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멘틱 코메디에서 로멘틱으로 속이다가 코메디가 되는 장면이다.
꽤나 재미있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는 이 장면을 보자

<여자의 감정에서 대화는 진행된다>

위의 네 컷을 잘 보면 여자와 남자 둘다 오버더 숄더 샷(O.S.S)로 촬영 되지만 앵글이 조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여자의 경우 남자의 어깨를 걸친 반면 남자는 여자의 얼굴이 걸쳐 나온다. 이것은 양쪽다 여자의 눈높이에서 촬영된 것으로 결국 여자의 감정으로 이 대화가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샬에게 차여서 괴로워하던 피터는 자신은 이제 무감각 해졌다면서 이 바위에서 뛰어내려도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레이첼은 뛰어내리라고 한다.
하지만 이 대사는 갑자기 피터의 입장에서 관객들에게 들린다. 

<컷은 전형적인 멜로의 느낌으로 진행된다>

전날 밤에 레이첼에게 키스하려다가 거절당한 피터는 그녀와의 썸씽을 접으려 한다. 하지만 그녀가 뛰어 내리라고 하고 그냥 은유적인 표현일 뿐이라는 피터의 말 뒤에 샷이 전형적인 멜로의 컷으로 바뀐다. 이제껏 오버더 숄더로 찍히던 것이 위를 보면 레이첼의 단독샷(그것도 남자의 시점으로 약간의 하이앵글), 피터의 단독샷 (레이첼의 시점으로 약간의 로우앵글) 그리고 아름다운 옆에서의 투샷으로 촬영된다.

그리고 레이첼이 '아무일 없을거에요 뛰어내려요'라고 말하면서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나온다. 피터와 관객 모두 레이첼의 말이 어제 거절했던 키스를 지금 다시 하라는 의미로 이 '뛰어내려요'를 듣게 된다.

그리고 피터는 당연한듯 그녀에게 키스를 하려고 다가간다.
 
하지만 이것은 관객과 피터를 속인 것이다.

<갑자기 레이첼이 뛰어내린다>

갑자기 음악은 약간 스펙타클하게 변하면서 레이첼은 바다로 뛰어내린다.
아.. 그녀의 말은 정말로 뛰어내리란 말이었다.. 그저 사랑의 슬픔을 잊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지 말고 차가운 물속으로 내던져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피터는 그녀에게 관객은 감독에게 속고 말았다.
전형적인 멜로샷의 흐름 그리고 그녀의 말에서부터 새어나온 피아노연주곡이 우리의 마음을 그렇게 흔들어놨다.

<시간의 확장>

이것은 위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이 마지막 뛰어내리는 3컷의 장면은 분명히 시간이 확장되어 있다.

첫번째 장면에서 레이첼은 분명 반이상 떨어진다. 하지만 그후 피터의 샷이 나오면서 그가 왓더헬!?이라고 외친후에 3번째 컷으로 가면 레이첼은 또 한참을 떨어진다.
사실 실시간이라면 왓더헬 외치기도 전에 그녀는 바다에 빠졌어야 맞는 것이다.

하지만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종종 이런식의 추락 장면등을 조금씩 반복해서 보여준다. 실시간으로 보여주기엔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3번째 장면은 살짝 슬로우가 걸린것을 알수 있다 레이첼이 떨어지는 것과 바닷물이 튀기는 것이 조금 느리기 때문이다.

편집은 기본적으로 시간을 압축하기 위한 것이지만 (영화안에서의 시간은 실제 영화시간인 2시간보다 훨씬 길기 때문이다.) 이렇게 종종 부분적으로 시간을 확장하는 장면들을 포함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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