 하지만 유이치는 바로 뒤에 있는 친구마저도 어느정도 초점이 날아가 있다
이것은 무엇 때문인가?

광각으로 사진을 찍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광각에는 왜곡효과가 있다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다르지만 이 장면에서는 분명히 호시노를 '또라이'처럼 보이게 하고 있다
다시한번 호시노의 얼굴샷을 잘 보자 분명 평소의 호시노와는 다르게 거리감이 다르게 왜곡되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인다

반면 밑에 있는 유이치의 샷은 살짝 포커스가 날아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뒤에 있는 친구들의 표정까지도 잡아내려는 의도라고 생각되며 원래 이영화에서 심한 망원렌즈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호시노의 퇴장 장면에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점프컷과 수평의 파괴와 함께 뒤뚱거리는 호시노에 맞춘 카메라 워킹까지 있다
다시한번 잘 살펴보면 멍하니 홀린것 같은 호시노를 표현하기 위해 카메라와 편집이 상당히 연출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누부시의 피부색을 보라색으로 만든다>

위의 사진으로는 구분하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위의 세컷의 이누부시의 피부색은 짙은 보라색이다 이것은 분명히 색감을 보정한 것이다

나는 이 장면에서 호시노의 변신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 최대한 이누부시를 불쌍하게 보이기 위한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진흙탕 물에서 벌거벗고 개헤엄이라는 설정에도 모자라서 이누부시의 피부색마저 인간같지 않은 색으로 만들어 버린다 마치 매우 하등한 생물처럼
그리고 중간중간 초점을 나가게 하면서 개헤엄을 치는 이누부시를 모자이크로 처리해야 되는 인권을 보호해줘야 할정도의 불쌍한 인간처럼 만든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계속되는 수평의 파괴와 점프컷 그리고 핸디캠의 사용, 광각렌즈로 왜곡, 색감의 변화까지 계속해서 표현을 상황에 맞춰서 자유롭게 하고 있다

영화가 시작되고 한참뒤에 나오는 갑작스런 핸디캠샷의 시퀀스나 이런 색감의 변화 같은 것이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는 이유는 이와이 슌지가 이 영화에서 일관되게 기존의 표현 양식을 절대법처럼 지키고 있지 않는 일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카메라는 무엇인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가상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한 신의 시점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감독은 이 카메라의 지점을 선택하고 보여주는 지속시간을 조절하여 영화를 조율한다
감독은 신이며 카메라는 그의 시점이다

하지만 때때로 영화에서는 카메라의 시점을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물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다 특정인물의 시점샷이 그렇고 스릴러물에 가끔씩 등장하는 cctv 샷이 그렇다 물론 릴리슈슈의 모든것에 나오는 핸디캠 샷도 완전히 처음보는 표현 양식은 아니다

형식의 특성으로 아주 유명한 영화 블레어 윗치에서 대대적으로 도입한 방식이다
촬영의 리얼리티를 위해 사실상 등장하지 않는 카메라로 찍는 것이 아니라 서툴고 거칠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핸디캠으로 촬영하는 것이다
필자가 아직 블레어 윗치를 완벽하게 분석해보질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오키나와 시퀀스는 완벽하게 블레어 윗치를 오마쥬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키나와 시퀀스는 모두 핸디캠으로 촬영된다>

이건 사실 놀라운 일이다
영화의 몇십분동안을 토할정도의 흔들림속에서 보여진다는 것이...
현대의 관객이 영화에 상당히 익숙하기 때문에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체이지만 이 영화가 나왔을 당시에는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블레어 윗치처럼 이와이 슌지는 핸디캠을 여러대 장착한다>

