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 형님이 처음 '현기증'에서 선보인 이 기술은 많은 단편영화에서 촌스러우니까 쓰지마라 라는것이 불문율.. 사실상 1990년대의 미국 영화들이 제법 사용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안쓰이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응용력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히치콕이 처음에 노렸던 정극의 느낌으로 사용하긴 어렵지만 '촌스럽기'때문에 코메디에는 널리 활용될 수 있으며 사용여부에 따라서는 아직도 얼마든지 정극에도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엔 코메디에서 사용한 장면이다>

190의 거한 남자친구 마샬의 집에 놀러간 릴리. 하지만 마샬은 그집에선 꼬마 축에 들었다. 모든 식구가 거대한 집에서 엄청난 양의 식사를 준비하던 릴리는 칠면조의 크기에 놀라고 만다.

마샬의 어머니가 먼저 한수 던진다. '칠면조가 작네?' 위의 첫컷을 보면 알겠지만 칠면조는 작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마샬의 어머니의 덩치가 릴리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고 릴리 앞에 놓였을때와는 다르게 의도적으로 세로로 배치되어 있는 것을 알수 있다. (뭐 이런건 대충 미쟝센이라고 생각하면 되겠군..)

문제는 릴리가 칠면조를 보는 감정이다. 엄청난 크기의 집안 식구들에게 짓눌려 있던 릴리는 작다고 한 칠면조의 크기를 보고 놀라게 된다. 그리고 이 칠면조의 크기를 릴리가 크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관객들이 바로 알수 있게 히치콕 형님의 기술을 사용한다.

위의 두번째 장면과 세번째 장면은 같은 앵글임에도 불구하고 릴리와 칠면조의 크기의 비율이 다르다. 하지만 이것은 단 한컷이다. 뭐 대충 설명하자면 위의 장면은 줌인 상태 즉, 망원상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릴리와 칠면조의 거리감이 줄어들고 크기의 차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카메라가 앞으로 이동하면서 동시에 줌 아웃이 되면 세번째 장면처럼 칠면조의 크기는 유지된채 릴리와 배경들이 카메라에서 멀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사실 수많은 영화들이 히치콕 형님의 기술을 따라했지만 바로 이장면이 가장 똑같이 따라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가 본 것중에..) 현기증에서 순간적으로 높이를 표현하기 위해 바닥이 저 멀리까지 사라지는 현상과 칠면조를 앞에두고 릴리가 저 먼곳으로 떨어져서 혼자만 작아지는 방식이 아주 유사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칠면조의 크기는 유지된채 릴리만이 작아져서 관객들(사실 이건 시트콤이니까 시청자라고 해야겠지만)도 한눈에 느낄 수 있게 된다.

릴리의 시점으로 촬영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편에서 릴리가 느끼는 칠면조의 거대함을 표현하기 위한 이 샷은 정말 이 시트콤에서의 군계일학이라고 할만한 표현이다. (사실 이 시트콤은 카메라 워킹도 거의 없는 작품이니까..)

+ Recent posts