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롱테이크하면 '살인의 추억'에 굉장히 좋은 장면이 있어서 소개하고 싶지만 한국영화는 저작권법이 아무래도 좀 심하게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워서 포스팅하지 못하고 있다
이 포스트에서 소개하는 장면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좋은 롱테이크는 치밀한 동선과 함께 탄탄하게 구성된 움직임으로 관객의 무의식에 많은 것을 전달한다

영화 아멜리에에는 아주 많은 재미난 장면과 빈번한 수평의 파괴가 나오지만 유럽영화 답게 아주 높은 빈도수로 트랙킹이나 크레인을 이용한 롱테이크가 나온다
그 중에서도 영화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는 이번 장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계산된 크레인의 움직임으로 프레임안에 보여주고자 하는 개체가 부드럽게 변한다>
  
첨부한 동영상을 본사람은 알겠지만 이번 장면은 25초 가량의 단 한컷이다
사진의 순서대로 카메라는 처음에 뒤에서 부르지만 왠지 모르게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길을 바쁘게 걸어가는 대머리의 뒷모습에서 그를 쫓아가는 남자를 잡았다가 그의 오토바이에서 떨어져 나간 가방을 돌아 그 뒤를 쫓아오다 그 가방을 줍는 아멜리에로 이어진다

이 장면이 롱테이크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편집 되었을까
차를 타고 떠나는 대머리의 뒷모습에서 그를 쫓아오던 남자가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의 정면으로 넘어가고 그것이 패닝되어 쫓다가 차에 부딪혀서 떨어지는 가방에 클로즈업이 들어가고 뒤에서 나타나 그것을 줍는 아멜리에의 샷으로 넘어갈 것이다

정리해 놓고 보니 분명 편집이 되지 않은 롱테이크인데도 이 장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모두 잡아놓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하지만 이 롱테이크는 결코 쉬운장면이 아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앞의 컷을 나눈 장면보다 훨씬촬영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카메라 무빙의 속도와 배우들의 움직임을 맞춰야 하고 무엇보다 갑자기 나타난 차가 오토바이 옆의 가방만을 건드려서 떨어뜨리는 장면을 따로 찍지 않는다면 엄청난 ng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물론 미리 해놓은 장치로 자동차 옆을 스칠때 가방을 인위적으로 떨구는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떨어진 가방을 쫓아오던 카메라가 돌아서 뒤를 보여주면 때맞침 뛰어오는 아멜리에와 함께 잡히는 타이밍이란 결코 쉬운 장면이 아니다
하지만 어째서 감독은 컷을 나누지 않고 이것을 한장면 쭉 보여주는가 (영화 아멜리에에서는 이러한 롱테이크가 굉장히 많이 사용된다)

그 첫번째로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컷을 나누는 것은 영화를 리드미컬하게 하지만 그것은 결국 조작이고 연속편집을 하더라도 그것은 엄연한 의미의 완전한 연속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롱테이크로 촬영된 샷에서는 완벽한 연속성을 만들 수 있으며 이러한 샷이 한 여자의 삶을 다룬 영화에서는 너무나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아멜리에의 인생이 순간순간의 판단과 사건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듯이 롱테이크로 촬영되는 장면들은 그런 흘러가는 인생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촬영 방법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감독은 이러한 촬영 방식을 많이 배치해 둔것이 아닐까

또한 이러한 촬영 방식은 완벽한 연속성에서 기인하는 완전한 인과관계를 부여한다
만약 앞에서 설명했듯이 편집이 되었다면 그것은 편집에 의한 인위적인 인과관계의 부여이다 하지만 대머리남자에서 그를  쫓는 남자 그리고 그가 떨어뜨린 가방 그리고 그뒤에  뛰어오던 아멜리에가 그것을 줍는 장면은 인위적이지도 않고 당연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인과관계의 사건이라는 것이다
행위의 의미를 살펴보면 도망간 대머리의 남자는 항상 사진을 찍고 그것을 찢어버리는 남자였고 찢어진 사진들을 모아서 앨범을 만든 남자는 그를 쫓아가서 그 의문을 해소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러한 추격속에서 그의 가방 하나가 자동차와 충돌하게 됐고(이것은 사고지만) 그에게 호감을 가지던 아멜리에가 그 가방을 주워서 자세히 살펴보는 것 까지의 완벽한 사건의 인과관계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크레인 샷은 굳이 편집 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가장 중요한 샷들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감독은 연속성을 해치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인과관계를 낫는 이러한 짜임새 있는 롱테이크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누구나 한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이런 상상
내가 엄청나게 성공해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살아가는 모습을..
또, 내가 굉장히 불쌍하게 죽은 이후에 날 위해 울어주는 사람들을 상상하며 카타르시스의 눈물을 흘린적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이 장면은 브레또도를 돕고 집에 오는길에 장님 할아버지를 돕고 저녁을 해먹다가 옆집의 외로운 아저씨를보고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외롭다는 것을 알게된 아멜리에의 모습이다
그녀는 티비를 보다가 평생을 남을 위해 헌신하며 살다가 젊은 나이에 죽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은 이 상상 장면을 어떠한 편집도 없이 실제로 아멜리에가 보고 있는 그대로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것이 어떠한 상상이라는 설명이 필요 없다

