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모르겠지만 영화에서의 대조는 사실 굉장히 촌스럽기 마련이다. 너무나 노골적으로 상황과 감정을 보여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촌스러움을 장점으로 활용하는 장르가 바로 코메디다. 물론 이 영화는 코메디는 아니다. 하지만 로멘틱 코메디라는 장르로 생각하면 꽤나 감안해줄만 하다.

더구나 이 영화에서 나오는 대조는 급조한 것이 아니라 영화이 형식상 당연히 사용될 기법이라 세련된 느낌을 준다.

<282일 톰은 가전마트에서 싱크대가 고장났다고 투덜거린다>

만난지 282일 톰은 가전제품 마트에서 싱크대란 싱크대는 전부 고장났다며 섬머에게 장난을 친다. 하지만 그녀는 우울한 얼굴로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리고 이 장면 직후에 34일째로 점프한다.

똑같은 마트에서 톰과 섬머는 아주 지랄이 풍년이다
쇼파에 앉아서 티비를 아메리칸 아이돌을 보고 (하지만 티비는 나오지 않는다) 싱크대에서 요리를 해먹는 시늉을 한다. 이때 섬머가 싱크대가 고장났다고 투덜대자 톰은 그래서 부엌이 2개인 집을 샀다며 다른 주방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눈꼴 시려운 연애를 하는 34일의 그들의 모습을 282일에 다시 보여준다. 섬머의 감정이 확실히 식었다는 것을 너무 노골적으로 보여줘서 관객에게 서글픔을 전달한다.

오히려 이런 방식의 편집으로 영화는 깊은 슬픔에 빠지게 하지 않고 슬프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조금은 쿨하게 진행된다.

<섬머는 도발적으로 톰을 유혹한다>

그리고 톰의 집. 화장실에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온 톰은 나체의 그녀를 발견한다. 그리고 영화에서 보여지진 않지만 둘은 아마도 격렬한(?) 섹스를 한다.

다음날 톰은 너무나 행복하다.

싱글벙글 웃으며 나오는 톰에게 경쾌한 bgm이 흘러나오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멜깁슨처럼 잘생겼다. 지나가는 사람은 모두 기쁨을 함께 나눠주며 반갑게 인사를 하고 길에서 다같이 뮤지컬이라도 하는듯 춤을 춘다.

이부분이 표현 방식은 상당히 직유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톰의 행복한 감정이 이런 뮤지컬 같다라는 방식으로.. 아무튼 이렇게 2분 정도 미친듯이 그의 행복을 보여준다.

그리고 출근을 위해 엘레베이터를 탄 순간 영화는 다시 303일의 톰을 보여준다.
303일의 톰은 엘레베이터가 열리는 순간 그가 얼마나 만신창이로 힘든지 보여준다. 머리는 헝크러져 있고 얼굴은 헬쓱하며 몸에는 힘이 하나도 없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닫힌후의 대조를 보여주는 방식은 꽤나 있었지만 이 장면은 정말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의 훌륭한 표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관객으로 하여금 톰의 슬픔에 같이 빠져서 울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유치한 대조라는 방식으로 이야기 함으로써 그들의 사랑을 편안하게 볼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그들의 이별에도 관객은 미친듯이 아파하지 않고 톰의 새로운 사랑에도 힘껏 응원해줄 마음이 들게 한다.

만약 관객들을 깊은 몰입과 슬픔으로 몰아넣었다면 이런 쿨한 결말을 손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을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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