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편의 영상 부분은 사실 2009/02/13 - [영상문법] - 영상문법 - 액자식 플롯구성 <이터널 선샤인> 하고 굉장히 겹친다 하지만 다루려는 내용은 전혀 다른 것이다
먼저 위에 링크된 플롯구성에서 이야기 했듯이 이 동영상 클립의 처음장면은 C의 마지막 장면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는 B의 이야기이며 앞장면보다 과거이다 그 사이를 어떻게 연결하는지 살펴보자

<페이드 아웃>

첨부한 영상을 재생하자마자 나오는 페이드 아웃
간단하게 설명하면 '컷'이 아닌 페이드 아웃으로 C의 뒷부분 이야기를 압축해 버린다
그리고 B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페이드 아웃의 보편적인 기능을 생각해보자
보통 한씬이 끝나고 다음씬을 이을때 쓰는 페이드 아웃의 기능을 생각해볼때 이러한 연결은 C가 끝나고 시간이 흘러 B가 진행된다는 느낌을 더욱 강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이번 페이드 아웃의 실제 역할은 C의 이야기의 뒷부분을 보여주지 않고 압축해 버리는데 있다
그래서 이영화의 제일 처음 페이드아웃과 제일 마지막 화이트 아웃을 제외한 유일하게 컷이 아닌 연결이 바로 이 장면에서 펼쳐진다

이번엔 사운드 이야기를 간단하게 해보자
영화에서 사운드는 기능에 따라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관객만이 들을 수 있는 외재음(OST같은 것이 그것이다)
영화속 등장인물이 들을 수 있는 내재음(대사, 현장음 등)

첨부한 동영상은 45초부터 음악이 바뀐다
어떻게 바뀌는가?

타이틀 시퀀스가 진행되는 7초부근부터 하나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것은 현장음이 전혀 없이 나오는 음악이므로 당연히 관객들에게는 OST 즉 외재음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20초 부근부터는 현장음도 함께 나오기 시작한다
즉, 외재음과 내재음이 함께 나오는 상태가 된다


<오프닝 시퀀스가 나오면서 나오는 음악은 외재음인척 하지만 내재음이다>

하지만 42초 부근에 조엘은 카오디오의 정지 버튼을 누른다
음악은 멈추고 카세트 테잎이 튀어나온다
OST인척 했던 이음악은 사실은 조엘이 듣고 있던 내재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처음부터 내재음이었냐 하는것은 아니다

<처음에 이음악이 나올때는 차 밖이었다>

분명히 이 음악이 처음 나올때는 현장음이 없고 차밖의 조엘의 얼굴이 나온다
즉, 이때에는 내재음이라고 볼수 없다
내재음이라는 것은 영화속에서 실제로 존재한다는 뜻이며 그렇다면 조엘의 차안에서 흘러나와야 한다
조엘의 차밖에서 찍은 이 샷에서 현장음도 들리지 않는데 이 음악만이 이렇게 선명하게 들릴수 없다 이때에는 아직 외재음이었다

<현장음과 음악이 함께 들려온다>

그렇다면 20초 부근부터 이 음악은 내재음인가? 그렇지 않다
20초 부근부터 나오는 이 샷을 자세히 보면 현장음이 들려오기 시작하지만 촬영자체는 자동차 안에서 된것이 아니다
즉, 이것은 아직 자동차 밖의 상황이라고 봐야 옳으며 그렇다면 이 음악은 아직도 외재음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 음악이 점점 자동차 안으로 들어와 카세트와 함께 꺼져버리는 순간 내재음이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카메라는 드디어 자동차 안으로 들어온다>

35초 부근에 카메라는 드디어 자동차 안으로 들어오고 현장음은 계속해서 들려온다
음악은 이때 외재음이라고 표방한 외재적 내재음으로 변하고 결국 조엘의 동작과 함께 음악은 멈춘다
그리고 45초 부터는 새로운(?) OST(외재음)가 흘러나온다

어째서 이런 표현을 하는가?
이것은 관객이 인식한 것을 속인 것이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때로는 관객에게 단순한 재미를 줄수 있고 영화를 풍부하게 만드는 요건이 될수도 있다
하지만 이 슬픈 장면에서 몰입을 방해할수도 있는 이런 장면의 의도는 무엇인가?
이것은 영화 전체를 꿰뚫는 철학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 실제로는 다를수도 있다
실제로 이터널 선샤인의 첫번째 씬은 첫번째 씬이 아니다
그리고 그후에 이어지는 듯한 이야기도 이어지는 것이 아닌 과거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ost라고 생각했던 음악은 조엘이 듣는 카세트였다
나중에 조엘은 말한다 '나는 그녀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전혀 몰랐다고'
그리고 클레멘타인과 조엘은 서로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서로가 없을때 그들은 정말로 불행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엘은 그 카세트 테잎을 길에다 버린다>