핸디캠이 아무리 흔들려도 한대라면 여러 각도에서 보여줄 수 없다
그것을 위해 이와이 슌지는 유이치의 일행에게도 여러대를 그리고 오키나와 여행사의 여직원에게도 한대의 핸디캠을 보급함으로써 촬영의 다각도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역시 이러한 촬영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 핸디캠의 촬영에 모든 것을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르겠다 실제로 이들이 들고 있는 핸디캠의 촬영본을 영화에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이쪽 컷과 저쪽컷을 나눠서 프로 카메라맨이 촬영한 것인지 (하지만 역시 전자라고 생각한다 후자는 너무나 힘든 방법이며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노리던 현장감이라는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사운드의 경우 핸디캠으로는 잡아 낼 수 없는 깨끗한 음질이다 분명히 오디오는 따로 동시녹음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영화의 컷을 보면 같은 각도에서 보여지는 컷인데도 지속되지 않고 점프 컷이 보여진다 동영상의 24초 부근부터를 보도록 하자
오키나와의 도인같은 아저씨가 말하는 장면이 분명히 연속하는 대사인데도 불구하고 중간에 점프컷으로 편집된다 이것은 위의 두번째 사진에서 보여지듯이 아저씨가 말하는 것을 2명이 촬영하고 있다는 데서 얻을 수 있는 편집법이긴 하다
하지만 굳이 그것을 약간의 각도가 틀어지는 점프컷으로 편집 할 이유는 있었을까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이와이 슌지는 이 시퀀스가 완벽하게 새로운 문체이길 원했다

<여성의 엉덩이를 클로즈업한다>

이와이 슌지는 어째서 오키나와 시퀀스에 이런 촬영과 편집을 감행하는가
영화의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오키나와 시퀀스는 상당히 중요하다
영화를 전반과 후반으로 가를 수 있는 시퀀스이며 호시노가 변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게 되는 장면이다

그리고 장소 역시 전혀 다른곳 바로 오키나와이다
그래서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곳의 이야기는 고전적 헐리우드 스타일이 아닌(이와이 슌지가 완전하게 그렇지는 않지만) 새로운 문체로 이야기 해보면 어떨까 하고

마치 이 영화의 스토리를 이야기 하다가 이 오키나와의 장면들은 오키나와의 방언으로 이야기 하는 것 처럼 전혀 새로운 문체를 구성하고 있다
이 핸디캠의 사용으로 오키나와 시퀀스는 고전적 헐리우드 스타일이 가져야하는 보편적인 진리들을 모두 버려버릴 수 있다
180도 법칙, 연속 편집, 시점샷과 반응샷,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서 고전적 헐리우드 스타일이 가지는 단점을 버려버릴 수 있다
바로 현대에 와서 영화에 익숙해진 관객이 어쩔수 없이 생각하는 이것은 영화이며 허구일 뿐이다라는 생각을 모두 던져 버릴 수 있게 만든다

결국 핸디캠의 촬영으로 많은 관객들에게는 멀미를 안겨줬을지는 모르지만 기존의 방식이 가지지 못한 현장감을 전해줄 수 있었다 그것은 이와이 슌지가 여지껏 대대적으로 사용하던 핸드헬드로도 흉내낼 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촬영법으로 이 시퀀스를 전혀 다른 문체로 표현 한 것이다
마치 초등학생들의 이야기를 채팅용어를 사용해서 설명 하듯이 말이다


카메라의 시점샷을 1인칭 시점이라고 한다면 음악의 사용에도 분명히 1인칭 시점(청점이라고 해야하나)이 존재한다 시점샷이 특정인물의 눈을 통해서 보여주는 장면이라면 1인칭의 음이란 특정인물에게만 들리는 것이다 이와이 슌지는 여기서 이것을 사용한다

위의 동영상은 유이치가 혼자서 cd를 훔치다 걸리고 그것 때문에 학교에 알려진 것에 대한 호시노의 보복행위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 사용되는 음악이다
호시노의 전화를 받기 전 유이치는 혼자 방에서 릴리슈슈의 음악을 듣고 있었다
위의 영상에는 포함되어있지 않지만 그때 슌지는 그것을 ost가 아닌 1인칭으로 사용한다 즉, 유이치가 헤드폰을 끼고 있을때는 크게 들리던 음악이 호시노의 전화를 받기 위해서 헤드폰을 벗자 아주 조그맣게 현장음에 섞여서 들려온다
이 음악은 관객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유이치가 듣고 있는 음악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시점샷보다도 훨씬더 감정적으로 관객을 유이치의 시점으로 만든다

그리고 호시노에게 불려가서 얻어맞기 시작한다

<유이치가 한참을 맞던 도중 릴리슈슈의 음악이 시작된다>

계속해서 같은반 친구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고 있는 유이치
클립해놓은 동영상의 10초 부근부터 유이치가 호시노의 전화를 받기 전에 듣고 있던 음악이 다시 흘러나온다 'I see you, you see me'라는 가사가...

