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벌 키튼의 이야기에 따르면 카이저소제의 부하 고바야시(마지막 장면을 보면 이 고바야시는 실존 인물이며 카이저의 부하로 나온다. 즉, 버벌 키튼의 이야기중 상당부분이 진실을 바탕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가 키튼이 사랑하는 이디를 인질로 잡아와서 협박한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고바야시를 죽이려 했던 키튼 일당은 카이저소제의 명령을 따를 수 밖에 없게 되고 결국 그의 함정에 빠져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이 장면은 고바야시가 키튼을 협박하는 장면이다. 100마디 대사보다 힘있는 단 한컷을 구성하기 위한 계획적인 미쟝센을 살펴보자.

<유리의 틈이 있는 부분으로 이디를 가린것도 의도가 아닐까?>

고바야시는 일을 맡길게 있어서 이디를 불러왔다고 말하며 그녀 옆에 가서 앉는다. 하지만 사실상 그녀를 죽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수 있다는 무언의 압력이다. 이 장면을 표현하는 방법을 보자.

유리너머로 보이는 고바야시와 이디. 하지만 위의 첫번째 샷을 보면 유리는 분명 이디의 머리를 살짝 자르고 있다. 이것은 분명 모든 세트를 만들어 찍는 미국 영화라고 생각해봤을때 분명 설정이다. 이디가 결코 우리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무언의 압력을 키튼에게 주는 동시에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일부러 그녀의 머리를 잘라 놓을 수 있는 각도에서 촬영한 것이다.

<그리고 일부러 고바야시의 그림자를 움직여 키튼이 유리에 비치도록 한다>

그리고 앉아있던 고바야시가 갑자기 일어나 화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전혀 보이지 않던 키튼이 고바야시의 그림자로 어두워진 유리에 비춰지게 된다. 그리고 살짝 뒤돌아 보는 고바야시와 계속노려보고 있는 키튼이 마치 서로 노려보는 것처럼 보여지게 된다.

이 장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조명을 설치하고 배우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설정하는 수고를 했겠지만 효과는 명확하다.

이디의 옆 얼굴에서 부터 시작해 고바야시의 그림자가 움직이며 줌인해 들어가는 카메라는 결국 유리에 비칠 키튼을 바스트샷으로 잡아낸다. 그리고 포커스는 예정한대로 딱 유리창에 맞아서 키튼과 고바야시의 그림자가 선명해진다.

악당으로 나오는 고바야시를 어둠의 그림자로 표현하고 그에 비춰지는 키튼의 표정을 순간 잡아냄으로써 카이저 소제가 실제로 키튼을 협박해서 이 일에 끌어들였다는 것을 관객에게 납득시켜준다.

화면의 왼쪽 오른쪽에서 마주보는 것이 아닌 겹쳐져셔 서로 노려보는 투샷을 만들어내서 대사로, 음악으로 설명할 수 없는 키튼의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영화의 이야기가 버벌키튼의 입으로 전해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체포장면도 이 심문 장면에도 버벌키튼은 등장하지 않는다. 역시 이것은 버벌키튼이 영화의 진짜 범인 즉, 카이저라는 것을 위한 복선이 아닐까?

아무튼 이 4명의 심문 장면은 2009/05/05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끝말잇기 <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 on heavens door>의 루디와 마틴처럼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런식의 표현은 영화에서 자주 쓰인다>

끝말잇기 역시 라임처럼 여흥적 의미가 크다. 물론 이런 심문 장면에서 형사들이 이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반복한다는 상징적 의미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연출이 효과적일수는 있지만.. 맥마너스에게 형사가 '네 짝 펜스터가 뭐라 불렀게?'라고 묻자 펜스터로 화면이 바뀌며 '누구라고?'라고 대답한다. 펜스터에 대한 질문을 던졌지만 다시 펜스터가 누구라고? 라고 대답해버린다. 하지만 그 이후의 형사의 대사는 이번엔 맥마너스에 대한 이야기다.

즉 이러한 연출로 형사가 맥마너스와 펜스터에게 니네 둘이 서로 말이 틀린데? 라며 유도심문을 똑같이 하고 있다라는 정보를 전해준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이 장면의 정보들이 가지는 의미는 크지 않으므로 이러한 편집은 영화의 초반에 재미를 위해서라는 측면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보여진다.

<최근엔 대세가 되어버린 점프컷>

장뤽 고다르가 1960년에 네멋대로해라에서 점프컷을 선보였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결코 새로운 문법이 되지는 못했다. 1995년에 만들어진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사용된 이 점프컷도 아주 잠깐 조심스럽게 들어갔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엔 거의 모든영화 그리고 프리즌 브레이크라는 시리즈가 대대적으로 사용하면서 영상의 새로운 문법이 되어버렸다.

