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사람중에 갑돌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있다. '갑자기 돌아버리는 이' 라는 뜻의 이 별명은 그의 특색있는 화법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영화 감독을 꿈꾸고 있는 그 형은 온몸에 힘이 빠질정도로 무섭고 잔인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특히  사이코패스류나 그런 인간의 감정의 기복이 있는 것들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그 형은 항상 이야기할때 '무섭게'하는 버릇이 있다.

일상 생활에서는 아니지만 무서운 이야기나 장면을 설명할때는 눈동자에 일정한 비율의 검은자를 줄이고 흰자의 시대를 만들기 위해 최대한 크게 눈을 부릅뜨고 혼자 효과음 까지 내면서.. 그리고 마치 영화에서 놀래키기 위한 효과음이 나오듯 갑자기 돌아버리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난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고 할줄 아는 재능도 별로 없는 것 같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 형을 보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하드캔디는 포스터에서부터 이야기를 무섭게 끌어가고 있다.

<핸드헬드로 불안하게 떨린다>

사진만 봐서는 무슨 대화라도 있었던게 아닐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영화에서는 음악만 들릴뿐 현장음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보여지는 장면들은 상당히 불안해 보인다. 그 이유는 이 씬에서의 장면들이 불안한 핸드헬드와 안정된 슬로우 모션을 혼합해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위의 4장면은 그중에서도 핸드헬드 장면만을 모은것이다. 저작권법 때문에 동영상을 클립해서 첨부하지 못한 것이 상당히 아쉽지만 이 네 장면은 떨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 스샷을 봐서는 떨리게 촬영 됐을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자동차 씬의 경우 대부분 다른 차에 고정해놓고 찍기 때문에.. 하지만 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이 씬의 몇컷들을 핸드헬드로 고집했다.

맨위의 헤일리가 웃고 있는 장면을 시작으로 감정은 떨리기 시작한다.
옆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이 장면은 제프쪽에서 아닌 반대쪽에서 불안하게 떨리고 있다. 그녀의 웃음이 불안해 보이도록.. 무언가 조금만 건드려고 깨지거나 너무 팽팽해서 끊어질 것 같은 실처럼..
그리고 세번째 네번째 장면은 스샷만 봐도  '아.. 무섭게 찍었구나'라고 감이 올 것이다. 스릴러에서 흔히 사용되는 나뭇잎 걸쳐 찍기로 마치 누군가 그들을 감시 하는것만 같은 무서운 분위기를 창출한다. 그리고 마지막의 샷은 초점을 뒤의 배경에 맞춤으로써 헤일리와 제프가 탄차가 뭔가 위험해 보이도록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이에 안정된 슬로우 샷들을 배치한다>

하지만 이 씬의 장면들이 모두 그렇게 불안한 핸드헬드로 찍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전혀 흔들림 없는 장면들에다 슬로우 모션까지 걸어서 천천히 아름답게 흐르도록 보여준다. 하지만 이 두개의 스타일의 샷들이 혼합이 되면서 더 없이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게 만든다.

사실 위의 장면을 소개하려고 처음 생각했을 때는 그저 슬로우 모션만을 눈치 챘었다. 슬로우를 걸어서 뭔가 일이 터질것만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냈구만? 이라고 생각하고 포스팅을 위해 이 장면을 다시 보니 어째서인지 슬로우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핸드헬드가 함께 배치 되어 있었던 것이다. 감독은 관객으로 하여금 눈치 채지 못할 훌륭한 컷의 조합으로 이 느낌을 거칠지 않은 무서움으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제프의 집에 나무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을 인터벌로 보여준다>

위의 두 장면을 보면 다른 변화는 없고 오른쪽 아래의 나무 그림자가 화면 안으로 많이 침투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장면은 한컷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다시 영상을 첨부하지 못해 너무나 아쉬울 정도로 훌륭한 이 장면은 마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처럼 떨리고 있다.

이 장면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다. 그래서 위에 보이는 나무나 화면안으로 들어오는 나무의 그림자는 심하게 떨리고 있다. 그것을 인터벌로 보여주기 때문에 나무의 검은 그림자는 마치 악마의 손처럼 음산하게 화면을 먹어치우려 한다.

많은 인터벌 촬영을 봤지만 그것을 이렇게 음산하게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 것은 처음 본다. 보통은 격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거나 초자연적으로 보여지는 특색을 활용해서 '시적'으로 말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의 활용은 마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 처럼 불안하게 떨고 있는 초자연을 만들어 낸다.

영화를 보고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니 감독은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라고 한다. 역시.. 이런 표현은 그가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거나 뭔가 작업을 할때 느꼈던 점이 아니었을까? 이것은 그의 첫 장편 영화다. 아마도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많은 표현이 이 영화에 담겨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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