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제는 아무도 모른다의 깡통 던지기와 같은 은유적 표현에 대해서이다
기본적으로 은유적 표현은 일본영화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 같다
고요하고 숨막힐것 같은 이야기의 느낌을 주는 일본영화는 은유적 표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 장면은 '러브레터'로 한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이와이 슌지의 릴리슈슈의 모든것이라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이와이 슌지 작품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서 다들 꼭 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영화의 여러가지 영화 문법들을 앞으로 소개하려 한다

내가 잘라놓은 이 장면은 남자에게 강간당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촬영당한 아오이 유우가 원조교제후 돈을 상납하는 것을 협박받은후 그돈을 받으러온 주인공의 앞에서 자신의 절망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강간을 당하고 그로 인해 또 원치않는 원조교제를 협박으로 인해 해야하고 그 돈마저 빼앗겨야 하는 자신의 더러움을 씻어내고 싶다는 표현일수도 있고 자신에게 지금까지 쌓여져 있는 상황을 씻어내고 싶다는 표현일수도 있다
어느것이든 두가지 모두를 포함하든 이것은 확실하게 은유적 표현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도 모른다에서 설명했듯이 우는것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슬픔의 직설화법이라면 강가에 갑자기 뛰어들어 진흙탕에 빠지는 아오이 유우의 모습에서 너무나도 큰 그녀의 슬픔을 느낄 수 있다

<강물로 뛰어드는 아오이 유우>


너무나도 슬프고 가슴아픈 이런 장면도 마치 춤을추듯 뮤직비디오처럼 찍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지만 사실 영화를 보면 이장면에서는 관객들은 아오이유우에게 깊이 동감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오이 유우가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하고 역시 같은 이유로 그녀의 슬픔의 깊이를 아직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그녀의 이런 이상한 행동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만약 그녀가 이 타이밍에 미친듯이 울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것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면? 나는 조금 부담스러웠을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우는장면을 보여줬어도 이와이 슌지는 그것을 멀리서 롱샷으로 촬영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뒷부분에 가서 파악되는 아오이 유우의 성격상 앉아서 우는것보다 이런 돌발 행동을 하는게 어울린다. 그녀는 약하지만 액티브하기 때문이다

<물에빠진 그녀와 멀리서 우두커니 바라보고있는 소년의 모습 전경>


아무튼 이러한 은유적인 장면은 그녀의 슬픔을 남에게 이야기하지도 표현하지도 못하는 답답함을 드러내기에 최적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말할수 없는 슬픔을 감독이 말해버린다면 그것은 안되는 것이 아닌가
그저 이와이 슌지는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았던 하지 못했던 그 슬픔을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대신 느낄수 있게 표현하고 있다

<물에 빠진 그녀의 행색을 뒤에서 쳐다보는 소년의 시점샷>
이 시점샷으로 관객들은 완벽하게 소년의 입장에서 함께 그녀를 동정하게 된다
내가 잘라놓은 영상에는 없지만 그 직후 자신의 집 마당에서 호스로 몸을 씻는 소녀를 멀리서 지켜보는 소년의 모습이 패닝으로 보여진다
아오이 유우의 비참한 모습을 순간 그옆에서 가장 크게 느낄 소년의 시점으로 보여줌으로써 등장하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의 슬픔속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씨네마틱에 기사화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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