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라고들 한다
맞다 아니 나처럼 게으름 사람에게는 반이상이다
영상문법 블로그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게 벌써 1년이상은 된것 같다
친구가 티스토리 초대장을 보내주지 않았더라면  연말에 내인생을 되돌아보고 뭐라도 해야겠다 하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시작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신나게 하고 있다

영화의 첫번째 씬 첫번째 컷은 아주 중요하다
그것이 이영화에서 관객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영화들은 바로 그 첫번째 장면에 많은 힘을 준다
영화 포미니츠역시 첫번째 씬에 아주 많은 공을 들인것이 느껴진다

<영화의 첫번째 컷은 바로 철새가 이동하는 장면이다>

사실 영화의 첫번째 씬 특히 첫번째 컷은 순식간에 지나가기 때문에 그것에 앞뒤 문맥을 생각할수도 없고 그저 기억도 안난채 지나가버리기 일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첫번째 컷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영화의 전반에 걸친 분위기를 형성하며 철학적으로 큰 의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같은 컷이라도 첫번째에 배치하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위의 그림이 바로 영화 '포미니츠'의 첫번째 컷이다
철새가 이동하는 장면을 쫓아가는 평범한 샷이다
이 컷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게 과연 단순한 풍경을 찍는 설정샷일까?
그저 어둑어둑한 새벽녘을 보여주기 위해서 찍었는데  때마침 철새가 지나가길래 그것을 따라간 것일까? 그럴리가 없다
새벽에 나가 철새가 이동하길 기다렸다가 찍은 것이다 아니면 철새를 잡아다가 날리고 그들이 이동할 지점을 계산해서 찍었는지도 모른다

철새의 의미는 본능적인 이동- 생존법칙 이라는데 있다
이것은 나중에 펼쳐질 크뤼거와 제니의 대화에 연관시켜 생각해 볼수 있다
크뤼거는 제니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재능을 쓰기 위해 태어난 것이고 그녀가 가야할 곳은 콩쿨이라고 그게 바로 제니의 인생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생존법칙이다

제니가 향해야 할 인생이 바로 피아노였으며 그녀는 그것이 없으면 그저 살인죄를 뒤집어쓴 빈껍데기 인생일 뿐이다 그래서 피아노가 그녀의 삶을 살게 하는 유일한 수단이 된다 이것이 바로 첫번째 컷 '철새'의 의미이다

<2층 침대의 위에서 자고있는 제니의 뒤로 목매단 시체가 있다>

철새 컷 다음에 이어지는 장면은 꽤나 충격적이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만큼의 적막속에 자고있는 제니의 뒤로 목을 매단 사람이 보여진다

영화의 첫번째 씬은 영화의 설정과 캐릭터들을 설명해야하는 의무를 지닌다
때문에 다른 씬보다도 조금더 입체적인 설정이 필요하다
이 장면에서 영화의 주무대가 교도소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한사람의 자살로 인하여 이 교도소안의 삶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힘든가를 말해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제니를 보여줌으로써 그녀가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것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이 '자살'사건은 영화를 이끌어갈 다른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목을 매달은 죄수를 보여준 직후 보여지는 샷들>

목을 매달았다는 것은 관객에게는 아마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왜 그녀는 목을 매달았으며 그녀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관객들이 궁금해 하고 있을때 영화는 그녀에 대한 무관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목을 매단것을 제니가 알아챈 직후 교도소의 간수들이 보여진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들은 누가 죽었는지 목을 매달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이것은 바로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죽음'이란 것이 얼마나 무의미함을 말하면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쫓으라고 역설한다

<사회적인 무관심은 제니에게로 흘러들어와서 보여진다>

다시 방으로 돌아오면 깜짝놀라 잠에서 깼던 제니가 너무나 태연하게 시체에서 담배를 뒤져서 피는 장면이 보여진다
이것은 앞에서 보여진 사회의 무관심이 제니의 심성을 무미건조하게 만들었음을 상징한다 그리고 관객에게 제니의 캐릭터를 너무나 충격적으로 설명한다

이 직후에 제니는 프레임을 빠져나가 비상벨을 누르고 이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나는 이영화의 첫번째 씬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만큼만 보여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영화라면 당연히 한컷 한컷에 깊은 의미와 힘이 실리겠지만 특히 첫번째 씬의 경우는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고 생각된다
포미니츠의 이 첫번째 씬과 2009/02/19 - [영상문법] - 영상문법 - 클라이맥스 <포미니츠,Vier Minuten> 에서 보여준 마지막씬을 비교해 보자
피아노라는 것이 제니의 삶을 어떻게 이끌었으며 그녀를 진정으로 살게 한 것이라는 걸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