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쉬 백이라는 영화 문법이 있다.
과거의 시제를 보여주는 것을 뜻하며 현대의 영화에서는 과거로 들어가는 장면에 대한 여러가지 표현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들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보면 고등학교를 찾아간 최민식이 창문 밖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어린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맞나? 유지태였나? 아무튼) 이런식으로 과거에는 단순하게 펑하는 흰색 화면과 함께 시작되어 흑백으로 펼쳐지던 과거 장면이 요즘에는 감독의 성향에 따라 마음껏 펼쳐진다.

그리고 더 나아가 최근의 영화들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주는 방법들이 성행하고 있다. 지금 소개할 장면은 바로 이런 기법이다.

<하루오의 등뒤에 있던 사람은 어느새 소년시절의 아키오로 변해있다>

달리인지 스테디 캠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카메라가 하루오의 왼쪽에서 부터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순간적으로 뒤의 인물이 가려졌다 나타난다. 그런데 뒤의 인물은 나이 든 중년에서 어느새 소년 시절의 아키오로 변해있다.

이러한 효과로 쿠도 칸 감독은 순간적으로 플래쉬백을 통한 과거의 이야기를 따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과거의 일부를 삽입하고 있다.

즉, 다시 뭉친 소년메리켄사쿠 밴드의 첫 공연을 하자 하루오가 지니고 있던 아키오에 대한 분노가 다시금 끓게 되는 장면이며 관객들에게 아키오를 왜 그렇게 미워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포함된다.

위의 1,2번 장면은 영상으로 보여주지 못해 아쉽지만 한 컷으로 되어 있는 것이며 이후에 하루오의 뒤돌아 보는 장면 이후 3번째의 아키오의 비웃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조금 설명을 하자면 젊은 시절 로디에 머무르고 있던 아키오는 자신보다 잘나가는 하루오를 질투해서 그의 기타줄을 끊어 버린것이다.

이렇게 플래쉬백으로 굳이 보여주지 않고 동시에 보여주는 효과는 크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실 많은 부분이 플래쉬백으로 보여지는데 이 장면만은 그렇지 않다. 결국 관객에게 과거 회상을 통한 제 3자적 입장에서 '들려주는' 것이 아닌 지금 일어난 것처럼 '보여주는' 효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명확하게 말해서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보다 내가 직접 본 것이 더 생생하고 내 마음에 강렬하게 와닿는다.

감독은 투어가 시작되기 전도 아니고 진행중도 아닌 가장 중요하고 긴장되는 첫 공연에서 바로 이 장면을 보여준다. 관객에게 하루오의 원한의 골을 설명하기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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