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할 이야기는 카메라를 보고 연기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2009/01/26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거리두기=소격효과 <아멜리에>에서 하는 것처럼 관객과의 거리를 확실하게 좁히고 있다

<벡비,식보이,마크는 카메라를 보고 대화를 나눈다>

마치 카메라의 위치에 TV가 있는 것처럼 그들은 카메라와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대화를 나눈다
분명히 이 시점의 촬영은 TV시점의 촬영이긴 하다

이렇게 카메라를 쳐다보며 대화하지만 아멜리에처럼 관객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정도의 소격효과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이 장면 또한 상당히 거리두기를 응용한 거리 좁히기 기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앵글의 촬영으로 인해 관객은 마치 이 3명과 테이블 앞에 마주 앉아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더구나 이씬에서의 앵글은 전혀 바뀌지 않고 사이즈만 조금 바뀌기 때문이다

대니보일은 이 장면에서 2가지를 의도한다
먼저 마크가 벡비,식보이와 대화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마주보고 앉지 않고 이렇게 나란히 앉은 장면에서의 대화장면을 설정한 것이다

이 장면에서 식보이가 하는 개소리들에 대해서 마크는 화만 낼 뿐이다
실제로 마크가 카메라를 계속 쳐다보다가 단한번 식보이를 보는 것은 격하게 화를 낼 때 뿐이다

두번째로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들의 대화를 마치 같은 장소에 앉아있는 것처럼 듣게한다 그리고 굳이 마크의 시점과 반응샷으로 찍히지 않더라도 그동안 벡비가 저지른 만행과 식보이가 해대는 개소리는 관객을 충분히 마크의 편으로 만들어준다

변화하기 시작한 마크의 삶에서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서 영화의 결말을 위해서 감독은 이장면에서 이들을 확실히 분리해낸다
컷을 나눠서 분리하기 보다 오히려 셋을 나란히 놓음으로써 그들의 의사소통을 분리해낸다

마크는 결코 이들을 쳐다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들과 눈을 마주대고 대화할 가치가 없다

그리고 그것을 관객은 테이블 건너편에서 말없이 들어준다
마치 이장면에 없는 토미나 스퍼드가 해야할 것 처럼 말이다



랙 포커스 한마디로 말하자면 포커스 이동이다
위의 영상에서 포커스 이동을 통해 감추어졌던 정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살펴보자

<렌트가 살고있는 집의 문에는 철그물이 있다>

렌트가 혼자 살게된 집의 현관문에는 철그물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 장면에서만 나오는 것으로 아무래도 의도적인 미쟝센이라 생각된다

위를보면 심각한 표정으로 출근하는 렌트의 등뒤로 벡비가 나타난다
벡비는 포커스가 나가있지만 앞의 장면을 통해서 그리고 곧 바로 그의 포커스가 맞게 되므로 관객들은 손쉽게 이자식이 벡비인것을 알수있다

벡비가 뒤에 나타나는 타이밍에 렌트에 맞춰진 포커스가 문에 있는 철그물까지 보여지면서 마치 렌트가 감옥에 갇힌 듯한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철그물에 손을 얹고있는 렌트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철 그물에 손을 대고 있는 렌트의 장면 역시 의도적이라 생각된다
어째서 렌트는 문에 다가오자마자 손잡이를 잡지 않고 철그물에 손을 얹는가 그것도 상당히 타이트한 샷에서 자신의 얼굴 옆에 프레임안에 적절히 보여지게 말이다

너무나도 의도적인 이 장면은 뒤에서 벡비에게 포커스가 맞는 장면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렌트가 벡비와 함게 사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표현하고 있다
물론 나레이션과 렌트의 표정만으로도 알수 있지만 영화가 가진 또하나의 표현양식 미쟝센을 통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 문 밖에서 촬영하면서 렌트와 벡비를 똑같이 철그물 안에 배치하고 있다 벡비와 함께 있을때의 렌트가 감옥에 갇힌듯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마지막 샷이 가장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벡비가 방에 들어가고 렌트역시 문을 열고 나간뒤에 카메라가 선택하는 포커스는 바로 철그물이다
렌트가 나가는 장면에서 포커스는 살짝 그를  따라가므로 특별히 따로 포커스를 이동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철그물에 맞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감독은 바로 이 마지막 장면을 통해서 가장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감옥에 갔어야할 벡비가 도망쳐서 은거하는 렌트의 집이 렌트에게는 감옥이 된것을 표현하기 위해 처음으로 정확하게 철그물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리고 철그물에 걸려있는 여러 먼지들 역시 렌트의 삶이 순탄하지 않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먼지들이라면 당연히 깨끗이 치우고 촬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시간의 개념은 수평선에 놓여진다
과거에서 미래로 흘러가는 일방통행형으로 세상에 인식되어 있다
이런 시간의 개념이 옳건 그르건 기본적으로 이것은 어느정도 맞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것 이외의 시간을경험해 본적이 없으니까