<그리고 노래소리는 모든 소리를 잡아삼킬 만큼 커진다>

유이치의 의식이 이미 여기서는 멀리 사라진듯 카메라의 초점이 잘 맞지 않고 릴리슈슈의 음악은 아주 커다랗게 울려서 현장음을 집어 삼킨다
미리 이야기하지만 이 릴리슈슈의 노래는 유이치의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이다
집단구타를 당하고 있는 유이치가 현실 도피를 하기 위해서 릴리슈슈로부터 에테르를 제공 받고 있는 것이다

<호시노가 cd를 부숴버리자 음악은 멈춘다>

이것이 단순한 bgm이었다면 어째서 호시노가 cd를 부술 타이밍에 맞춰서 딱 끊긴 것일까 리듬감있는 편집을 위해 이렇게 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단순한 작업이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cd가 부숴졌을때 음악이 끊긴 것은 음악이 이 cd에서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이 cd는 재생되고 있지 않았다 케이스 안에 담겨 있었지
하지만 릴리슈슈의 음악의 원천은 바로 이 cd였던 것이다 그리고 유이치의 마음속에서 현실도피를 위해 울리던 릴리슈슈의 음악이 cd의 파괴로 인해 멈춰버린 것이다

단순하게 cd가 파괴되어 논리적으로 음악이 나올 수 없는게 아니라 유이치의 릴리슈슈로의 도피가 부서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호시노의 릴리슈슈에 대한 통제는 유이치가 그를 살해하는데 가장 원천적인 동기를 부여했을 수도 있다

유이치가 맞기 시작하면서 부터 울리던 음악은 그의 마음속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관객에게 들리는 그것은 bgm이 아닌 마음의 외침이었다
하지만 부숴지고 유이치는 훨씬 심한 꼴을 당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장면의 촬영과 편집이다
사실 촬영같은 경우는 이영화의 수많은 부분에서 핸드헬드와 점프컷이 이루어지므로 특별할 것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장면에서 이와이 슌지는 의도적으로 발로 찍고 있다 일부러 카메라를 좌우로 흔들고 일부러 수평이 틀어졌다 돌아왔다 한다 이것은 핸드헬드의 가장 강력한 효과이지만 이미 영화에 충분히 익숙한 관객에게 다듬어 지지 않은 현장성을 제공한다

촬영이야 그렇다치고 놀라운건 조명이다
이전에도 릴리슈슈의 밤 촬영은 계속해서 이렇게 카메라에 달린 불빛으로 조명을 제공 받는다 카메라가 비추는 곳에만 빛이 들어간다
이러한 조명법은 이터널 선샤인에서 미쉘 공드리도 사용하는데 굉장히 쓰이지 않는 방법이다 이터널 선샤인에서는 꿈속 장면이라고 허용범위안에 있다고 치지만 이 현실성 없는 조명은 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이러한 조명이 어째서 관객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지는가

나는 이 조명이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인 조명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조명법은 마치 카메라의 시점으로 후레쉬를 비추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나는 전에 카메라란 영화속에 존재하던 안하던 누군가의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명은 마치 그 무리속에 있는 누군가가 후레쉬로 그 장면을 보는 것 같은 현장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실제로 존재하는 누군가가 아닌)

만약 일반적인 경우라면 여러대의 조명을 쳐서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모든 곳을 구분할 수 있을정도의 밝기로 조명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방법은 너무나 현실적이기 때문에 관객을 그 장소로 옮겨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카메라가 비추는 곳만이 후레쉬로 비추는 것처럼 밝아진다면 관객은 마치 내가 그 장소에 있는 것처럼 그 모든 상황을 열심히 눈으로 쫓아야한다
그러므로 이것이 현실성 없는 현장감있는 조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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