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을 읽기전에 2009/02/23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대유법 <포 미니츠, Vier Minuten> 를 꼭 읽어보도록 하자 같은 내용이라 대유법의 대한 설명은 생략할 테니까

이 장면은 주인공 마크렌턴이 재활을 받으라는 법원의 의견을 무시하고 단숨에 날아와 마약을 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는 갑자기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쓰러진다
이유야 어쨌건 이순간의 표현이 기가 막히다

<마크가 빨아들이는 마약을 세면대에 표현한다>

마크가 혈관에 마약을 주입하자 같은 색깔의 액체가 세면대로 빨려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세면대가 마크이며 빨려들어가는 액체는 마약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위의 세번째 장면의 검은 찌꺼기이다
주사기안의 액체에는 저런 검은 물질이 없다
그렇다면 세면대에 놓인 저것은 의도적인 연출이다 그것은 무엇을 표현할까?

가장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대니보일은 과감하지만 심각하게 복잡한 표현은 안한다고 믿는다) 찌꺼기가 남는다는것 그리고 처음부터 등장하는 갈색의 마약
아무리 봐도 오염되고 더럽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위한 연출이 아닐까

실제로 저들이 하는 마약이 무슨 종류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마약이 하얗고 투명하다고 생각지 않는가?
하지만 감독은 일부러 마약을 흙탕물과 같은색으로 만들고 심지어 이 장면에서 세면대에 찌꺼기까지 남기게 했다

말그대로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마약을 하는 마크에게 더러운 찌꺼기까지 같이 투여하게 했다 어쩌면 이것은 마약을 가져다주기 직전의 스와니가 지폐를 검사해 보는 장면과 연관지어서 생각해볼 수 있다
만약 마크가 가져다준 돈이 위조지폐라서 스와니가 의도적으로 마크를 엿먹인 것이라면 저 검은 찌꺼기는 스와니가 넣은 불순물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렇다는 어떤 설명도 없으므로 기본적으로 이것은 관객에게 말하는 마약의 '더러움'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마약을 하는 장면을 처음으로 대유법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마크의 상태를 다시 대유법으로 말한다>

그리고 대니보일은 계속된 대유법으로 목숨이 위험해진 마크를 표현한다
주사를 놓고 갑자기 바닥에 쓰러져버린 마크는 카페트와 함께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리고 푹 패인 바닥안에 들어가서 스와니를 쳐다보는 마크의 시점샷은 많은 영화에서 보던 샷이다

바로 관에서의 시점샷이다
장례식 장면이 들어간 많은 영화에서 표현되듯이 밑으로 내려지는 관에서 살아남은 자들을 올려다보는 샷은 빈번하게 쓰인다

재밌게도 아직 죽지 않은 마크지만 그의 목숨의 위태로움을 다른 전형적인 샷을 빌려서 쓰고 있다
이것은 마약을 하고 바닥으로 스며들것만 같다는 대유법이기도 하지만 마치 그가 관에 들어가 곧 묻힐정도로 목숨이 위태하다는 대유법이기도하다

기본적으로 이 장면이 트레인스포팅에서 최고의 장면이라 생각하는데 이유는 바로 다른 전형적인 샷을 이용했다는데 있다
관에서 올려다보는 샷을 의도적으로 만들기 위해 대니보일은 마약을 하면 바닥으로 스며들것 같은 기분을 표현했다

그리고 그것을 일부러 적당한 위치까지만 스며들게 해서 이 전형적이지만 다른용도의 샷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말그대로 포스트 모더니즘의 표현이다
기본적인 표현의 전형의 파괴인 것이다

수많은 좋은 영화들이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물론 새로운 표현은 대단하고 훌륭하다
하지만 정말 대단한 것은 이 고전적 스타일의 변형으로 새로운 표현을 창조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라는 만화를 정말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그는 만화의 전형적인 표현을 계속해서 이용한다
만화책을 수천권씩 본 독자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표현의 파괴를 통해 유머와 새로운 형식을 제안한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서도 비슷한 몽타주가 등장한다
아주 먼 거리에 있는 두 씬의 동작을 마치 더블액션으로 편집한 것 처럼...
이전의 씬에서 행한 행동이 마치 연속동작처럼 다음 씬으로 펼쳐지는
그렇게 감독은 중간의 이야기를 생략한다

<마약을 끊으려는 마크는 너무나 심심해한다>

토미를 마약에 빠뜨리고 아이가 죽고 스퍼드만 감옥에 갔다
이 모든것을 마크는 심심하다고 표현했지만 아마 마약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는 마크의 1인칭 나레이션으로 흘러가지만 좀처럼 그의 감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혼자서 심심하다고 장난을 치던 마크는 담벼락위에서 갑자기 다이빙을 한다

<그리고 바로 도착하는 곳은 스와니의 마약가게>

앞의 씬에서의 담벼락과 이 집안이 같은 공간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것은 앞에서 말했듯이 마치 연속편집처럼 보이는 몽타주인 것이다

이것으로 대니보일이 하려는 말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그야말로 마크 렌턴은 마약을 하기위해 단숨에 '날아온 것이다'
이 씬이 2009/03/19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rhyme 맞추기 <트레인스포팅>
와 비교되는 점을 찾아보자