그리고 실제 우리의 삶에서 시간은 항상 똑같은 속도로 흘러간다
하지만 우리의 감정에서는 항상 똑같은 속도는 아니다
어떤것은 지루하게 어떤것은 너무나도 빨리 지나가버린다

영화예술은 항상 시간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러닝타임의 제한 그리고 관객이 느끼는 시간 관객의 실제 시간 영화의 캐릭터가 느끼는 시간 그리고 그들의 시간등 너무나도 많은 시간 관념이 혼재하기 때문이다

<마약을 끊는 모임에 나간 마크는 너무나도 지루해한다>

클립해 놓은 영상 첫컷에 보면 마크는 혼자서 그저 숨을 쉬고 있다
자세히 보면 그가 상당히 숨을 빨리 쉬고 있는데 그것은 마약 중독자의 특성을 표현한 것인지 아니면 이후의 컷을 위해서 해놓은 장치인지는 알 수 없다

<마크이외의 사람들은 빠른속도로 움직인다>

카메라는 마크에서 부터 달리 아웃된다
이것은 마크혼자의 컷에서 부터 다른 사람들의 정보로 넓혀주는 전형적인 샷이다
하지만 놀라운건 마크이외의 사람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간단하게 마크의 나레이션 처럼 그의 지루함을 표현하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촬영한 것인지 조금 궁금해진다
가장 쉬운 방법은 마크에게 천천히 행동하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달리아웃을 엄청나게 천천히 하고 마크에게 움직이지 말고 아주 천천히 비슷한 템포로 숨을 쉬라는 것만 주문하면 이 컷은 쉽게 구성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정상적으로 움직여주기만 하면 된다
이 외에도 크로마키나 cg를 통한 방법이 있겠지만 첫번째 방법이 가장 가능성이 높지 않나 보여진다

아무튼 감독은 이러한 장면을 통해서 마크의 지루함을 표현한다 하지만 그것 뿐만이 아니다
이제 마약을 끊고 새롭게 변하려는 그의 인생을 표현하는 상징적 수단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영화에서 이제까지 마약에 끌려다녔다면 이후의 이야기는 그가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 나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래서인가 바로 나오는 컷도 저속촬영된다>

마크가 마약을 하며 멈춰진내동안 세상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메타포일까
제목처럼 엄청난 속도로 기차가 달려오듯이 인생이 흘러간다고 말하는 영화에서 이러한 장면은 예사롭지 않다

실제로 몇컷 안되는 장면이지만 마크가 오랜동안 마약을 끊는데 노력하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가 마약을 하며 청춘을 허비하는 동안에도 세상은 이렇게 빨리 흘러가고 있다는 영화의 전체적인 메타포이기도 하다

<그리고 토미를 만나러간다>

이장면은 바로 뒤에 나오는 씬인데 미쟝센이 뛰어나서 붙여봤다
마크는 오랜만에 토미를 만나러 온다
하지만 마약을 하지 않고 건실하게 살던 토미는 마크와 식보이가 몰래 바꿔치기해간 비디오덕에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마약에 빠져 폐인이 되있었다

마크의 죄책감은 둘째치고 변화된 토미를 표현하기 위한 미쟝센을 보도록하자
벽과 창에는 똥인지 진흙인지 모를 것들이 발라져 있고 문전체를 관통하는 낙서가 되어있다 그의 힘들어진 삶을 표현하는 미쟝센이지만 이것은 아직 배경에 불과하다

가장 뛰어난 표현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문을 두드리러 나온 마크를 창너머로 쳐다보는 토미의 모습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창문이 아닌 결이 있는 유리 너머로 보이는 마크는 한마디로 괴물의 모습에 가깝다
고의적으로 저런 창을 저곳에 설치해서 이 장면을 만든 대니보일의 디테일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직 이 한컷에서 관객이 눈치채지도 못할 토미의 추악으로의 추락을 표현하기 위해 이렇게 만들었다 토미의 의상역시 밟은 색 계통이 아닌 전체적인 똥색으로 전혀 구분이 되지 않고 오직 그의 얼굴과 형태만이 짐작된다

그리고 양팔을 벽에 기대고 마크를 보는 모습은 한마디로 괴물처럼 보인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병에걸려 곧 죽게될 토미의 모습을 암시하는 동시에 완벽하게 무너져버린 그의 삶을 표현하는 완벽한 미쟝센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