그리고 조엘은 카세트 테잎을 차 밖으로 던져 버린다
하지만 이것은 스토리상 조엘의 화풀이일뿐 위에 나오는 샷처럼 버려진 카세트가 보여지고 자동차가 프레임 멀리로 사라지는 화면은 불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위의 샷은 어떤 의미인가?
이것은 상징과 복선이다
클레멘타인이 자신의 기억을 지웠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기억을 지워달라고 의뢰하고 돌아오는 길인 이 장면에서 실제로 버려진 카세트 테잎은 음악이 아니라 조엘이 그녀에 대해서 말하는 모든것을 녹음한 바로 그 테잎이었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지는 영화에서 이 카세트 테잎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할지 이야기하는 복선이다 

또, 길바닥에 버려진 이 카세트는 지워버리겠다고 말하는 그들의 기억에 대한 상징이다 이것은 기억을 지우기 위해 지워질 기억들을 녹음한 모든 내용이며 이미 버려졌다는 이야기이다
클레멘타인이 버린 조엘의 기억과 조엘이 버리게 될 그녀의 기억들에 대한 메타포이며 이 영화에서는 이렇게 기억을 길바닥에 버릴 수 있다는  또다른 표현인 것이다

조엘이 버린것은 OST인척 했던 음악이지만 그것을 촬영한 샷은 그가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버리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장면은 둘다 기억을 잃고 몬톡에서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장면이다
조엘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잃은 클레멘타인은 또다시 그를 얼어버린 호수위로 데려온다
이 장면은 내가 굳이 이러저러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될만큼 명확하고 아름답다
영화의 구도란 그 안에 나오는 피사체와 펼쳐지는 이야기와 관계 없이 특정한 느낌을 주게끔 설정 될 수 있다
그것이 미쟝센 - 구도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얼음위에 나란히 누운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프레임의 한가운데도 가장자리도 아닌 오른쪽으로 약간 치우쳐진 곳에 살짝 대각선으로 틀어져 누워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무엇이 크게 충격을 줬는지 한 포인트로부터 얼음은 사방으로 균열이 가있다
그 포인트는 마침 그들의 발 끝과 비슷한 라인 위치에 있으며 서로의 위치를 방해하지 않고 아주 잘 어울리게 그려져 있다

이것은 아마 한폭의 그림일 것이다
얼음위에 누워있는 둘의 그림을 아름답게 그려보라고 한뒤에 그대로 만들어서 찍은 것이 아닐까
얼음의 깨진 균열이 마치 눈의 결정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위에서 무거운 것이 떨어진듯이 보아 이것은 제작진이 고의적으로 만들어낸 균열일 것이다
이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기 위해 몇번이고 실험해서 만들어냈을 것이다
가만히 보면 조명도 그들의 주위에는 약간 어둡게 들어간다
마치 하늘의 달빛이 그들만 비춰주듯이 불공평하게 들어간 조명으로 이 그림을 더 집중력있게 한다

<카메라는 살짝 그들의 머리위로 움직인다>

둘이 눕고 처음에는 그들이 프레임의 아래위 딱 중간에 위치한다
하지만 천천히 카메라가 움직여서 그들은 적당한 헤드룸과 발밑의 공간을 가지게 된다
처음의 둘의 대화에는 천천히 무빙을 주다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 낸후 카메라는 멈추게 된다

한가지 해석을 덧붙이자면 얼음위의 균열은 둘사이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한번 깨져버린 둘의 관계를 기억하지 못하는 둘처럼 그들은 금이간 얼음위에 누워있는 것이 아닐까
나중에 나오는 처음으로 이곳에 왔던 기억이나 호빗과 클렘의 장면에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샷도 얼음의균열도 보이지 않는다
균열이 생겼지만 그위에 안전하게 누워있을수 있듯이 그들의 사이도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메타포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다



6미리 비디오가 보급된 대학을 다닌 우리 세대에게 가장 막강한 영향을 미친 감독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미쉘 공드리를 이야기 할 것이다
물론 영화만 본 사람들에게는 낯선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사람이 얼마나 많은 뮤직비디오와 cf계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는지 다들 알 것이다

그런 미쉘 공드리 감독의 최고의 흥행작 바로 이터널 선샤인이다
물론 혼자서 감독한 것이 아니지만 그의 엄청난 유명세 덕에 우리는 이영화를 미쉘공드리감독의 영화라고 흔히 말해버린다

