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클라이맥스가 존재한다
그것이 실제 인생과 다르던 형식화에 의한 결과던 상관 없다
물론 그들의 형태와 강도는 모두 다르다
하지만 특히 음악과 춤이 들어간 영화라면 클라이맥스 장면에 기대가 되는건 어쩔수 없다 더구나 포미니츠 같은 천재가 연주하는 음악영화라면 더더욱 그렇다

최근에 흥행한 스텝업2를 보면 마지막 장면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지 알수있다
오직 그 마지막 장면을 위해서 영화가 존재하는 듯이 보여지는 존재감이 있는 씬이다
하지만 음악, 춤 등 어떠한 공연이 들어간 영화는 그러한 공식을 가지고 있다
그 공식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관객들은 그것을 기대하고 어설프게 충족시키거나 공식을 어기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내가 이번에 첨부한 영상은 영화 '포미니츠'의 클라이 맥스 장면이다
영화의 가장 마지막 씬인 이 장면은 4분간 내가 숨을 쉬었나 할정도로 격렬하게 아름답다

<이 마지막 4분간 단 한컷도 아름답게 찍지 않을수 없다>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서 아름다운 영상을 위한 노력을 보자(그것이 비록 존재의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는 비주얼이라고 생각할지라도)

위 그림을 보자
연주의 시작 장면에서 너무나도 의도적인 렌즈 플레어가 존재한다
빛의 아름다움의 대표격이라 할수있는 플레어와 역광으로 촬영된다
제니의 연주가 피아노에 비치도록 완전한 실루엣으로 처리하는 짙은 콘트라스트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나는 이것이 좀 아쉽기도 하다)

<이것은 그저 한폭의 그림이다>

무대위의 제니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하는 조명으로 프레임을 한폭의 그림으로 구성한다

<렌즈플레어의 유무를 이용한 기법은 이미 너무나도 유명하다>

나도 단편영화를 만들때 아주 많이 해봤던 장면이다
렌즈플레어를 피사체에 가려서 보였다 안보였다하는... 이것을 위해서는 조명과 피사체 그리고 카메라가 일직선이 되는 의도적인 구도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감독은 플레어가 제니에 의해 완전히 가려졌을때에도 제니를 완전한 실루엣으로 처리하지 않고 여러곳에서 반사광을 주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애초에 실루엣의 느낌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듯 하다
하긴 그래야만 제니의 표정을 잡아 낼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의도적인 프레임속의 프레임들을 만들어낸다>

역시나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샷을 만들기 위해서 피아노의 위쪽으로 반사되는 앵글을 잡아낸다

<이 장면또한 의도적으로 조명의 위치를 달리한 장면이다>

앞에서도 보인 렌즈 플레어의 각도로는 이러한 장면을 만들어 낼수 없다
감독은 이 컷을 위해서 조명의 위치를 바꿨음에 틀림없다
이 새하얀 실루엣 클로즈업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렌즈 플레어가 이번에는 피아노를 치는 팔위로 생겨난다>

제니의 머리위로 렌즈플레어가 들어왔던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로우앵글에서 피아노를 치는 두손을 촬영한다 또다시 렌즈 플레어가 나타났다 없어졌다 하며 피아노에 반사되는 빛들이 또다른 미를 만들어낸다

<뒤를 보여주기 위해 렌즈플레어를 만들어내던 광원이 사라졌다>

연주의 마지막 무렵 제니의 모습 저편으로 들어오는 경찰들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리고 관객과 그녀를 하나로 만들어 주기 위해서 가장 강한 조명은 자취를 감춘다
제니의 등에 강하게 떨어지는 빛과 바닥의 동그란 빛의 모양을 생각해보면 이샷에서의 조명은 머리위에서 강한 스팟 라잇으로 처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이 외에도 2프레임씩 교차로 편집한 장면이라던가 크레인 샷을 중간을 잘라내어 점프컷으로 처리하는등의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

천재의 연주를 보여줘야하는 포미니츠라는 영화에서 이 마지막 장면은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어떻게 관객을 감동시켜야하는가
그를 위해서 영화는 제니의 천재성이라는 캐릭터를 빌어 새로운 연주 형태를 만들어낸다 마치 난타와 탭댄스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을 추가함으로써 제니의 연주를 더욱 풍요롭고 충격적으로 만든다 그를 위해 퓨전 클래식을 미리 만들어놨음은 당연한 것일테다
그리고 그 연주들이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미학적으로 연구된 컷을 통하여 그녀의 연주장면을 아름답게 꾸민다

비록 이 장면이 4분동안의 연주의 힘만으로 관객을 감동시키지 않고 카메라와 빛, 그리고 편집의 기교를 부렸다고 해서 평가 절하해서는 안된다
카메라와 조명,편집은 영화의 본질이다
물론 감독의 선택에 따라서 조용히 단 한컷으로 연주를 끝까지 들려줄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방식의 연출이었고 나는 이것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렌즈플레어와 피아노의 반사 그리고 편집 방법이 새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만말이다

그리고 제일 아쉬운 것은 관객들의 기립박수이다
격렬히 폭발시킨 연주의 응어리가 아직 관객의 가슴에 남아있을때 그것을 터뜨리지 않은채 영화를 끝냈더라면 어땠을까



