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킹 온 헤븐스 도어는 마지막 가는 길 자유롭게 살아가는 주인공들 마냥 표현양식의 자유로움을 보여주는 것 같다. 특히 이 영화는 굉장히 여러번 음악을 중간에 뚝하고 끊어버리는데 필자역시 이런 음악 편집법을 굉장히 좋아하므로 대표장면을 소개하려고 한다.

근데 솔직히 이번건 BGM 관련 포스팅인데 동영상을 클릭해보지 않는 사람들이 반이상 될거라고 예상한다... 그냥 훑어보는건가??

<마틴은 엄마에게 캐딜락을 선물한다>

영화 '버킷리스트'의 모티브가 된 영화가 바로 '노킹 온 헤븐스 도어'가 아닐까? 마틴과 루디는 호텔방에서 종이에 죽기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는다. 하지만 그들은 시간이 많이 없으므로 그중에 한개씩만을 상대방이 선택한다. 루디가 선택한 마틴의 소원은 엄마에게 캐딜락을 선물하는것. (드림걸즈와 옛날에 봤던 미국영화의 영향으로 나도 외제차라면 캐딜락이 갖고 싶다)

오랜만에 재회한 마틴과 그의 어머니. 마틴이 캐딜락을 선물한다고 보여주자 BGM으로 블루스가 흐른다. 곧 죽게되는 마틴이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대신 어머니와 기쁨의 포옹을 하는 이 시간을 BGM이 행복하게 채워준다.

하지만 매복하고 있던 형사가 '감방에 갈 시간이다'라고 븅신같이 말하며 권총을 장전한다. 권총의 장전 소리와 경찰차의 급브레이크 소리의 소음에 어느새 블루스는 끊겨버리고 만다.

감독은 최근의 영화처럼 음악을 엔비언스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면의 테마곡으로 쓰고 있다. 그리고 그 테마가 멈췄을때는 페이드 아웃이 아니라 그냥 뚝 하고 끊어버린다. 이 것이 참 매력적이다. 음악을 뚝 끊어버리는데도 관객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니까... 테마송이 완벽하게 영화에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틴이 쓰러지고 구급차에 실려가자 블루스는 다시 시작된다>

총을 들고 저항하던 마틴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진다. 그리고 응급실에 실려가자 캐딜락과 어머니 그리고 경찰들을 남겨둔 뒤로 블루스가 다시 시작된다.

같은 음악이지만 아까의 테마가 감동이었다면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마틴 옆에서 지긋이 웃고 있는 루디의 얼굴을 보자니 이번장면의 테마는 '체념'이었다. 같은 음악이 상황에 따라서 다른 느낌으로 전달되는 것은 흔한일이지만 이렇게나 뚝 끊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시작해버리는 것이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 마냥 참 쿨하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블루스는 또 마틴이 눈을 뜨면서 뚝 끊겨버린다. '체념'이라는 테마는 마틴이 눈을 뜨면서 날아가버리기 때문이다. 뒤에까지 첨부하지 않았지만 마틴이 눈을 뜬직후 씨익 하고 루디를 보며 웃으면 두구두구두두둥 하는 아주 경쾌한 음악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 경쾌한 음악의 테마는 '재탈주'다.

장면장면마다 음악을 끊고 다시 배치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중간한 음악 하나를 계속해서 가져가기도 싫다. 그리고 현대영화처럼 들리는듯 마는듯 한 멜로디도 없는 듯한 엔비언스는 전혀 다른 문제다.

영화 음악이란 이렇게 쓰는거구나라는걸 아주 쿨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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