쓸데 없는 이야기는 그만두고 이 영화의 플롯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내가 첨부한 장면은 영화가 시작한지 15분쯤 지나서야 오프닝 크레딧이 나오는 장면이다 액자식 구성을 가지고 있는 이영화는 시작하고 15분동안 영화의 마지막 부분을 보여준다

<수상한 남자가 조엘에게 도와줄 것이 없냐고 묻는다>

영화는 15분동안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첫만남을 보여준다 그리고 수상한 남자가 조엘에게 나타나고 스토리의 흐름이 잠시 끊긴다

사실 영화를 본사람은 알겠지만 이 초반의 시퀀스는 영화의 스토리를 ABC로 나누었을때 제일 마지막에 이야기되는 C다
하지만 이 장면이 제일 처음에 배치되고 이것은 마치 A인냥 행세하게 된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조엘은 자동차에서 미친듯이 울고 있다>

A인냥 행세하는 C가 지나가고 오프닝 타이틀이 나오면서 무슨 이유에선지 조엘은 미친듯이 울고 있다

이 영화는 꽤나 복잡한 플롯 구성을 가지고 있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만나서 사랑을 하다가 클레멘타인이 조엘을 지우기까지가 A
조엘이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는 장면이 B
그리고 조엘이 아무것도 모른채 일어나는 장면부터가 바로 C라고 하자
스토리의 순서상은 A + B + C 이지만 플롯 구성은 그렇게 보여주지 않는다

C를 제일 처음에 보여주고 그 후에 B와 -A(A의 역순)가 교차로 보여진다
이러한 플롯구성에서 얻어지는 효과가 크게 2가지라고 생각된다

C가 처음에 보여지고 조엘이 우는 장면 이후에 B가 보여지면서 사람들은 C에서 알게된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B로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C는 B보다 나중의 이야기지만 A의 첫만남이 보여지지 않았고 공교롭게도 C는 처음 만나는 장면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당연하지만 감독의 의도된 장면이다
기억을 지우고 서로에게 이끌려 다시 만나는 장면을 마치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첫만남처럼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C 장면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부자연스러워 보였던 C장면이 마지막에 다시 나왔을때 관객은 아주 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두번째 효과는 바로 -A이다
B에서 기억을 지우는 동안 조엘은 꿈속에서 클레멘타인과의 모든 추억을 다시 회상한다 그리고 그녀는 조엘의 기억에서 하나씩 사라져간다
이것은 설정상 그들이 작업 방식이 제일 가까운 기억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가장 오래된 기억을 마지막에 제거한다는 것이지만 영화적으로 놀라운 효과를 보여준다
조엘이 회상하는 그들의 사랑이야기는 이별의 슬픔부터 다툼으로 거슬러 올라가 서로 깊이 사랑하던 시절로 돌아간다
결국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어쩔수 없이 그들의 사랑의 시작으로 이끌려 간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는 사실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A의 끝에는 보여줄 필요가 없는 이 야기 이므로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플롯에서는 제일 처음에 보여주었던 C를 다시 보여주게 된다 
그들의 힘들었던 사랑을 다시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 도착한 곳이 바로 지워진 기억으로 다시 만나는 조엘과 클레멘타인이다

놀랍도록 치밀한 플롯 구조라는 생각이 든다
기억을 지운다는 스토리상의 특이성을 생각하면 이보다 완벽한 플롯 구성을 할 수 있을까? 

영화는 결과적으로 A B C의 이야기를 전부 들려준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의 사랑이야기를 모두 보여준다
순서대로 보여주지 않은것은 관객에게 조엘과 클레멘타인처럼 똑같이 지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다
인간은 누구나 옛날기억보다 최근의 기억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서로 싸우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가는 조엘과 함께 관객은 처음에 사랑했던 감정을 제일 나중에 알게된다 그것이 바로 그들이 다시 만나야 하는 이유이며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영화의 스토리가 아닌 형식으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조엘이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워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던 것처럼 그녀역시 그렇게 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조엘의 기억이 지워지는동안 그녀를 꼬시던 호빗족에게 집중하기 보다는 가슴아파하며 괴로워한다
이것은 물론 호빗족 멍청이가 그녀의 기억을 지우기위해 압수한 물건과 말들을 그녀에게 계속 꺼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는 클레멘타인역시 조엘과 똑같이 싸웠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엘의 꿈속에서 클레멘타인은 조엘에게 그렇게 협조적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마지막에 몬톡에서 만나자고 귓말을 하는 클레멘타인의 의지는 바로 거기에서 나온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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