<일반적인 장면이 나오고 있던 뉴스는 자연스레 아멜리에의 이야기로 바뀐다>

영화에서의 감정 표현 방식은 대부분 간접적이다
소설에서는 빈번히 등장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 영화에서는 흔치 않고 영화에서의 감정 표현은 대사나 행동으로 간접적으로 전달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아멜리에'에서는 등장인물 이외의 이야기를 설명하는 전지적작가 시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때때로 그는 아멜리에가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는지 직접적으로 설명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전지적화자는 아멜리에가 직접적으로 이렇게 느끼고 있다고 설명하기 보다는 훨씬 영화적인 표현 방식을 택한다

마치 그녀가 실제로 티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보는 듯이 그것이 그녀의 상상이라고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채 전지적 작가는 그녀의 상상을 그대로 관객에게 읽어준다
전지적 작가로서 그녀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이때는 그저 그녀의 대변자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에서는 시점의 변화가 많지 않다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3인칭 관찰자 시점 또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변환하는 경우가 있지만 한 작품에서 한두번 뿐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 시점이 계속 변화한다 대부분은 주인공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경우에 따라서 영화는 너무나 쉽게 시점을 변화 시킬수 있다
여기에서도 간단하고 미묘하게 시점을 바꿔준다
그리고 또 다시 그녀의 시점으로 영화는 이동한다

<그리고 이 상상장면은 아멜리에의 감정을 너무나 쉽게 알게 해준다>

계속되는 이 상상장면은 그녀의 내면을 아낌없이 설명해준다
그녀가 어릴적부터 친구가 없었던것과 그래서 다른사람을 사귀는것이 서투르다는것 그래서 남을 돕기 위해 혼자서 외롭게 살았던것 그렇지만 그녀의 아버지 만큼은 돕기가 쉽지 않다는 그녀의 감정을 말해준다
그녀가 그렇게 느낀다고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벗어나서 이 때 만큼은 3인칭 관찰자 시점마냥 그녀의 상상을 우리에게 이야기해준다
관객은 그 상상을 통해서 그녀가 지금 자신의 처지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경험하게 해준다

그리고 직후에 아버지가 걱정된 아멜리에는 한밤중에 그의 집에 찾아가 어머니를 위해 장식해둔 인형을 뽑아서 훔쳐나온다
그리고 그의 여행을 위해 사진을 찍어서 모스크바로 부터 아버지에게 보낸다
이것은 이 포스트에 설명하기 뭐하지만 굉장히 유기적인 스토리라인임을 알수 있다
사실 아멜리에의 많은 씬들이 유기적으로 짜임새 있게 이루어지지만 자신을 불쌍히 여기다가 아버지가 생각나서 아버지를 급히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찢어진 증명사진을 이어붙인 앨범을 줍게 된다는 설정은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만들어 준다



누벨바그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영상문법 거리두기 (소격효과) - 브레히트가 만들었지만 영화에의 도입은 누벨바그가 아닐까..
그것은 이전의 고전적 헐리우드 스타일의 영화에서 보여지는 영화와 관객과의 단절을 무너뜨린 것을 말한다
조금 쉽게 설명하자면 영화는 그 안에서의 인물과 스토리가 존재한다 즉, 영화 안에서의 인물과 영화 밖의 관객은 결코 만날수 없는 다른 차원의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거리두기 기법으로 많은 감독들은 관객을 영화 안으로 인도한다
관객이 영화안에 몰입하여 현실과 영화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되었지만 현대의 영화에서는 하나의 효과적인 표현양식으로 존재한다