라임 맞추기에서 서로 연관성 없는 씬들이 같은 동작으로 맞춰졌다면 이번 장면은 서로 연속된 장면처럼 연결 되어 있다는 것이다

살인의 추억에서 마지막 살인이 일어나고 화가난 김상경이 박해일을 찾아가 문을 열고 다짜고짜 발차기를 날린다 그런데 발차기를 맞은 박해일은 어찌된 일인지 비오는 철길에서 나뒹군다 말그대로 뒤지게 맞으면서 철도길까지 왔다는 표현이다

이것과 똑같이 트레인스포팅에서 표현된다
친구들에 대한 죄책감이 많이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관객이 오히려 먼저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마약을 위해 단숨에 날아온 표현에 어쩌면 관객들은 반가움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에이젠슈타인은 몽타주는 컷과 컷의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의미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말그대로 이전의 뛰어내리는 컷과 뒤에 내려앉는 컷이 충돌 하면서 그의 마약을 향한 갈망을 표현하고 여기까지 오게되는 과정의 생략을 통해서 마크렌턴의 머릿속에 오직 '마약'만이 존재 했음을 말한다



위에 클립해 놓은 동영상은 37초다
이 안에서 몇 컷이 있는가 세어보면 맨 처음에 커피숍이외의 컷은 제외하고 21컷이다
37초동안 21컷 2초에 한컷보다도 더 많다

이 장면이 커피숍에서의 대화장면이란걸 감안한다면 얼마나 빠른 리듬으로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씬의 첫번째 편집은 기가 막힐 정도로 빠르다

<어째서 쉐이크 먹는 장면에 이렇게 빠른 리듬의 편집을 하는가?>

특히 이 스퍼드와 마크가 쉐이크를 빨아 먹는 장면은 3초간 7컷이나 될정도로 엄청나게 빠르다
영화에서 큰 의미도 없는 이 쉐이크를 먹는 장면을 이렇게나 빨리 편집할 필요가 있었을까??

우선 텍스트적 의미를 살펴보자 쉐이크를 시켜서 단숨에 빨아먹는 장면은 이들의 '갈증'을 의미한다 
이후의 대화를 통해서 마약을 끊고 싶고 취직해서 제대로 살고 싶어하는 삶의 갈증에 대해서 3초에 7컷이나 집어 넣는 빠른 편집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제목에서 나오는 트레인스포팅이라는 게임이 엄청나게 고속으로 달려오듯이 이들의 삶역시 고속으로 흘러간다
어서 빨리 마약을 끊지 않으면 금방 없어진 쉐이크처럼 인생역시 손 쓸수 없는 상황으로 변해 버릴 것이다

그래서 대니보일은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을 아주 빠르게 가져간다

<이후의 이들의 대화 역시 아주 빠르게 편집된다>

쉐이크를 단숨에 마셔버린 스퍼드와 마크의 대화는 참 재미있다
마약을 끊으려는 노력에 대해서 역설하던 마크가 나중에 취직도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자 스퍼드가 면접에 들어가면 긴장되서 제대로 못하겠다고 이야기 하자 마치 처음부터 마약을 주려고 했다는 듯이 스퍼드에게 마약을 건낸다

스퍼드의 '빨리도 준비했네'라는 대사가 이 영화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보자

이 씬의 장면들은 특히나 이 영화에서 전체적인 흐름에 대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빨리 마셔버린 쉐이크와 자신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도 모를정도로 말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약을 꺼내 그것을 맛보고 복용한채 면접에 들어가게 된다

마치 삶에서 뭔가를 생각하고 고민하기 전에 나는 이미 선택을 내려버린 것처럼 모든 것이 흘러간다 처음부터 모든것은 정해져 있었다

이것이 영화의 맨 처음에서 마크의 나레이션으로 펼쳐지는 '선택의 문제'에 대한 대답일 것이다 마크는 아주 멋지게 나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마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결론은 처음부터 나 있었던 것이다

영화에서 마크가 처음 마약을 끊는다고 현관문에 못질을 하고 음식을 사다놓지만 바로 다음 컷에서 마크는 마약을 구하기 위해 전화를 건다
그리고 위의 장면에서 역시 마약을 끊는 노력을 하자고 스퍼드를 만나놓고는 그에게 바로 마약을 건넨다

이것이 절제력이 부족한 청춘의 '선택'이라는 것이 대니보일의 상징이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에서 말하듯이 한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기차의 번호를 선택해야 하지만 그것은 틀릴 가능성이 너무나 높은 답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인생은 이 게임처럼 틀릴 확률이 너무나 높지만 선택을 위해 고민할 시간도 없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다 영화의 처음부터 이들은 이미 마약에 찌들어 있었고 마약을 하지 않는 친구역시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전반에서 느껴지는 빠른 호흡
이것이 바로 순식간에 찾아올 영화의 결말
그리고 그들의 인생이 더이상 바꿀 수 없이 결정되는 순간에 대한 상징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 마크가 벡비의 가방을 훔치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조금의 뜸 들임도 없다
인생은 아주 짧은 한순간의 선택이 많은 것을 좌우한다는 이야기가 바로 트레인스포팅의 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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