아무튼 버벌키튼의 말 - 위의 노란 자막- 이 흘러가는 동안 펜스터는 이야기를 듣다가 립글로즈를 바르고 뒤에 신경질 적인 제스처를 취하는등의 점프컷들이 이어진다. 요즘의 영화들에서는 너무나 흔한 장면이지만 이 당시에는 역시나 아직도 굉장히 낯설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법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의 오디오가 깔리면서 3컷 정도 아주 조심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의 점프컷이 새로운 문법으로 적용되는 이유는 바로 표현의 영역을 확장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컷을 할때는 숏의 사이즈가 변화해야한다는 고전적 헐리우드의 문법 때문에 이런식의 표현이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치 한 컷을 몽타주 시퀀스처럼 미세하게 분리해 놓은 것처럼 작용하는 이런 점프컷들은 한컷이 들어갈 타이밍에 아주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물론 점프컷의 용도는 아주 여러가지지만 위의 픽스에서의 효과가 고다르가 사용했던 대표적인 것이라 생각된다.

<다시 끝말잇기>

그리고 펜스터가 마지막에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입을 벌리면 이 다음 컷의 하크니가 말하는 'I want my lawer'의 두 음절과 싱크가 일치한다. 즉 앞에서의 끝말잇기가 형사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다음 사람이 하는 식으로 연결 되었다면 이 컷은 뒤 컷의 하크니의 오디오를 선행시키며 의도적으로 펜스터에게 비슷한 입모양을 시켜서 (실제로 펜스터가 뭐라고 했는지는 알수 없다) 싱크를 일치 시키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의 끝말잇기가 같은 유도심문이 반복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졌지만 이 편집은 정말로 영화적 유흥 이외의 의미는 없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장면이 앞의 장면보다 영화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표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에서 영상의 유희만을 위한 표현 양식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급스러운 스킬인가?(아님말고)

플롯과 관계 없는 영상만을 위한 유희. 이것이 영화를 더 고급스럽고 유쾌하게 만드는 수단이라고 믿는다.(아님말고)



사람들의 입에 거론되던 명작 유주얼 서스펙트를 드디어 봤다. 1995년도면 내가 한창 비디오로 나온 모든 영화를 보던 때인데 왜 이런 명작들은 안봤을까??

14년이 지난후에 보니까 반전이 뭐 그냥 그렇지만 내가 그당시에 봤다면 아마 후덜덜해서오줌을 쌌을정도의 짜임새있는 구성이다.

<마구마구 체포되는 남자들>

영화의 도입부 5명의 남자가 체포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것 역시 복선이겠지만 버벌키튼이 잡히는 장면은 없다) 그런데 처음 맥마이너스가 체포되고 나서 차고로 넘어가는 위의 4컷이 심상치 않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찍은게 아니라는 얘기.

이영화는 온갖 복선으로 가득찬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장면도 역시 복선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맥마이너스가 체포되고 나면 경찰이 들고있는 후레쉬가 카메라를 비추면서 화면이 완전히 하얗게 된다. 그 직후 갑자기 기관총 같은 소리를 내는 정체 불명의 기계가 왠 캔을 하나 흔들고 있다.

이 기관총 같은 소리는 맥 마이너스가 체포되는 장면부터 선행되는데 결국 이후에 자동차를 만지고 있는 타드 하크니가 무기를 실은 트럭을 턴 진범이라는 복선이다. 물론 버벌 키튼의 이야기 속에서 이놈이 진범이라는게 나오는데 버벌 키튼의 이야기는 뭐가 진짜고 거짓인지 판명 불가이긴 하지만 꾸며낼 필요가 없는 이야기는 굳이 진짜라고 믿어보자.

아무튼 이 타드 하크니가 무기트럭을 턴 범인이라고 할때 위 장면처럼 맥 마이너스가 체포되고 나서 나오는 흰 플래쉬와 기관총 같은 소리를 내는 기계는 바로 이놈이 무기를 훔쳐간 놈이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

물론 영화를 처음 볼때는 그저 단순히 맥이 체포될때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며 상당히 리드미컬하고 거칠게 다음장면으로 넘어가는 이음새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몽타주가 가지고 있는 복선적 의미는 영화를 다보고 나서야 이해할수 있다.


복선이 많은 영화인 만큼 수많은 복선들이 들어가는 장면에 상당히 고민한 흔적들이 보이는 훌륭한 영화다. 역시 사람들이 좋다고 입모아 말하는 영화를 분석해보면 감독이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장면들을 구성했는지 알게 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