거리두기의 대표적 방식은 누가 뭐라해도 카메라를 직접보며 관객에게 말하기 이다
아래의 사진을 보자

<카메라를 직접보고 관객에게 이야기하는 아멜리에>

영화를 공부한 사람은 알겠지만 촬영의 불문율중에 하나가 배우로 하여금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관객은 언제나 영화밖에서 그것을 즐겨야 하며 똑바로 응시된 시점은 관객을 당황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의 관객은 다르다
몇십년이나 된 이러한 방식에 깜짝 놀랄 관객은 많지 않다
특히 나이를 먹고 영화를 수백편을 본 관객들에게 이정도의 표현은 그저 익살스러울뿐이다

아무튼 누군지도 모르는 굵은 남자의 목소리로 진행되던 이야기에서 뜬금없이 아멜리에는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건다
극장에서 사람들 얼굴을 훔쳐보는게 취미라며 카메라를 이동시켜 영화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여준다
누벨바그시대의 소격효과는 이러한 방식으로 관객이 영화에 몰입을 하지 못하게 했지만 나는 아멜리에에서의 이러한 표현은 조금 다른 작용을 한다고 본다
여지껏 어떤 남자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되던 아멜리에의 이야기는 관객에게 그저 내가 모르는 여자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멜리에가 직접 관객에게 말을 걸면서 거리두기라기 보다는 오히려 관객과의 거리를 가깝게 하는 것을 시도하였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영화시작 12분 정도에 나오는 이 장면은 나(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어준 아멜리에를 더 가깝게 느끼고 마치 내 친구의 이야기를 보는 듯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놀랍게도 '거리두기'라는 문법을 이용해서 감독은 관객과 극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마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같은 표현기법>

이 사진의 장면 역시 아멜리에가 계속해서 관객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면 정말로 이러한 표현 방식이 관객과 극의 거리를 재인식 시키고 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더 가까이서 설명해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관객에게 '난 남들이 못보는 옥에 티를 잘 찾아요'라고 말하면서 뒤에 지나가는 벌레를 혹시 놓칠까봐 TV프로그램처럼 빨간 동그라미를 칠해준다
이러한 표현이 어째서 당신은 지금 영화를 보고 있는거니까 몰입하지 말라고 하는 전통적인 소격효과라고 할 수 있는가
오히려 완전히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여 더 쉽게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다시한번 아멜리에는 시선을 틀어 관객을 본다>

이 사진을 보면 어째서 감독은 보여주던대로 정면에서 아멜리에가 카메라를 보고 말하게 하지 않았을까
카메라가 영화의 시점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포스트를 참고하자
2009/01/01 - [영상문법] - 영상문법 - 영화의 시점 <완벽한 그녀에게 딱한가지 없는것>
나는 모든 샷은 영화에 등장하던 하지않던 그자리에 위치하는 누군가의 시점이라고 믿는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 샷을 살펴보면 아멜리에의 옆에서 촬영된 이 로우앵글은 마치 옆자리에 앉은 꼬마에게 말을 거는것 처럼 보인다
처음의 정면응시가 처음으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기 때문에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었다면 두번째 장면은 마치 옆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시점으로 촬영 되었다(아멜리에의 얼굴이 아닌 영화안의 영화 화면이 촬영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이 시점에서 아멜리에는 옛날 영화에서는 운전자가 길도 안보고 운전한다는 정보를 자신보다 어리고 옛날영화를 보지 못했던 꼬마에게 이야기 하듯이 말하고 있다
실제로 아멜리에의 옆자리에 꼬마가 앉아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감독은 그녀의 이 옛날영화 설명이 이 시점으로 촬영되어야 관객들이 순간적으로 꼬마의 입장이 되어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사실 아멜리에라는 영화를 보면 소격효과라고 부르기 애매한 여러가지 익살스러운 표현 방식들이 나온다
소격효과라는 것은 옛날의 영화에서 하나의 새로운 시도를 정리한 용어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 영화의 표현을 이러한 용어에 모두 접목시켜서 설명하기는 어려울 듯이 보인다
하지만 내가 소개한 이부분 만큼은 소격효과의 대표적 방식으로 새로운 표현을 창출해내고 있다
과연 이러한 방식은 뭐라고 부를 것인가
<소격효과 - 거리 좁히기>?

용어는 중요하지 않다
감독의 새로운 시도와 참신한 발상을 보고 배우는 것이 훨씬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씨네마틱에 기사화 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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