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의 배경은 인물의 이목구비를 더 명확하게 만든다. 인물 이외에는 신경쓸 무늬나 곡선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경이 원색일 경우 인물의 얼굴에 이미지를 덮어 씌울수 있다.

<하드캔디에는 벽을 원색으로 칠해 놓는다>

제프가 헤일리와 처음 만난 케이크가게는 빨간색 벽으로 칠해져 있다. 가게의 빨간색 벽은 상당히 흔치 않다. 특히 케이크 가게처럼 오랜시간 앉아서 이야기해야 하는 곳은 금방 질리고 자극적인 빨간색을 선택하는 것은 큰 위험부담이 따른다. 하지만 그런 점을 떠나서 이 영화의 감독이 일부러 선택한 이 빨간 벽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점만은 명확하다. 헤일리가 낚기 위해 따라가 제프의 집 역시 빨간 벽이며 심지어 그의 작업 스튜디오에는 클로즈업을 잡을때를 위한(영화에서) 빨간색과 노란색의 스크린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감독이 빨간색을 선택한 이유는 아마 경고의 개념일수도 있고..(물론 이것은 제프에 대한 것도 있지만 성인 남성의 집을 따라들어간 하드캔디들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위험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택하고 있는 이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컷이 되면 분명 비슷한 앵글인데 배경색이 바뀐다>

이 세개의 장면은 연속된 것이다. 1,2번의 것은 한 컷이고 그 이후 편집되어 3번째 장면으로 넘어간다. 흔히 말하는 고전적 헐리우드 스타일의 연속편집으로 되어 있는 이 장면에서 분명 옥의티라고 부를만한 모순이 있다.

제프의 왼팔을 걸쳐서 찍은 이 장면은 분명 거의 흡사한 앵글로 촬영된 2개의 컷이다. 그렇다면 아래쪽의 컷처럼 배경이 노란색으로 바뀌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 처음에 첨부한 제프의 집 스튜디오의 스샷을 보면 노란색 스크린이 빨간색의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 그렇다면 이런식으로 노란색으로 헤일리의 배경이 바뀌려면 카메라는 제프의 왼팔을 걸칠수 없는 왼쪽방향으로 돌아야 한다. 하지만 이것을 옥의티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이것은 연속 된 컷이며 너무나 의도적으로 배치한 배경색의 실수가 있을 것이라는건 말도 안된다. 그렇다면 감독은 왜 이 연속 컷에서의 배경색이 바뀌게 하는 것일까? 그림상으로 보면 헤일리가 마시는 오렌지쥬스(술을 탄것이겠지만..)와의 색의 일치를 위한 것이겠지만 이런 사소한 것은 대충 넘어가자..

스샷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 음료를 마시는 장면의 전후의 이야기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이용된 것이라고 파악된다. 물론 대화속에서 급격하게 분위기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에서는 흔히 대화의 주제나 분위기가 바뀔때에 배우를 이동시키거나 앵글을 바꿔서 분위기를 환기 시킨다. 이 장면도 그런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지만 감독이 이런 위험한 컷을 사용했다는 것에서 사실 좀 놀랍고 확실히 미술을 전공한 첫 장편영화라는 점에서 그의 욕심이 보인다.

이러한 원색의 배경은 사실 영화 초중반 까지만 이렇게 열심히 나오다가 헤일리의 '돌변'이후에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영화는 계속 제프의 집에서만 이루어지므로 그의 빨간색 벽을 없앨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후의 장면들은 이것들 처럼 벽에 조명을 때려서 원색을 살리는 일을 하지 않는다. 낮은 채도와 거친 화면들을 구성해서 원색의 예쁜 배경들은 모두 존재 하지 않는 장면들로 변이 시킨다.

<제프의 방은 어울리지 않게 핑크색 그리고 빨간 벽으로 배경을 도배하는 샷은 없다>

이러한 배경색은 헤일리의 변화와 동반된다. 즉 이러한 원색의 배경이 나타내는 것은 제프의 '성욕'이라고도 이야기 할수 있고 (헤일리가 돌변하고 나서는 그의 성욕도 당연히 감퇴됐을 테니까) 말그대로 영화의 표면적 분위기 일수도 있다.

즉, 원색으로 보였던 이야기들은 빛이 비춰지지 않으면 그저 검은색의 이야기들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듯 하다. 그것은 제프의 삶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며 헤일리는 제프가 꼬시려던 하드캔디가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명도가 낮으면 빨간색도 노란색도 모두 검은색이 된다.

제한된 공간에서의 촬영이라 저예산으로도 좋은 미쟝센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본 'The Moon'이나 하드캔디는 제한된 배경에서의 이야기 들이다. 이러한 점을 잘 참고해야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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