미국영화에서는 흔하지 않은 어두운 조명 짙은 콘트라스트
영화의 전체를 램브란트 조명으로 뒤덮은 클린트이스트우드 감독의 의도는 명확하다
바로 우울하고 밝지않은 메기(여주인공)와 클린트이스트우드의 삶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이다

메기의 삶은 너무나 우울하다 가난하고 미래는 없고 남자도 행복도 없다
그저 가족에게 돈을 벌어다 주며 자신은 절약하며 살아가야한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하고 싶은 것이 바로 복싱이다
클린트이스트우드의 삶역시 좋지 않다
딸과의 사이가 좋지 않고 자신의 훌륭한 선수를 불안감에 타이틀매치에 내보내지 못해 결국 배신 당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우울하고 꿈없는 이들이 인생을 표현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채와 낮은 채도 그리고 콘트라스트가 강한 램브란트식의 조명을 사용한 것이다

이 동영상에 보면 처음에 둘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에 중간중간 있는 전등에 의해 얼굴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실제로 걸으면서 인물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실제로 이런식의 전등이 되어있어도 인간의 눈은 저렇게 까지 사람의 얼굴을 구분못하고 실루엣만 남는 식으로 보지는 않는다
때문에 대부분의 상업영화 특히 전체적으로 밝은 조명을 사용하는 헐리우드에서는 결코 이런식으로 영화를 찍지 않는다
이것은 리얼리즘도 아니며 그저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계속되는 이러한 조명은 그들의 삶을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어둡고 우울하게 만들어 준다

<메기의 레스토랑 안쪽의 어두운조명과 바깥의 밝은 빛>

동영상의 41초부터 나오는 메기가 일하는 장면의 경우 레스토랑안은 상당히 어둡다 테이블을 치우기 위해 밖으로 나간 메기를 기다리는 것은 소스가 묻은 돈뿐만이 아니다
바로 그녀의 기쁨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밝은 태양빛이 기다리고 있다
<소스가 묻은 팁을 잡을때의 밝은조명>

생각해보라 영화의 감독이 당신이라면 굳이 음식점에서 일하는 메기가 테이블을 치우는 장면을 건물내부에서 바깥으로 나가며 찍어야 할필요는 없다
애초에 밖에서 찍던가 안에서  찍는 것이 조명설치, 카메라 워킹 모든것이 편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굳이 그녀가 스피드백을 사기위한 마지막 팁을 받는 장면을 어두운 그녀의 직장에서 태양빛으로 가득차있는 야외 테이블로 옮겨감으로써 표현한 것이다
번외적인 이야기지만 테이블위에 있던 지폐에 소스가 묻어있는 것 또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표현이다
굳이 영화의 소품으로 쓰이는 돈에 시나리오에 없던 소스가 묻어있고 그것을 행주로 닦는 장면을 찍었을리 없다 시나리오상에 늦어도 스토리보드에는 의도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왜 돈에 소스를 묻혔을까
그녀가 돈을 얼마나 힘들게 버는지에 대한 메타포일수도 있고 돈을 닦는 그녀의 기쁨을 표현 할 수도 있고 여러가지 상상을 해볼 수 있다
<링위는 링밖보다 훨씬 밝다>

영상의 마지막에 메기가 링위에 올라간다
이영화에서 가장 조명이 밝고 화려한 장면을 꼽으라면 바로 링위이다
이것은 링위에 서고 싶어 하는 메기와 선수가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꿈이 바로 링위에 있다는 표현이라고 본다
<링 밖은 흑인의 얼굴이 구분이 안될정도로 어둡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조명을 하지만 사실상 링위까지 어둡게 할수 없어서 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보잘것 없는 이유로 전체적으로 어둡게 한 조명을 죽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어쩌면 전체적으로 어둡게 조명을 한 것은 바로 이 링위의 밝음이, 링위의 메기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하는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는 링위에서 사고를 당하고 다시 어둡고 침침한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영화의 특이한 점중의 하나는 처음부터 등장하는 나레이션이 메기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닌 3인칭 관찰자인 모건 프리먼이 말한다는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메기와 던이지만 영화의 화자는 바로 모건 프리먼이다
이것은 중고등학교때 누구나 들어본 3인칭 관찰자 시점이다
영화에서 시점은 사실상 계속해서 변화한다고 볼 수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모건프리먼의 나레이션은 이 영화를 3인친 관찰자 시점으로 만들어 준다

왜 메기나 던의 시점이 아니었을까
영화에서 메기와 던은 둘다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둘이 만나 그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게 된다 비록 결과는 좋지 않게 끝나지만..
이것을 메기나 던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친구에게 이야기 듣는 느낌으로 영화를 보게 하기 위해서이다
만약 영화가 메기나 던의 시점으로 진행이 된다면 우리는 당사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는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건 프리먼의 입을 통해 한번 걸러서 듣게 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너무 슬픈 신파도 너무 감동스러운 극화도 아닌 그저 무덤덤히 말하는 모건 프리먼의 말을 통해서 우리는 그렇게 모든 이야기를 정리하며 들을 수 있다

당연하지만 시점의 선택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시점을 선택했을때 관객이 받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감독은 선택을 한것이고
결과적으로 이영화가 호평을 받았으니 옳은 선택이라고 할수도 있겠다

영상이 언어라고 한다면 말하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그것은 말하는 자의 선택일 뿐이다
 
<씨네마틱에 기사화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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